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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골 세리머니, '인성+멘탈+실력' 모두 입증한 100점짜리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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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골 세리머니, '인성+멘탈+실력' 모두 입증한 100점짜리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1.0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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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세리머리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포효, 개성만점 세리머니, 친정팀을 배려하는 박수 등. 차범근을 넘어선 날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펼친 세리머니는 그 무엇보다 값어치가 있었다.

7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라이코 미티치 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 츠르베나 즈베즈다와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4차전. 선발로 나선 손흥민은 후반 12분 골을 터뜨린 뒤 카메라를 향해 의미 있는 몸짓을 했다.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이 7일 츠르베나 즈베즈다와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4차전에서 골을 넣고 안드레 고메즈를 향한 사과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당초 경기 출전 또한 확신할 수 없었다. 사흘 전 벌어진 사고 때문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4일 에버튼과 리그 경기 도중 안드레 고메즈에게 백태클을 가했다. 직접적으론 큰 타격을 입힌 건 아니었지만 중심을 잃은 고메즈는 이후 세르주 오리에와 충돌하며 발목이 돌아갔다.

손흥민에겐 레드카드를 받은 것보다 더욱 큰 충격이었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실려나가는 안드레 고메즈를 옆에 두고 손흥민은 얼굴을 감싸 쥐고 흐느꼈다. 그야말로 ‘멘붕(멘탈붕괴)’이었다.

영국 현지의 반응이 예상 외였다. 좋지 않은 태클이었고 심각한 부상을 입은 안드레 고메즈의 쾌유를 기원하면서도 손흥민의 반칙이 고의적이지는 않았다는 것에 한 목소리를 냈다. 부상 직후 손흥민이 보인 진심어린 태도로 인해 그의 진정성이 잘 전달됐기 때문이기도 했다.

당초 3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부여했던 잉글랜드축구협회(FA)도 토트넘의 항소에 재검토한 뒤 이를 철회했다. 손흥민은 오는 10일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리그 경기에도 바로 나설 수 있다. 퇴장 번복 또한 옳지 않았음을 인정한 것이다.

다행히 안드레 고메즈의 상황도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오른쪽 발목 골절 탈구 부상을 당한 고메즈는 5일 수술대에 올랐는데, 에버튼은 성공적으로 진행돼 완전한 회복 후엔 다시 피치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팀의 3번째 골을 터뜨리고 있는 손흥민(가운데).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날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여러분들이 모두 알다시피 수술이 잘 됐다. 집에서 가족들과 지내고 있다”며 “응원과 성원에 감사드리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해줘서 감사드린다”고 짧은 영상을 남겼다.

안드레 고메즈만큼은 아니겠지만 손흥민 또한 문제였다. 고메즈가 자신으로 인해 큰 부상을 당했다는 생각으로 괴로워했고 이 후유증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토트넘 측에서도 손흥민에게 심리치료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나타낼 정도였다.

다행히 손흥민은 털고 일어났다. 즈베즈다전을 앞두고 미소를 띈 채 훈련에 나섰고 경기에 나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차범근(121골)을 넘어 자신의 커리어 122·123호골을 터뜨리며 유럽 무대 한국인 최다골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후반 12분 델레 알리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든 뒤엔 팬들이나 동료들이 아닌 중계 카메라를 향했다. 두 손을 펼쳐들고 손을 모으는 흔치 않은 세리머니였다. 그 대상은 수술 후 회복 중인 안드레 고메즈를 향한 것이었다. 기쁜 골 소식에도 손흥민의 표정은 진중했고 기뻐하기보다는 고메즈를 향한 사과의 뜻이 컸다.

2번째 골을 넣고도 마찬가지였다. 4분 뒤 추가골을 넣은 뒤 같은 세리머니를 반복하진 않았지만 특별한 행동 없이 박수를 치고는 동료들과 포옹만을 했다. 안드레 고메즈를 향해 예의를 표한 행동이다.

 

손흥민은 이날 멀티골을 터뜨리고도 안드레 고메즈를 향해 사과의 뜻을 전한 뒤 박수와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정도로 세리머니를 마쳤다. [사진=EPA/연합뉴스]

 

유럽의 축구 전문가들과 동료들은 안드레 고메즈가 큰 부상을 당한 후에도 “손흥민은 결코 고의로 그런 행동을 할 선수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평소 얼마나 좋은 이미지로 각인돼 있는지 잘 나타난 것. 한껏 움츠러 있을 수도 있었지만 손흥민은 강한 정신력으로 경기에 나섰고 가장 멋진 방법으로 고메즈를 향해 최선의 사과를 전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BT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최근 며칠은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하지만 동료들과 팬들 덕분에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알게 됐다. 모두 힘이 되는 메시지를 전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에 대해 정말 미안한 뜻을 전한다”면서도 “그렇지만 팀에 집중하고 열심히 뛰어야만 한다. 그것이 나를 응원해준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멋지게 털고 일어난 손흥민의 세리머니가 더욱 놀라운 것은 힘들었던 시간을 극복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세리머니 기회는 오로지 골을 넣은 선수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이날 손흥민의 기도 세리머니는 그의 인성과 실력, 강한 멘탈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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