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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복의 리플리즘] 위계에 의한 갑질? SK하이닉스 임원 장례식 직원 동원의 본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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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복의 리플리즘] 위계에 의한 갑질? SK하이닉스 임원 장례식 직원 동원의 본질은
  • 이수복 기자
  • 승인 2019.11.15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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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수복 기자] 강준만은 ‘대중문화의 겉 과 속’ Ⅲ권에서 ‘사이버 공간의 리플은 개인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고, 집단의 움직임이 나의 행동이 되는 사이버 공간의 한국인의 삶의 증거들이다. 리플의 리플에 의한 리플을 위한 한국형 인터넷 민주주의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베댓 저널리즘’이란 말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베스트 댓글이 여론을 주도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댓글의 영향력이 커진 것을 반영하는 신조어다. 사실 Reply를 가리키는 ‘리플’(댓글)은 한국의 독특한 인터넷 문화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것 가운데 한가지다. ‘이수복의 리플이즘’은 리플을 통한 동시대인들의 생각 또는 마음 읽기다. [편집자 主]

“후진적 관행.”(akij****)

“지원자만 했다고 해도 위계에 의한 갑질이라고 보여진다. 지원자도 순수한 마음보다는 상사에 잘 보이려 했을 테고. 미풍양속도 시대에 맞춰 변화가 있어야지. 미풍양속이라도 옛 방식 그대로 한다면 세상에 변화는 영원히 없겠네”(sess****)

최근 SK하이닉스의 임원 모친상에 자사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물론 이를 두고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그와는 다른 의견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예로부터 상을 당하면 함께 슬퍼하고 도와주는 것이 한국인들의 정서이기도 합니다.

지난 7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홍보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홍보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한 누리꾼의 지적처럼 위계에 의한 갑질일까요? 먼저 갑질부터 자세히 알아봅시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갑질이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환표의 ‘트렌드 지식사전’에는 갑을관계에서의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합니다. 그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널리 알려진 갑질은 대략 이런 것이다. “개인 역량과 조직의 힘을 혼동한다. 조직의 이익보다는 사사로운 개인의 이익을 도모한다. 을을 하인 부리듯이 대하며, 을이라면 손윗사람에게도 반말한다. 배경에 대한 설명 없이 무조건 따르기만을 강제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한겨레’의 의뢰를 받아 직장인 391명을 대상으로 2013년 1월 25~30일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서 ‘을’ 직장인들은 ‘정해진 일 이외에 다른 일까지 요구받았다’(47.6%, 복수 응답), 반말(25.4%), 무시(25.1%), ‘비용을 예정보다 늦게 결제한다’(18%), ‘주중이 아닌 주말 근무나 야근이 불가피하게 일정을 짠다’(17.4%), 욕설(19%), 선물이나 향응 요구(14.1%) 등을 대표적인 갑질이라고 토로했다.>

사실 올해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는 등 직장 갑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완전 바뀌었습니다.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불이익을 주거나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의 행위가 직장갑질에 해당되는데 법 시행과 함께 신고와 처벌 절차도 마련된 상황입니다.

자 그렇다면 SK하이닉스 임원 모친상 장례식에 직원 동원은 어떻게 봐야할까요? 정확한 판단을 위해선 그 상황을 간략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언론에 나온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난 10월 18일 SK 하이닉스 임원 모친상 장례에 직원 28명이 동원돼 방문객 안내, 방명록 관리, 부의금 확인 등의 업무를 지시받았습니다. 빈소 업무배치 시간표까지 짜 직원들에게 시간대와 역할, 직원 이름을 적은 표를 이메일로 공지하며 “회사 업무로 바쁘시겠지만, 최대한 배정된 시간보다 앞서 도착해 원활히 지원이 이뤄지도록 협조를 부탁 드린다”고 주문했습니다. 업무시간에 지원 가는 직원들에게 ‘경조출장’이 아닌 일반적인 ‘국내출장’으로 근태 보고를 시킨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한 직원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조사에 회사 구성원을 수십 명 불러내 지원토록 하는 건 구시대, 군대식 동원”이라며 “11월부터 하반기 인사평가가 시작되는 점도 갑질에 응할 수밖에 없는 데 한몫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물론 SK그룹과 직접 전화취재를 해보니 말을 달랐습니다, “해당 임원이 자신의 모친상에 부하직원들을 동원하라고 직접 지시한 적이 없던 거로 안다”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습니다. 끝에 “자세한 사항은 SK하이닉스에 문의하라”고 해 SK하이닉스에도 입장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SK하이닉스의 이번 논란은 사내 조직의 역할과 업무처리 방식을 바꾸는 변화의 바람과도 동떨어져 보입니다. SK하이닉스는 이석희 사장 취임 후 매 분기 경영설명회를 원하는 구성원이 참석해 질의하고 경영진이 응답하는 형식으로 바꿨습니다. 그 밖에 사내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구성원의 행복지수를 측정하고 행복 증진을 전담하는 조직도 신설했습니다.

장례식 직원 동원 논란과 구성원의 행복지수, 왠지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한 데 기자만의 오해요, 착각일까요,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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