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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희나피아 뮤직비디오 수정이 예민? 어쩌면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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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희나피아 뮤직비디오 수정이 예민? 어쩌면 당연한 일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9.11.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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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지난 3일 데뷔한 걸그룹 희나피아의 타이틀곡 '드립(Drip)' 뮤직비디오는 공개 후 반 나절만에 삭제 후 재업로드됐다. 유튜브에 게재된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화제성을 증명하는 요즘, 약 20만 뷰의 조회수를 포기한 것은 신인 걸그룹으로서 큰 결정이었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멤버 중 한 명이 침대로 연출된 세트에서 크림을 바른 토스트를 먹는 장면으로, '여성이 침대에서 크림을 먹는 장면'은 성적 암시를 담은 '클리셰'적 연출이며 무분별한 성적 대상화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논란이 된 장면은 모두 삭제된 후 노래에 맞춰 립싱크를 하는 장면이나 군무 장면으로 수정돼 새로 게재됐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케이팝 뮤직비디오 안에서 성적 대상화, 성 역할 고정 관념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발매된 송민호의 '아낙네' 뮤직비디오는 왕처럼 묘사된 송민호가 노출이 심한 여성들 사이를 누비다 한 명을 간택하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지난 8월 발매된 사이먼 도미닉의 '메이크 허 댄스(make her dance)' 뮤직비디오에서 남자가수들은 비키니를 입은 여성 수십명에 둘러싸여 춤을 추는데, 이 때 카메라는 여성들의 신체부위를 수차례 클로즈업한다. 그룹 엑소의 유닛그룹 '엑소-에스시(EXO-SC)'와 비투비 멤버 프니엘의 솔로곡 '플립'(flip) 역시 비슷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는 남성 가수의 뮤직비디오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지난 8월 선미가 발표한 신곡 '날라리' 뮤직비디오에서 선미는 여행용 가방에 담겼다가 가방 문을 열고 빠져나와 쓰러지는데 이는 납치, 유기 등의 여성 대상 범죄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여성 가수들은 노골적인 안무, 노출 있는 의상, 그리고 성적인 암시를 담은 뮤직비디오 등 성적 대상화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위부터 송민호 '아낙네' MV, 사이먼 도미닉 'Make her dance' MV [사진=유튜브 캡처]
위부터 송민호 '아낙네' MV, 사이먼 도미닉 'Make her dance' MV [사진=유튜브 캡처]

 

하지만 이러한 논란과 비판이 무조건 '예민하다'는 말로 치부될 수는 없다. 최근 들어 케이팝 신에서는 성적 대상화를 타파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변화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엠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퀸덤'에서 AOA가 커버한 '너나 해' 무대에서 AOA 멤버들은 남성들의 전유물이던 블랙 수트를 입고 '드래그 퀸(여장 남자)' 분장을 한 남성 댄서와 춤을 췄다. 이는 그동안 걸그룹이 보여줬던 성 고정관념을 완벽히 전복시킨 연출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를 뜨겁게 달구며 'AOA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희나피아'의 뮤직비디오 수정과 같은 맥락으로 지난 2017년에는 아이돌 그룹 빅스의 라비가 솔로 곡 '밤(BOMB)'의 뮤직비디오에서 여성 혐오와 성적 대상화 논란이 일자 사과하고 해당 부분을 삭제한 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블락비 피오도 첫 번째 솔로 곡 '맨즈 나잇(man'z night)'의 티저에서 성상품화 논란이 일자 이를 수정했다.

과거부터 대중음악에서 성적 대상화 논란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대중들이 이를 민감하게 여기기 시작하면서 최근 들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또한 아티스트 또한 대중들의 비판을 수용하면서 잘못된 점을 고치고, 때로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함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중들의 성장하는 젠더의식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케이팝 시장, 이는 이례적인 미담이 아니라 언젠가는 도래해야 하는 당연한 과정이다. 그러나 보다 건강한 변화를 향한 기대가 움트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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