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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고메즈 쇼크'에 토트넘 손흥민·오리에-심판 향한 화살, 범인찾기는 그만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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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고메즈 쇼크'에 토트넘 손흥민·오리에-심판 향한 화살, 범인찾기는 그만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1.04 0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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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에버튼 안드레 고메즈(26)가 쓰러지자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과 세르주 오리에는 경악했다. 부상을 당한 안드레 고메즈는 물론이고 부상의 원인이 된 손흥민과 오리에, 구디슨 파크의 관중들과 중계로 경기를 지켜본 축구 팬들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 

토트넘과 에버튼이 만난 4일(한국시간) 영국 에버튼 구디슨 파크. 양 팀이 1-1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33분이었다. 손흥민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던 중 돌파하는 안드레 고메즈를 향해 태클을 가했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안드레 고메즈는 들 것에 실려 나갔고 손흥민은 레드카드를 받고 피치 위를 떠나야 했다. 

 

4일 토트넘 에버튼 경기에서 안드레 고메즈(밑)가 손흥민(오른쪽)의 태클과 세르주 오리에에게 부딪힌 뒤 발목 부상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막판에 이어 또 한 번 레드카드를 받게 됐지만 스스로에게도 이 사실은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안드레 고메즈가 끔찍한 부상을 당했다는 것에 크나 큰 충격을 받았다. 

손흥민의 태클은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미 안드레 고메즈의 몸이 앞선 상황이었다. 퇴장으로 연결된 손흥민의 태클에 중심을 잃은 안드레 고메즈는 설상가상으로 커버 플레이를 펼친 오리에와 충돌한 뒤 쓰러졌다. 

당초 주심의 경고를 받은 손흥민은 고의가 아니었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리고는 안드레 고메즈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향하더니 이내 어쩔 줄 몰라 했다. 손흥민은 재빠르게 의료팀을 호출하는 동시에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는 괴로워했다. 

이청용과 헨리크 라르손, 에두아르두 실바, 아론 램지, 지브릴 시세 등 경기 중 끔찍한 부상을 겪은 이들이 있었다. 이들의 부상 장면은 축구계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끔찍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안드레 고메즈의 부상은 마치 그들의 악몽의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고통스러워 하는 에버튼 안드레 고메즈(왼쪽).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발목이 부러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계화면상에선 부상 장면에 대해 자세히 보여주지 않았다. 영국 현지에선 선수 본인과 동료 선수들의 트라우마 등 후유증을 우려해 심각한 부상 장면에 대해서 자세히 보여주지 않도록 돼 있고 안드레 고메즈의 부상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고메즈는 오른쪽 발목이 완전히 꺾여 부러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심 마크 앳킨슨의 경기 운영도 아쉬웠다. 경기 초반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졌으나 비디오판독(VAR) 후에도 이를 잡아내지 못했고 연속되는 거친 플레이 속에서도 과열된 분위기를 자제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당초 손흥민에게 경고를 꺼내들었던 그가 안드레 고메즈의 부상 상태를 파악한 뒤 레드카드를 준 것은 이러한 미숙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이후 일부 누리꾼들은 손흥민과 오리에, 심판을 비판하거나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다만 안드레 고메즈의 쾌유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비판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는 자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거친 태클을 가한 손흥민과 안드레 고메즈 큰 부상의 결정적 원인이 된 오리에, 이를 사전 예방치 못한 앳킨슨 주심의 행동 모두 아쉬웠고 비판을 받을 요소들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손흥민과 오리에, 주심까지도 안드레 고메즈의 부상에 있어 고의는 없었다. 손흥민이 극도로 불안한 표정과 함께 힘들어하자 토트넘 동료들은 물론이고 에버튼 선수들까지도 오히려 손흥민을 위로했다. 오리에도 충격에 빠졌다. 얼굴을 감싼 채 어쩔줄 몰라했다. 

 

토트넘 손흥민(오른쪽)이 에버튼 안드레 고메즈의 부상에 큰 충격에 휩싸였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관중석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에버튼 홈구장이었기에 당연한 일이었지만 영국 축구계에서도 손흥민을 감싸는 모양새다. 

경기 후 안드레 고메즈의 쾌유를 기원한 토트넘 델레 알리는 “손흥민이 망연자실해 했다.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많은 눈물을 보였다”면서도 “손흥민은 가장 나이스한 선수 중 하나다. 그의 잘못이 아니”라고 손흥민을 감쌌다. 

EPL 해설을 맡고 있는 잉글랜드 축구 레전드 제이미 캐러거도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손흥민은 퇴장감이 아니었다”며 “손흥민의 태클이 고메즈를 넘어뜨렸고 오리에까지 들어오며 부상으로 이어졌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 BBC 해설자 게리 리네커 또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손흥민이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며 “고메즈 부상이 아니었다면 레드카드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카드 색깔보다는 동료의 부상을 더 걱정했다”고 전했다. 

가장 안타까운 건 큰 부상을 당한 안드레 고메즈다. 에버튼 핵심 미드필더이기에 에버튼으로서도 타격이 크다. 그러나 그의 부상에 책임이 있는 손흥민과 오리에가 느낄 충격과 트라우마에 대한 걱정도 간과할 수는 없다. 

퇴장을 당하긴 했지만 오는 7일 벌어질 즈베즈다와 경기 출전엔 규정상 문제가 없는 손흥민이다. 그러나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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