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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핑계거리 없는 김경문호, 도쿄서 '베이징 신화' 재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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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핑계거리 없는 김경문호, 도쿄서 '베이징 신화' 재현 가능할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1.18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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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올림픽 진출 티켓 확보, FA(자유계약선수) 60일 획득, 2연속 결승진출. 그러나 쓴 맛이 더 크게 느껴졌다. 단순히 우승 실패에서 원인을 찾기엔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였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에서 3-5로 졌다.

연이틀 일본에 패하며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감했지만 이 사실 자체보다는 경기력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 선수단이 17일 프리미어12에서 준우승을 거두고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날 패배엔 큰 타격이 없었다. 이미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감각 조율과 일본 전력 맛보기 정도에 불과했던 경기였다.

그러나 문제는 결승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경기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전날 깜짝 선발로 나섰던 이승호가 2이닝 6실점하며 무너졌는데, 결승에선 한국 최고 투수 양현종 또한 흔들렸다. 1회 타선의 3득점을 등에 업고 나섰지만 끈질긴 승부에 고전하며 1실점했다.

2회 승부는 더욱 힘들었다. 속구 힘만으로는 압도하기 힘들었고 일본 타자들은 날카롭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도 좀처럼 속지 않았다. 예리하게 존으로 파고드는 공은 손쉽게 커트해냈다. 양현종은 진땀을 흘렸다. 2사에서 주자 2명을 내보낸 상황, 승부구가 통하지 않자 포수 양의지가 마운드에 올랐다. 과감한 속구 승부를 약속한 듯 했지만 결과는 역전 스리런 홈런이었다. 상대가 뻔히 노림수를 가진 상황에서 가운데로 공이 몰리자 여지없었다.

이영하(2⅔이닝)-조상우(2이닝)-하재훈(⅓이닝)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잘 버텼지만 역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1회 김하성과 김현수의 홈런으로 만든 3점이 끝이었다. 일본의 벌떼 마운드를 넘어서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 믿음의 산물인 중심타자 김재환, 박병호, 양의지는 모두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양현종이 2회말 역전 스리런 홈런을 맞은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더욱 한숨이 깊어지는 건 일본만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지난 12일 대만전. 선발로 나선 김광현이 3⅓이닝 동안 3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상대 선발 장이에겐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 일본은 더욱 전력을 다 할 가능성이 크다. 대만의 본선 진출 가능성이 낮아지긴 했지만 주요 선수들의 군 면제를 위해 반드시 메달이 필요한 상황에서 에이스 두 명이 나란히 흔들렸다는 건 실망스러운 일이다.

다음 시즌 활약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둘을 제치고 1,2선발을 꿰찰 이가 깜짝 등장하길 기대하는 건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둘은 10년 가까이 국내 최고 선발로 자리를 굳혀온 이들이다.

핑계를 댈만한 것도 없었다. 이번 대회 주최 측은 수차례나 한국 경기에 가장 큰 라이벌인 일본의 심판을 배정했고 석연찮은 판정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그런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구나 도쿄 올림픽 본선은 조별리그 2경기 후 녹아웃 스테이지로 치러지기 때문에 매 경기가 결승과 같다. 김경문 감독은 변함없는 뚝심의 야구를 펼쳤는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땐 성과를 냈지만 이번엔 재미를 보지 못했다. 8팀이 풀리그 형식으로 예선을 치렀던 당시와 달리 매 경기 결과에 따라 탈락이 결정될 수 있는 내년 올림픽에선 작전 등에서 더욱 민감하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김경문 감독(가운데)이 선수단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김 감독은 올림픽 모의고사격으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도 여전한 믿음의 야구를 펼쳤고 효과도 보지 못하며 올림픽 본선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모범 답안은 나와 있다. 투수 경쟁력을 더 키우고 상황에 따라 빠른 교체로 벌떼 야구를 펼치는 것. 또한 타선에서 컨디션이 좋은 타자들을 중용하고 상황에 따라 번트 등 작전야구로 1점을 뽑아내는 플레이를 하는 것 등이다. 문제는 제대로 시도해보지 않았고 앞으로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이러한 운영을 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더더욱 선수들의 개개인 기량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대를 가져보는 건 올림픽 금메달을 경험했다는 것, 그리고 병역 의무를 해결하기 위한 선수들의 간절함이다. 또 국내 최고 투수들이 무너진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더욱 치밀히 준비할 것이라는 점 등이다.

이번 대회로 인해 기대감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절망할 정도까진 아니다. 더욱 절실한 마음으로 잘 준비하고 충분한 분석이 이뤄진다면 다시 한 번 국민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 더불어 야구의 봄이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 더욱 절실하고 과감한 변화를 통해 반전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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