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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이지영 놓친 롯데자이언츠 포수난, 불안한 미래에 커져가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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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이지영 놓친 롯데자이언츠 포수난, 불안한 미래에 커져가는 한숨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1.14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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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나종덕(21), 안중열(24), 김준태(25). 올 시즌 이 세 포수를 돌려가며 활용했던 롯데 자이언츠가 스토브리그에서 소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봉 지출이 가장 많은 롯데가 자칫 아무런 포수 보강도 없이 내년 시즌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키움 히어로즈 포수 이지영(33)이 13일 구단과 3년 최대 18억 원에 FA 계약 을 맺어 잔류하게 됐다. 롯데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관심은 충분히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또 다른 FA 김태군(30)의 영입도 사실상 포기 수순이다. 적지 않은 나이와 유망주 유출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가 FA 시장이서 발을 뺐다. 내년에도 올 시즌 가장 오랜 시간 마스크를 썼던 나종덕에게 주전 안방마님 자리를 맡기게 될지 스토브리그에 시선이 쏠린다. [사진=연합뉴스]

 

◆ 강민호 이후 심각해진 포수난, 이지영-김태군도 놓쳤다

강민호(34·삼성 라이온즈)와 장성우(29·KT 위즈)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포수 걱정은 크지 않았던 롯데다. 그러나 2015년 트레이드로 장성우를 보냈고 지난해 내부 FA 강민호까지 잡지 못하며 상황은 악화됐다.

여전히 유망한 자원은 넘친다. 그러나 풀타임 시즌을 치러본 이들이 하나도 없다. 기존 자원들을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냉정히 따져보자면 타 팀 주전 포수들과는 무게감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 포수가 쉽게 성장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성장만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없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1군에서 활약한 타자 5명 모두 타율이 1할대에 그친다. 타격적 능력은 차치하더라도 최다 사구(546개)와 최다 폭투(103개) 기록은 결코 투수의 문제로만 돌릴 수 없다. 포수 최다 실책(12개) 또한 롯데의 차지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125억 원을 투자해 4년 동안 양의지를 붙잡은 NC 다이노스의 올 시즌만 봐도 야구에서 포수의 중요성은 너무도 잘 알 수 있다. 현장에서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롯데는 너무도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 키움이 이지영을 붙잡은 금액이 야구계 안팎의 예상보다 훨씬 적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심지어 보장 금액은 12억 원으로 더 적었다. 그런데도 롯데는 이보다 더 적은 투자로 이지영을 품으려 했던 게 밝혀졌다. 이보다 더 큰 규모의 계약이 예상되는 김태군 영입은 엄두조차 못 낼 수준이다.

 

올 시즌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크리스티안 베탄코트는 포수 마스크를 쓰기도 했지만 큰 활약을 펼치진 못하고 도중 방출됐다. [사진=연합뉴스]

 

◆ FA 시장 손 뗀 롯데, 외국인 포수에 기대?

계획이 없는 건 아니다. 외국인 포수를 알아보고 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한 영입도 구상 중이다. 그러나 둘 모두 우려가 따른다.

외국인 포수 영입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당시 넥센 히어로즈의 비니 로티노, 2016년부터 2시즌 동안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던 윌린 로사리오, 올 시즌 NC에서 뛰다가 돌아간 크리스티안 베탄코트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을 모두 합쳐도 포수로 뛴 경기는 30경기가 채 되지 않았다.

기대되는 부분은 공격력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라면 지명타자 혹은 외야수 등 구하기 쉬운 포지션을 택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포수는 체력과 정신적으로 부담이 커 타격에만 온전히 집중하기 힘든 포지션이다.

외국인 포수 영입이 드물었던 이유 중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이다. 볼배합과 상대 타자에 대한 분석 등 투수와 끊임없이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해야 하는 포지션이 포수인데 매번 통역을 대동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가을야구, 프리미어12에서 투수들의 경기 후 발언을 통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두산 투수들은 박세혁, 대표팀 투수들은 양의지의 리드대로 던졌다는 말을 거의 매 경기마다 들을 수 있었는데, 이는 포수가 얼마나 상대 타자들을 잘 알고 있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20대 주전급 포수들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2018년 2차 드래프트에서 SK 유니폼을 입게 된 허도환(왼쪽). 2차 드래프트 포수 최고 성공 사례 중 하나로 꼽히지만 그 또한 주전급 활약을 펼쳤다고 보기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 2차 드래프트 가능성은? 혹은 트레이드?

2차 드래프트에서 생각보다 좋은 자원이 나올 것이라는 희망을 그려볼만 하다. 올 시즌 꼴찌로 시즌을 마쳐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역대 4차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팀을 옮긴 이들도 7명으로 매 번 2명꼴이었다.

2012년 처음 실시된 2차 드래프트에선 두산 최승환이 한화로 향했고 2014년엔 KT가 특별지명으로 삼성 포수 김동명을 데려갔다. 2016년엔 많은 포수가 풀렸다. 두산 김응민과 박종욱이 각각 삼성과 SK, KIA 차일목이 한화, KT 윤여운이 LG로 향했다. 2018년엔 한화 허도환이 SK의 유니폼을 입었다.

문제는 실용성이다. 2차 드래프트는 각 구단 40인 보호선수로 묶이지 않은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는 제도다. 각 구단 1.5군 전력에서도 제외된 만큼 주전급으로 활약한 이는 없었다. 2017년 차일목이 52경기, 지난해 허도환이 23경기, 올 시즌 56경기에 나선 게 가장 성공적인 사례였지만 팀 핵심 전력으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혹은 트레이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트레이드 시장에서 포수의 가치는 더욱 높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마저도 낙관하기는 힘들다. 그만큼 큰 출혈이 있어야만 하고 주전급 포수로 활용할만한 자원의 영입은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롯데 팬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구단의 안이한 태도가 확실한 복안을 마련해뒀기 때문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올 시즌 자존심을 구긴 롯데가 스토브리그 포수를 보강해내며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까, 아니면 없는 살림으로 추울 새도 없이 뜨겁게 구슬땀을 흘리는 겨울을 보낼까. 그 어떤 팀보다도 롯데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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