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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만 잘하는 키움히어로즈? 이번엔 옥중경영 논란-석연찮은 해명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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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만 잘하는 키움히어로즈? 이번엔 옥중경영 논란-석연찮은 해명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31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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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가을야구 멋진 경기력으로 박수를 받은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다시 한 번 논란이 커졌다. 키움 히어로즈가 준우승을 차지하고도 마음껏 웃을 수 없는 가을을 보내고 있다.

30일 SBS에서 보도한 내용이 논란을 키웠다. SBS는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이장석 전 서울히어로즈 대표의 옥중경영 의혹 근거를 제시했다.

실형을 살고 있는 이 전 대표는 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과 함께 구단 경영에 개입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횡령, 배임 혐의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장석 전 서울 히어로즈 대표. 서울 히어로즈는 이장석 전 대표를 통한 옥중경영을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연합뉴스]

 

SBS에서 공개한 녹취록엔 회의 도중 구단 법률 자문 변호사인 임상수 씨가 “중요한 사항이니까 내일 한번 여쭤볼게요. 만약에 안 되면 직접 가셔야 돼요. 대표님 만나러”라며 “제 뜻이 아니라 이 대표님 뜻이고, 옥중경영 뭐 안 한다고는 하지만 대표님 뜻을 들어야 된다는 거 알고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사실상 구단 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옥중경영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걸 전제하고 있는 말이었다.

박준상 전임 대표는 옥중경영에 대한 지적에 “저는 알고 가는 거에요. 걸리는 저는 퇴사하면 되는 거에요 그냥”이라며 “그 정도 쯤이야 누군가는 해야 하는 거고, 내가 안 가면 안심을 안 하시는 거고”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는 연봉 5억 원 이상, 임 변호사는 타 구단과 비교도 되지 않는 5000만 원이상의 큰 자문료를 챙겨가고 있었다.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과 이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셋의 묘한 공존 체제라고 해석할 수 있다.

31일 구단이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이미 지난 9월 임은주 부사장의 문제제기로 이미 구단 내에서는 이에 대해 감사를 진행 중이었고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는 사임했고 임 변호사와는 법률자문 계약을 해지했다.

 

옥중경영의 중심에 섰던 박준상 대표. 그는 구단 내부 감사 과정에서 사임의사를 나타냈다. [사진=연합뉴스]

 

박 전 대표의 녹취 내용에서 보듯 그는 문제가 붉어지니 대표직을 내려놨다. KBO는 구단에 상세 경위서를 요청해 놓은 상황이지만 둘 모두 구단 공식 직함을 내려놓은 상황이라 제대로 된 징계가 가능할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또 하나 의아한 점은 내부고발자 격인 임은주 부사장에 대한 태도다. 구단 측은 “감사위원회에서는 임은주 부사장에게 본인이 녹취해 가지고 있다고 한 녹음파일 등 증거자료 제출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며 현재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보다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여기까지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조치다. 그러나 “감사위원회의 감사과정에서 임은주 부사장 역시 옥중경영에 참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사안이 중대하고 시급해서 임은주 부사장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고 감사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부분은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옥중경영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임은주 부사장 또한 마치 박 전 대표 등과 같이 옥중경영의 가담한 것으로 보이게끔 한다. 임 부사장의 옥중경영에 대한 의혹과 정황에 대한 별도의 설명은 없었다. 임 부사장에 대한 설명에 쓰인 부정적 표현들 또한 다분히 의도적으로 읽힌다.

 

하송 전 감사위원장은 박 전 대표가 물러난 가운데 신임 대표 자리를 맡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경영진의 감시를 맡았던 하송 전 감사위원장은 정작 임 부사장의 제보 이후에나 옥중경영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냉정하게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음에도 서울히어로즈는 박 전 대표가 물러난 자리를 그에게 맡겼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히어로즈는 감동적인 가을 스토리를 썼다. 야구 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경기력이었다. 문제는 경기력이 아니다. 히어로즈는 수도 서울에 위치한 국내 유일 돔구장을 안방으로 사용하면서도 관중은 45만3866명으로 가장 적었다. 이는 구단 자체로도 지난 5년간 가장 적은 관중수다.

야구만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히어로즈는 최근 몇 년 동안 잦은 사건·사고로 야구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입장문 마지막에 “KBO 관계자 및 KBO를 사랑해주시는 팬, 특히 서울히어로즈 프로야구단에 열띤 응원을 보내주신 팬들에게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신규 대표이사와 더불어 ㈜서울히어로즈 임직원은 서울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이 KBO리그에서 모범적인 구단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들을 야구 팬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사과보다 중요한 건 문제에 대한 확실한 끝맺음과 재발방지다.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 더 이상 눈살을 찌푸릴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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