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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박병호 부활, '2008 이승엽 시즌2'는 현실이 될까 (2019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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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박병호 부활, '2008 이승엽 시즌2'는 현실이 될까 (2019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1.08 2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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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22타수 3안타, 타율 0.136에 그치던 타자에 대한 굳은 믿음,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 결승 홈런 한 방.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합작해 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김경문(61) 대표팀 감독과 한국 야구 레전드 이승엽(43)의 이야기다. 그리고 11년 뒤 김경문 감독은 박병호(33)를 향한 굳은 믿음을 보였고 이는 생각보다 빨리 결실을 맺었다.

박병호는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쿠바와 서울라운드 3차전에서 4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하며 팀의 7-0 대승을 이끌었다.

 

박병호가 8일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쿠바와 서울라운드 3차전에서 적시타를 때려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그 누구도 박병호의 4번타자 자질에 의구심을 가지지는 않았으나 길어지는 부진에 타순 조정 등 변화를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전날 캐나다 벤치에선 부진에 빠진 박병호를 상대하기 위해 이정후를 걸러보내는 선택까지 했다. 박병호로선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지만 결과는 3루수 직선타였다.

그럼에도 경기 전 만난 김경문 감독은 “(박)병호가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 쳐줘서 이겼다. 오늘 못 치더라도 일본에 가서라도 반드시 쳐줄 것”이라며 그를 다시 한 번 4번타자로 기용했다.

첫 타석 박병호는 1루수 파울플라이로 힘없이 물러났다. 9타수 무안타. 그러나 박병호는 침묵의 마침표를 찍었다. 고민의 무게를 일본행 비행기에까지 실어 보내지 않았다. 3회 선두타자로 나서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고 중전수 앞으로 타구를 보냈다.

과묵한 박병호지만 1루로 향해서는 힘차게 세리머니를 했다. “너무 기분이 좋았고 다들 기뻐해줘 나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세리머니를 했다”고 말했다. 양의지보다 먼저 안타를 신고한 그는 “서로 둘만 못 쳤다고 경기 전에도 많은 얘기를 했는데 부러워하면서도 축하를 해줬다. 양의지가 쳤을 때도 나 또한 같이 좋아했다. 경기도 이기고 기분 좋게 일본 갈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8년을 떠올리게 한다. 이승엽 또한 국민타자로 불릴 정도로 당대 최고의 타자였지만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선발 출전을 고집하는 김경문 감독의 선택에 의구심이 따라붙기도 했다.

 

박병호가 3회 첫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9타수 무안타 침묵을 깬 박병호는 김경문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준결승에서도 결정적인 기회에서 병살타를 치며 마음고생을 했던 이승엽은 8회 결승 투런포를 날리고 후배들의 ‘합법적 군 면제 브로커’ 된 뒤 눈물을 흘렸다. 이후 이승엽은 결승에서도 홈런포를 날리며 한국의 금메달 사냥에 일조했고 김경문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박병호 또한 마찬가지. 박병호는 “앞선 2경기에서 부진했고 잘 맞은 타구도 없었다”면서도 “부담감은 있었지만 믿고 내보내주셨고 정신 차려 보답하려고 했다. 매 타석 때마다 격려해주셨는데 좋은 타구가 나왔을 때 감사하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침묵을 깬 만큼 이젠 후배들을 이끌고 4년 전 영광 재현에 앞장서야 한다. 당시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을 때에도 타선의 한축을 맡았던 박병호는 타율은 0.207(29타수 6안타)로 좋지 못했지만 결정적인 홈런 2방으로 팀에 우승을 도왔다. 게다가 이번 대회엔 올림픽 출전권도 걸려 있다. 대만과 호주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둬야만 올림픽 진출 티켓을 얻는다.

박병호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것은 모두 인지하고 있다. 김현수 주장이 분위기를 너무 잘 이끌어주고 있고 모든 선수들이 재밌고 밝게 경기하면서 집중력 있게 경기하는 분위기 형성돼 있다”며 “일본에 가면 더 중요한 경기들이 기다리고 있고 매 경기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격려하고 자기 위치에 맞게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트시즌마다 박병호는 결정적인 순간 화끈한 한 방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으며 가을의 사나이로 불린다. 야구 팬들은 가을의 끝자락에서 ‘국민 거포’ 박병호가 새로운 역사의 중심에 서는 기분 좋은 장면을 상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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