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2-06 15:52 (금)
베트남 축구 박항서 감독, 아시아 위상-현지반응은 벤투-히딩크-리피보다 위
상태바
베트남 축구 박항서 감독, 아시아 위상-현지반응은 벤투-히딩크-리피보다 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1.15 1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격세지감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조연임에도 감독 커리어는 변변치 못했던 박항서(60) 감독이 다소 뒤늦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베트남의 ‘박항서 신드롬’은 현재 진행형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4차전에서 1-0으로 이겼다.

1차전에서 숙적 태국과 비겼지만 이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꺾은 베트남 축구는 강력한 1위 후보 UAE까지 잡아냈다. 베트남은 또다시 축제 분위기다.

 

박항서 감독(왼쪽)이 15일 베트남 축구 대표팀과 아랍에미리트(UAE)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4차전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베트남은 3승 1무, 승점 10으로 2위 태국(승점 7)과 격차를 벌리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최종예선에도 진출해본 적이 없던 베트남 축구에 박항서 감독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이날도 4만여 관중이 가득 들어차는 뜨거운 열기 속에 경기를 시작한 베트남은 전반 37분 UAE 센터백 칼리프 알하마디의 퇴장으로 기세를 잡았고 44분 응우옌 띠엔린의 중거리슛이 골망을 흔들자 현장은 벌써 이긴 듯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수적 우위 상황을 영리하게 잘 활용한 베트남은 추가골 기회는 살리지 못했지만 큰 위기 없이 경기를 마쳐 최종예선 진출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2002년 코치로 거스 히딩크(73) 감독을 보좌하던 그는 이후 K리그 감독도 맡았지만 인상 깊은 커리어보다는 경기 도중 졸고 있는 사진이 더 유명할 정도였다.

그러나 베트남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 대표팀과 인연을 맺은 뒤엔 그의 지도자 커리어가 완전히 달라졌다. 

선수들의 떨어진 자신감과 식단 개선 등으로 체력 상태를 끌어올린 박항서 감독은 부임 후 첫 대회인 2018년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첫 AFC 주관 대회 결승진출 대업이었고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정부로부터 최고훈장인 3급 노동훈장을 받았다.

 

미딘 국립경기장을 가득 메운 베트남 축구 팬들은 박항서호의 승리에 열광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시작에 불과했다. 그해 여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팀을 4강에 올려놓은 그는 2018년 말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선 A대표팀을 이끌고 10년 만에 대회 정상을 차지했다.

이 모든 걸 1년여 만에 이뤄냈지만 이후 올 초 열린 2019 AFC 아시안컵에서도 요르단을 잡아내며 대회 8강 진출에 성공했고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 랭킹에서도 100위 권안으로 진입(97위)했다.

감독 커리어로는 보잘 것 없던 박항서 감독이지만 이젠 아시아에서 주목하는 스타 감독 반열에 올랐다.

세계적 명장들도 힘을 쓰지 못하는 아시아 축구판이다. 포르투갈을 이끌고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2 4강에 진출했던 파울루 벤투(50) 감독도 한국의 지휘봉을 잡고선 고전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시절 무실점 8전 전승(1몰수승)으로 통과했던 월드컵 2차 예선이지만 4경기를 치른 현재 2승 2무로 최종예선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특별한 색깔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 따른다.

박항서 감독이 보좌했던 히딩크는 지난해 11월 중국 U-23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02년 월드컵 등 ‘4강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그지만 중국에선 결국 부진한 성적으로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 평가전에서 0-2로 완패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15일 시리아전 패배 이후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벤투스에 리그 5회 우승, 이탈리아 대표팀에 월드컵 정상을 이끈 마르첼로 리피(71) 감독에게도 중국 대표팀 감독 시절엔 커리어에 남길 만한 두드러지는 업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광저우 헝다의에 수차례 우승을 안기며 중국 축구를 꿰뚫어본다는 평가를 받고 2016년 10월 사령탑에 오른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에 승리하는 등 선전했지만 결국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AFC 아시안컵에선 8강 진출하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A조에서 몰디브, 괌에 대승을 거둔 뒤에도 필리핀과 비겼고 15일 시리아전 1-2로 역전패하며 선두 시리아(승점 12)와 격차가 승점 5로 벌어지자 사임을 택했다. 심지어 “중국 대표팀의 플레이는 열정도 투지도 없었다. 질까봐 두려워 할 정도면 다 내 잘못”이라고 다시 한 번 선수들 탓을 하는 발언을 남겼다. 중국 내에서도 리피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늘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며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낸 박항서 감독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데리고 뛰어난 커리어를 썼던 감독이라고 하지만 몇 단계 수준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키워내며 팀을 이끌어가는 능력은 부족하다는 걸 증명한 리피다. 박항서 감독이 왜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칭송받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