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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FA컵 우승, 그래도 마지막은 화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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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FA컵 우승, 그래도 마지막은 화끈했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1.1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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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수원 삼성이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할 발판을 마련했다. 대회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마지막 45분 만큼은 화끈했다. 홈 팬들 앞에서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복귀를 선언했다.

수원은 10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코레일과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2차전 홈경기에서 고승범의 멀티골과 김민우, 염기훈의 릴레이 득점으로 4-0 대승을 챙겼다.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수원은 통합 스코어 4-0으로 승리, 2016년 이후 3년 만에 왕좌를 탈환했다. 동시에 2년 만에 ACL 무대를 다시 밟게 됐다.

고승범(오른쪽 두 번째)의 멀티골에 힘입어 수원 삼성이 FA컵 정상에 올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올 시즌 리그에서 부진했다. FA컵에 올인하다 시피했지만 8강, 4강은 물론 결승 2차전 전반까지도 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 홈경기에서 최후의 45분만큼은 화끈한 골 퍼레이드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번 우승으로 수원은 3억 원의 우승 상금을 받게 됐다. 내셔널리그(3부리그 격) 돌풍의 주역 코레일은 1억 원을 챙겼다. 2005년 FA컵 4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던 코레일은 창단 이후 처음 결승에 올랐지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수원은 또 이번 승리로 FA컵 최다우승팀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5차례(2002년·2009년·2010년·2016년·2019년) 정상에 오르며 포항 스틸러스(4회)를 따돌렸다.

1차전에서 미드필더 최성근과 왼쪽 풀백 홍철이 다쳐 전력에 차질이 생겼다. 수원은 빈 자리를 미드필더 고승범과 측면 수비수 양상민에게 맡겼다.

전반 초반에는 오히려 코레일의 강한 공세에 주춤했지만 이른 시간 선제골이 나왔다. 전반 15분 왼쪽 측면에서 패스 플레이로 수비를 허문 뒤 고승범이 오른발 땅볼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올해 리그 8경기(선발 4경기), FA컵 1경기(준결승 교체출전)밖에 나서지 못했던 고승범이 올 시즌 첫 골로 수원의 영웅이 될 기회를 잡은 것이다. 9월 심기일전하며 삭발하고, 득점을 위해 슛 연구에 매진했던 노력의 결실이었다.

시즌 내내 고전했던 수원이 천신만고 끝에 FA컵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전반을 1-0으로 마친 수원은 여전히 불안해 보였다. 안방에서 경기하는 만큼 실점해 무승부를 거두면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우승컵을 내주는 상황이었다.

후반 초반 코레일의 세트피스에 골도 허용했다. 후반 9분 프리킥 상황에서 코레일 여인혁이 헤더로 동점골을 뽑아내는 듯했지만 비디오판독(VAR) 결과 오프사이드 판정돼 한시름 놓았다.

한숨 돌린 수원이 골 폭죽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후반 23분 고승범이 25m 거리에서 왼발 호쾌한 중거리슛으로 재차 골문을 열었다. 이어 후반 32분 김민우가 왼발, 후반 40분 염기훈이 오른발로 골을 추가하며 추운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은 1만5000여 관중을 흥분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이날 멀티골을 기록한 고승범은 FA컵 최우수선수(MVP)가 됐고, 마지막 쐐기골의 주인공 염기훈은 준결승전 해트트릭 포함 5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임생 수원 감독은 지도자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원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8강에선 내셔널리그 경주 한수원과 연장까지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3-1로 이겼다. 화성FC(4부리그 격)와 준결승 원정에서 0-1로 패한 뒤 안방에서 1-0으로 겨우 만회했다. 연장에서 두 골을 몰아치며 가까스로 결승에 올랐다. 

고승범(등번호 77)은 첫 골을 넣은 뒤 이임생 감독을 향해 뛰어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코레일과 첫 경기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대전 한밭운동장에 2000여 명의 수원 팬들이 찾아와 원정응원을 벌였지만 답답한 경기력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이임생 감독은 시즌 중반 연승을 달리며 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을 때도 최우선목표를 FA컵 우승이라 밝혔다. 4강 1차전 패배 뒤엔 기자회견 도중 우승에 실패할 경우 옷을 벗겠다며 우승 의지를 강조할 정도로 모든 것을 걸었던 대회였다.

수원이 코레일에 패배했다면 리그 4위에게 ACL 출전권이 돌아갈 수 있었다. 4위 대구FC(승점 51)와 5위 강원FC, 6위 포항(이상 승점 50)까지 수원의 패배를 바랐을 터였다. 수원은 현재 파이널라운드 파이널B(하위스플릿)에서 8위(승점 45)다. 강등과는 거리가 멀지만 동기부여가 쉽지 않은 모호한 위치다.

FA컵 우승은 수원의 마지막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주장 염기훈은 4강 2차전에서 3골을 몰아친 뒤 “FA컵으로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다. 내년 ACL에 진출하게 되면 구단에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시즌 내내 시원찮았던 수원이 마지막 홈경기에서 화력쇼로 트로피를 챙기며 다음 시즌 비상을 위한 동력을 얻었다. 수원의 올 시즌 부침이 다음 시즌 도약을 위한 양분이 될 수 있을까.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기억될 시즌이 될 수 있을지 남은 리그 2경기에서 보여줄 경기력에도 초점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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