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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천신만고' 올림픽 최종예선행, '막내언니' 박지수 부상투혼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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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천신만고' 올림픽 최종예선행, '막내언니' 박지수 부상투혼 의미는?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1.1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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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이 천신만고 끝에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첫 경기에서 중국을 꺾었지만 최종전에서 뉴질랜드에 끌려가면서 자칫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할 뻔 했다. 모두가 분투했지만 특히 박지수(21·KB스타즈)의 부상 투혼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프레 퀄리파잉(Pre-Qualifying) 토너먼트 뉴질랜드와 3차전에서 고전 끝에 65-69로 졌다.

한국은 2승 1패로 중국, 뉴질랜드와 승패가 같지만 상대 골득실에서 뉴질랜드에 앞선 2위로 티켓을 따냈다. 한국, 중국 등 16개 팀이 나설 최종예선(장소 미정)은 내년 2월 열린다. 4개 팀씩 4개 조로 나뉘어 열리는 최종예선에서는 각 조 상위 3개 팀(총 12개 팀)이 도쿄로 간다.

박지수가 부상투혼을 발휘하며 한국 여자농구를 올림픽 최종예선으로 이끌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앞서 중국, 필리핀에 2연승을 거둔 한국은 뉴질랜드전에서 지더라도 12점 이상 벌어지지 않으면 최종예선에 나갈 수 있었다. 허나 바람과 달리 신장과 체력을 앞세운 뉴질랜드에 경기 내내 끌려다녔고, 리바운드 30-51로 크게 뒤지며 고전했다.

전반을 28-37로 마쳐 최종예선 진출에 적신호가 켜진 한국은 3쿼터 강이슬의 슛이 터지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3쿼터 2분 16초를 남기고 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골밑을 지키던 센터 박지수가 타박상을 입고 코트를 빠져나간 것이다.

하지만 박지수가 경기 종료 5분 49초를 남기고 돌아와 힘을 보탰다. 박지수는 종료 3분 54초 전 레이업을 성공했고, 1분 46초를 남기고 박혜진이 3점슛을 꽂아 63-69를 만들며 점수 차를 좁혔다. 강이슬이 종료 12초 전 자유튜 2개를 모두 성공시켜 한국은 2위 자리를 지켜냈다.

강이슬이 3점슛 5개 포함 21점으로 고감도 슛감을 자랑했고, 박지수가 부상에도 불구하고 11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팀을 최종예선으로 이끌었다.

대한민국농구협회(KBA)에 따르면 경기를 마친 뒤 이문규 감독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요소까지 예상을 하고 왔지만 생각 이상으로 힘든 승부를 펼쳤다. 다행히 목표로 했던 올림픽 최종예선 진출을 이뤄내 기쁘고, 목표를 위해 애써준 12명의 모든 선수들의 노력이 눈물 겹게 고맙다”는 소회를 전했다.

홈팀이자 큰 점수 차 승리가 절실했던 뉴질랜드의 적극적이고 거친 수비에 부상을 입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 점수 차를 줄인 게 주효했다. 

이 감독은 “무엇보다 4쿼터 부상에도 불구하고 출전을 강행한 (박)지수에게 정말 고맙고, 지수가 정말 투혼을 발휘해 위력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게 예선 통과를 만든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문규 감독은 박지수에 대한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박지수가 먼저 부상 이후 경기에 뛰겠다며 이 감독을 찾아왔다. 이 감독은 “부상 직후부터 출전시킬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뒤 본인이 찾아와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코치와 트레이너 그리고 나 역시 말렸지만 뛰겠다는 본인의 의지를 꺾진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한 번 해보자고 했는데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목표였던 뉴질랜드를 잡진 못했지만 중국을 이긴 건 큰 수확이다. 중국전 5연패를 끊어내며 최종예선을 앞두고 자신감을 충전했다. 이 감독은 “올림픽에 가기 위해서는 선수들도 그렇지만 나 역시도 마음가짐을 다시 잡아야 할 것 같다. 아쉽게 2차 예선을 마무리했지만 올림픽에 반드시 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수는 지난 9월 아시아컵 당시 대표팀과 함께하지 못했다. 그는 필리핀과 2차전을 마친 뒤 “중국, 일본에게 크게 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도 많아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했다.

“SNS에서 내가 은퇴하기 전까지 언니들도 은퇴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어디든 막내가 힘들기 마련인데, 나는 막내 생활이 너무 좋다. 지금 (김)정은 언니도 부담감이 클 것 같은데 잘 도와서 최종예선 나갈 수 있도록, 언니들 힘들지 않게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던 그다.

중국전 어깨 타박상을 입었고, 이날도 경기 도중 부상 탓에 벤치로 물러나야만 했던 박지수다. 지난 시즌 여자프로농구(WKBL)에서 최연소 통합 최우수선수상(MVP)의 주인공이 된 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를 두 시즌 연속 경험한 대표팀의 에이스는 막내지만 '언니 같은' 정신력으로 팀을 더 높은 곳으로 견인했다.

박지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존재감은 마치 지난 6월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최우수선수상)을 차지했던 '막내형' 이강인(18·발렌시아)을 연상시킨다.

여자농구 대표팀 모두가 올림픽에 진출하는 것이 여자농구의 부흥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박지수를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부상에도 아랑곳 않고 코트를 누빌 수 있었던 건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이다. 이제 올림픽까지 마지막 한 단계가 남았다. 12년만의 본선진출 쾌거를 쓸 수 있을까. 박지수는 에이스의 무게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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