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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복의 리플이즘] 집단주의 문화와 김준기 우오현 회장의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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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복의 리플이즘] 집단주의 문화와 김준기 우오현 회장의 불똥?
  • 이수복 기자
  • 승인 2019.11.01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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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수복 기자] 강준만은 ‘대중문화의 겉 과 속’ Ⅲ권에서 ‘사이버 공간의 리플은 개인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고, 집단의 움직임이 나의 행동이 되는 사이버 공간의 한국인의 삶의 증거들이다. 리플의 리플에 의한 리플을 위한 한국형 인터넷 민주주의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베댓 저널리즘’이란 말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베스트 댓글이 여론을 주도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댓글의 영향력이 커진 것을 반영하는 신조어다. 사실 Reply를 가리키는 ‘리플’(댓글)은 한국의 독특한 인터넷 문화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것 가운데 한가지다. ‘이수복의 리플이즘’은 리플을 통한 동시대인들의 생각 또는 마음 읽기다. [편집자 主]

“무슨 낯으로 자식을 볼까.”(dhgy****)

“가족들은 무슨 죄야?”(mygo****)

비서와 가사도우미를 성추행 및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준기(74) 전 DB그룹 회장 관련 기사에 붙은 댓글입니다. 김준기 전 회장의 자식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적지 않습니다.

혹,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아시나요? 코미디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2002년 9월 첫 편이 개봉된 이래 ‘가문의 위기’(2005년 9월) ‘가문의 부활’(2006년 9월) ‘가문의 수난’(2011년 9월) ‘가문의 귀환’(2012년 12월) 등 현재까지 5편이 개봉되면 인기를 모았습니다. 첫 작품은 정준호 김정은, 2·3편은 신현준 김원희, 4편은 신현준, 5편은 정준호 김민정이 주연을 맡았는데 조직폭력배 가문의, 제목 그래도 영광 위기 부활 수난 귀환을 코믹하게 다룹니다. 집단주의 문화인 우리 사회의 가문 이야기를 다뤄 흥미롭습니다.

'가문의영광' 영화에서 우리사회의 가문 이야기를 통해 집단주의를 다뤘다.
'가문의영광' 영화에서 우리사회의 가문 이야기를 통해 집단주의를 다뤘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캡쳐]

집단주의 문화란 간략하게 정리하면 개인보다는 집단을 중시하는 태도입니다. 가령 결혼도 개인의 선택보다는 집안끼리 맺는 인륜지대사라며 가문을 앞세우기도 하고, 대학입시에 낙방하면 집안망신이라고 부끄러워하고 세상에 이름을 떨치기라도 하면 가문의 영광이라며 어깨에 힘을 줍니다. 집단주의는 톡톡 튀는 개성보다는 집단 내의 조화를 가르칩니다. 실수하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남에게 창피하고 수치스러워합니다.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가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2007년 4월 조승희 씨의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 당시였습니다. 당시 대통령은 공식적인 애도를 표했고 정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놀라움과 충격’이라는 조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조씨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대한민국 국민들은 연대 책임 의식을 드러내고 하나같이 속죄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순전히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는 미국인의 입장과는 큰 대조를 이뤘습니다.

자식과 가족까지 도마에 오르게 한 김준기 전 회장 관련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김준기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2월~2017년 1월 가사도우미 A씨를 여러 차례 성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A씨는 김준기 전 회장을 뒤늦게 고소했습니다. 당시 김준기 전 회장은 여성 비서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피소된 처지여서 세인의 충격은 무척 컸습니다. 김준기 전 회장은 2017년 7월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건너간 뒤 체류 기간을 연장하며 버텼으나 여권 무효화와 인터폴 적색 수배, 범죄인 인도 청구 요청 등의 압박에 지난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자마자 체포됐습니다.

이튿날 결국 구속된 김준기 전 회장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지난달 31일 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구속 상태에서 송치했습니다.

사실 DB그룹은 김준기 전 회장의 불미스러운 퇴진 이후 열심히 환골탈태 중입니다. 지난 2017년 11월 사명을 동부에서 DB로 바꾸고 그룹의 모태회사였던 동부건설과 동부제철, 동부익스프레스, 동부대우전자 등을 매각하고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을 수장으로 앞세운 종합금융회사로 한창 변신 중입니다. 하지만 김준기 전 회장 관련 뉴스가 나오면 아들인 오너이자 최대주주 김남호 DB손보 부사장에게 늘 불똥이 떨어지곤 하는 형국입니다.

김준기 전 회장 관련 기사가 나오기 이틀 전인 지난달 21일 ‘일요시사’에서는 ‘SM그룹 후계열쇠 쥔 회장님 내연녀의 정체’라는 제하의 기사가 나와 또 가족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재계 서열 35위로 대기업에 속하는 SM그룹의 경우 우오현 회장에 이어 그룹 핵심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한 2대주주는 김 모 이사입니다. 지분을 소유한 배경에는 우 회장이 김 모이사와 혼외관계가 있기 때문이며 두 사람 사이에는 우오현 회장의 장남 우기원씨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김모 이사와 사실혼 관계인 우오현 회장은 본처와도 아직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 회장은 본처와 법적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 두 사람 사이에는 우연아 대한해운 부사장, 우지영 태초디앤씨 대표,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 등 3자매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달라져야 합니다. 여기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이가 있습니다. 배우 이유비가 최근 악플러에게 칼을 빼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악플러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허위사실 유포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부 누리꾼들이 무죄로 판결 난 이유비 아버지 사건을 놓고 기사마다 따라다니며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고 있다고 합니다.

이유비 아버지 이모 씨는 자본시장과 관련된 혐의로 2016년 기소됐으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기소된 사실 자체만으로 딸 이유비를 향한 비난이 쏟아져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아버지 관련 악플 외에도 이유비는 배우 견미리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친부인 임영규의 불미스런 사건이 터질 때다마 비난을 받아오기도 했습니다.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자막입니다. 한 출연자가 다소 엉뚱한 이야기로 분위기를 망칠 때 붙곤 합니다. 집단주의 문화를 엿보게 합니다.

재미로 보는 예능이 아닌 현실에서 부끄러움은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른 자의 몫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도매금으로 가족까지 도마 위에 올려 마구 비난하고 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는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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