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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광현 메이저리그 꿈, SK와이번스 붙잡는 게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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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광현 메이저리그 꿈, SK와이번스 붙잡는 게 능사 아니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1.11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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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김광현(31)이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MLB) 도전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제 주사위는 SK 와이번스에 넘어갔다. 보내주자니 전력 손실이 크고 붙잡자니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걸린다. 어떤 선택이 최선일까.

김광현은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WBSC) 프리미어12 참가를 위해 일본에 머물고 있다. 12일 오후 7시 열릴 대만과 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진출과 관련한 이야기는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9일 공개된 인터뷰 기사로 인해 불이 붙었다.

 

SK 와이번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이제 주사위는 SK에 넘어갔다. [사진=연합뉴스]

 

당초 대회 종료 후 구단과 대화를 하려고 했던 김광현이지만 추측성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자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로 결심했다. 공식적으로 빅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5년 전 한 차례 기회가 있었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 코앞까지 갔다. 그러나 연봉과 보직 등에서 이견이 컸다. 김광현으로선 예상보다 적은 연봉은 자신에게 보장된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너무 급하게 준비한 탓에 메이저리그 구단들로서도 김광현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이는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고심 끝에 국내 잔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도전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계약이다. 김광현은 2016시즌을 마치고 SK와 85억 원에 4년간 계약을 맺었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되기 위해선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김광현으로선 한시가 급하다. 류현진(32·LA 다저스)보다 한 살 어리지만 지금 진출해도 MLB에선 7년이나 후배가 되는 셈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SK에서 허락해 준다면 포스팅시스템(비공개입찰)을 통해 빅리그행을 노려볼 수 있다. 류현진과 박병호, 강정호가 이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그에게 관심을 갖는 구단이 적지 않다. 메이저리그에선 신인 입장인 김광현이기에 많은 돈을 쓰지 않으면서도 국제대회 선전 등으로 위험 부담은 적은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SK에서 뛰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메릴 켈리의 빅리그 연착륙은 김광현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사진=AP/연합뉴스]

 

지난 시즌까지 4년간 김광현과 한솥밥을 먹은 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유니폼을 입고 13승 14패 평균자책점(방어율) 4.42를 기록한 켈리의 성공사례도 김광현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미 많은 구단들이 시즌 중 SK 홈경기에 스카우트를 파견해 그의 몸상태와 투구를 체크했다. 5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다만 SK로선 김광현을 보내기가 영 아쉬운 게 사실이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았고 올 시즌 아쉽게 우승 기회를 놓쳤기 때문. 게다가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진출을 노린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금액을 받아낼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울 수 있다. 류현진은 7년 전 2573만7737달러33센트(300억 원), 강정호는 5년 전 500만2015달러(58억 원), 4년 전 박병호는 1285만 달러(149억 원)의 포스팅금액을 친정팀에 마지막 선물로 남기고 떠났지만 이들에 비해 진출 시기가 늦은 김광현에겐 MLB 구단들이 얼마나 투자를 할지 미지수다.

김광현에게도 귀책사유는 있다. 계약서에 MLB 진출 조항을 분명히 넣어두지 않은 점, 장기 계약을 맺은 점. 또 5년 전 기회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포기했던 것 등이다. 계약서로 말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아직 기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떼를 쓸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김광현으로선 충분히 빅리그 진출을 노려볼 만한 명분이 있다. 2016시즌을 마친 뒤 FA 계약을 맺고 최창원 구단주와 가진 식사 자리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구두 약속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 구단주는 이 뜻을 굳이 숨기지 않으며 공공연하게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프리미어12 참가를 위해 일본으로 떠난 김광현은 12일 대만전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사진=스포츠Q DB]

 

김광현은 이를 철석같이 믿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팀에 3차례 우승을 선사했던 그는 FA 계약 후 수술로 인해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려보냈지만 지난해 11승 8패 방어율 2.98로 맹활약한 뒤 가을야구에서도 분투하며 팀에 또 한 번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올 시즌엔 로테이션 이탈 없이 데뷔 후 2번째로 많은 190⅔이닝을 소화하며 17승 6패 방어율 2.51로 맹활약했다. 방어율 3위, 다승 2위, 최다이닝 3위, 탈삼진 2위(180개), 퀄리티스타트 1위(24회) 등으로 맹활약했다. 팀이 9경기 차를 지켜내지 못하고 두산에 정규리그 우승을 내줬지만 김광현은 시즌 막판에도 2연승을 거둘 정도로 제 몫을 다했다.

여기에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게 팬들의 반응이다. SK 팬들은 물론이고 KBO리그 팬들 모두 김광현의 빅리그행을 원하고 있다. 한국 최고의 투수가 과연 더 큰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김광현에게 약속했던 것과 달리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일 경우 팬들의 마음이 돌아설 수 있다는 것도 SK로선 부담이다. 13년 동안 한 팀에만 헌신해왔던 김광현이 가질 실망감과 이로 인해 이전과 같은 성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SK로선 김광현을 붙잡는다면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잃을 게 너무 많아 보이는 상황이다. 프리미어12가 종료된 후에야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SK로서는 이에 대한 확실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 대승적 차원에서 김광현의 빅리그 도전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게 최선의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쉽게 놓아줄 수 없다면 김광현과 팬들을 납득시킬 확실한 이유 혹은 비판을 감수하겠다는 확실한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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