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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양의지 굴욕, 김경문 '믿음'이 '고집'으로 [프리미어12 결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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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양의지 굴욕, 김경문 '믿음'이 '고집'으로 [프리미어12 결승전]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11.17 2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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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2019 KBO리그(프로야구) 홈런왕 박병호(33·키움 히어로즈), 타격왕 양의지(32·NC 다이노스)가 고개를 숙인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7일 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야구 한일전 제2회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3-5로 패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대회 2연패를 목표로 삼았으나 달성하지 못했다. 1회초 김하성(키움 히어로즈)의 투런, 김현수(LG 트윈스)의 솔로 등 홈런 두 방이 터져 3-0으로 앞서던 경기를 놓쳐 아픔이 갑절이다.

연봉이 각각 15억, 20억 원인 박병호, 양의지의 부진이 너무 뼈아팠다. 올 시즌 공인구 반발력 감소로 리그 공격력이 크게 약화된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30홈런을 넘겼던(33개) 박병호, 수비 부담이 큰 포수이면서도 타율 0.354를 기록한 양의지가 맥을 툭툭 끊고 말았다.

김경문 감독이 투수 교체 후 어두운 표정으로 벤치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병호는 이승엽이 아니었다. 김경문 감독은 ‘믿음의 야구’로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일군 지도자. 11년 전 극도의 타격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대던 ‘국민 타자’ 이승엽이 일본과 4강전 8회말 투런홈런을 날린 일화는 유명하다.

김경문 감독은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예선라운드에서부터 일본에서 치러진 슈퍼라운드까지 내내 부진했던 박병호를 결승전에서도 변함없이 4번타자로 내세웠다. 그러나 박병호는 4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쳤다.

이번 대회 최종 성적은 타율 0.179(28타수 5안타) 2타점이다. 장타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지난 8일 쿠바와 예선라운드 최종전에 멀티히트를 때려 살아나는가 싶었지만 이후 지독히도 못 쳤다. 일각에서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혹평하는 배경이다.

박병호가 9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아웃된 뒤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의지는 박병호보다 더 심각했다. 국내에선 “어쩜 저리 잘 칠까”란 생각이 절로 들게 하던 그의 방망이는 매번 헛돌았다. 2019 프리미어12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 야수 엔트리(명단)에 든 15인 중 타율이 가장 낮다. 0.087(23타수 2안타).

2019 KBO리그 평균자책점(방어율)왕 양현종(KIA 타이거즈)도 3이닝 4피안타(1홈런) 3사사구 4실점했다. 호주와 예선라운드, 미국과 슈퍼라운드에 이은 세 번째 등판인데다 김광현(SK 와이번스)마저 컨디션 난조로 결장이 예상돼 부담이 컸던 양현종은 3점 차 리드를 못 지켜 체면을 구겼다.

KBO리그 타이틀 홀더들이 입은 내상이 너무나 큰 2019 프리미어12 결승전이다.

양의지(왼쪽)가 9회초 삼진을 당하고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병호와 양의지에 가려 그렇지 2018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김재환(31·두산 베어스)도 기대에 못 미치긴 마찬가지였다. 미국과 슈퍼라운드에서 시원한 3점홈런을 작렬한 게 다였다. 타점은 6개였지만 타율이 0.160(25타수 4안타)에 불과했다.

김경문 감독이 붙박이 스타팅으로 기용한 박병호, 양의지, 김재환이 터지지 않으면서 한국은 결국 일본과 2연전 전패 및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정후(키움·0.385), 김현수(0.348), 김하성(0.333)의 분전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결과론으로 선수 기용을 지적하는 건 종목 막론 국가대표 감독이라면 짊어져야 할 숙명이긴 하다. 그러나 전날 홈런을 날린 황재균(KT 위즈)에겐 기회도 안 줬고, 멀티히트를 때린 강백호(KT)도 7회초가 돼서야 민병헌(롯데 자이언츠)의 대타로 세워 비판 받을 여지를 제공했다. 강백호는 결승전에서 단 한 타석 들어섰다.  

믿음과 고집은 한 끗 차. 2008년 여름 이승엽은 시련을 이겨 김 감독을 명장 반열에 올렸으나 박병호, 양의지는 김 감독을 쓰는 선수만 쓰는 지도자로 만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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