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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도보여행 걷기코스, 명칭은 우리말로 쉽게 지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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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도보여행 걷기코스, 명칭은 우리말로 쉽게 지읍시다
  • 이두영 기자
  • 승인 2019.11.05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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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이두영 기자] 걷기는 일상에서 돈 안 들이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운동법이다. 심혈관질환 예방 등 효과가 커서 건강관리 차원에서 걷기와 여행을 겸하는 인구가 부쩍 늘었다.

2007년 시작된 제주올레길이 걷기 열풍을 주도했다. 서울~부산 경부고속도로보다 더 긴 425km 코스가 한라산 자락 곳곳에 조성돼 인근 식당과 숙박업소까지 덕을 보고 있다.

‘올레’는 큰길에서 집으로 연결되는 작은 길을 의미하다. 정겨운 방언이다.

올레길이 인기를 끌자, 전국 각 지자체가 길 브랜드화 경쟁에 뛰어든 모양새를 보인다. 길을 단장하거나 정비하고, 기존 도로에 새 이름을 붙이는 작업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소백산자락길.
소백산자락길.

 

머잖아 전국 대부분의 땅이 지방자치단체가 명명한 걷기코스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도심 자동차 도로를 포함하는 ‘서울숲 남산길’처럼 걷기 취지에 딱 들어맞지 않거나 기억하기 불편한 도보여행 코스가 생겨나 아쉬움을 남긴다. 그리 자연스럽게 와 닿지 않은 외래어 남발도 재고해 볼 문제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장복산과 천자봉 산자락을 관통하는 숲길은 ‘꿈의 길’을 뜻하는 진해드림로드로 명명됐지만 효과는 글쎄다. 오는 16일 옥포수변공원 등에서 걷기축제를 여는 경남 거제시의 ‘섬앤섬 길’은 영어 and를 뜻하는 &를 넣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경북 영덕군 해안도로도 영어가 들어간 영덕블루로드다. 왠지 남의 나라 지명 같기도 하다. 과거에 강구~축산 구간 강축해안도로는 여행마니아들에게 가볼만한 곳, 가보고 싶은 곳으로 크게 와 닿았지만 블루로드는 정확한 지명을 드러내지 못하고 정감도 부족하다.

전남 담양군도 관내 주요 추천여행지를 아우르는 명칭에 ‘로드’를 넣었다. 황색,흑색,백색,청색,홍색에 로드를 붙여 각 구간을 나누고 전체를 담양오방길로 표현했다. 대나무숲이 있어서 사철 푸른 죽녹원과 활엽수가 무성한 관방제림도 황색로드에 포함됐다.

경기도 화성시는 제부도 제비꼬리길과 당항성,황금해안길(전곡항~궁평항)을 화성실크로드로 명명해 홍보하고 있다.

로드가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숲길,둘레길 등을 대신해 넣은 로드가 너무 많아지면 다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둘레길 등으로 바꿔야 할까?

너무 긴 명칭도 관광객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강원도 강릉시의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지역 역사와 의미를 다 반영하려다 보니 과유불급 냄새가 풍긴다.

대구시 ‘김광석다시그리기길’도 길다. 애초부터 김광석길로 써도 무방했을 상황이다.

경남 창녕의 ‘낙동강남지개비리길’은 길고 발음이 불편하다. 한 마을의 개에 얽힌 전설과 벼랑을 비리로 표현해 지은 것인데, 그냥 남지벼랑길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강원도 철원 소이산 숲길도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로 명명돼 외우기가 벅찬 면이 있다.

이에 비해 다음과 같은 길은 쉽게 기억되고 뇌리에 오래 남는다.

조선왕조 도읍지 한성부를 한 바퀴 또는 ‘한양도성길’은 서울 걷기여행을 대표하는 명사로 굳어졌다.

전남·북,경남 5개 시·군 21개 읍면, 120여 개 마을이 포함된 ‘지리산둘레길’, 부산에서 동해안을 따라 강원도 고성으로 이어지는 ‘해파랑길’, 인천 강화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역사문화명소를 둘러보는 ‘강화나들길’도 쉽게 읽힌다. 이름만 들어도 여행가고 싶어질 정도로 와 닿는다.

바닷가 갈매기 날갯짓을 연상시키는 ‘부산갈맷길’, 국립공원의 넉넉한 자연을 담은 경북 영주의 ‘소백산자락길’, 지명과 지역 환경을 반영한 경기도 안산시의 ‘대부해솔길’, 충북 제천시의 ‘청풍호자드락길’도 부르기 쉬워서 매력적이다.

그런가 하면 선조들의 지혜와 애환을 담아 지은 멋진 트레킹 코스도 있다.

아낙네들의 해산물 채취 작업(바래)을 반영한 경남 남해군의 ‘남해바래길’. 바닷가 절벽의 멋진 풍광을 묘사한 전남 여수시의 ‘금오도비렁길’. 호숫가 산골살이의 애환을 담은 강원도 춘천의 ‘소양강꼬북랑길’. 보부상들의 왕래를 상상시키는 충북 ‘괴산산막이옛길’.

이런 이름은 외국어로 쓰이지 않았어도 기억이 잘 되고 가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지명은 간단하고 지역 특색이 잘 반영될수록 뇌리에 더 잘 꽂힌다. 또 이름 못지않게 내용도 중요하다. 이름 짓는 노력 못지않게 방문자 만족을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요즘 1인 가구 확산으로 혼자 여행하고 혼자 밥 먹는 혼여,혼밥 문화가 늘고 있다. 각 지자체는 혼자 여행 오는 사람에게 식사를 주는 식당이 늘어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물론 바가지요금,불친절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도 근절돼야 한다. 입장료나 음식값,숙박료 등이 너무 비싸서 돈 버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인식을 주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정감이 가고 부르기 쉬운 걷기코스에 주민 친절까지 더해진다면 관광 오라고 애써 나팔 불지 않아도 찾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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