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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전망] '슈틸리케 오버랩' 벤투 감독, 우려와 기대 그리고 한국-브라질전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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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전망] '슈틸리케 오버랩' 벤투 감독, 우려와 기대 그리고 한국-브라질전 중요성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1.19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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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7골 무실점, 7전 전승 후 4승 1무 3패. 결론은 경질.

울리 슈틸리케(65)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철벽 수비와 화끈한 화력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최종예선에서 급격한 난조를 보였다. 결국 그와 한국 축구는 최종예선을 채 마치지 못한 채 아름답지 못한 엔딩을 맞아야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월드컵을 앞둔 한국이 위기에 놓여 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 축구 대표팀이지만 2차 예선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슈틸리케를 떠올리게 만드는 벤투는 한국을 10회 연속 월드컵 무대로 이끌고 월드컵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브라질전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9일 브라질을 만난다. 지금껏 봐온 답답한 축구에서 벗어나 발전된 기량을 뽐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갓틸리케’에서 ‘슛팅영개’로, 허상에 불과했던 초반 반짝 기세

부임 초반 치른 아시안컵에서도 6경기에서 5승 1패, 8득점 2실점하며 준우승으로 가능성을 보였던 슈틸리케호다. 2차 예선에서도 선전을 이어가자 그를 향한 축구 팬들의 호칭은 ‘갓틸리케’로 변했다.

찬란했던 시절은 잠시였다. 상대 전력이 떨어지는 2차 예선은 차치하더라도 아시안컵의 성과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최종예선에서 고전이 이어졌다. 공격은 답답했고 탄탄했던 수비도 온데 간데 없었다.

이란 원정에서 유효슛을 하나도 날리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패하자 ‘갓틸리케’는 ‘슈팅0개’가 됐다. ‘점유율 축구’는 무의미해졌고 ‘뒷키타카(뒤에서만 공을 많이 주고 받는다는 뜻)’만 반복됐다. 중국 창사에 이어 카타르 도하에서도 연속 ‘참사’를 당했다. 그리고는 한국을 떠나야 했다.

이후 신태용 감독이 소방수로 나서 한국을 월드컵에 올려놨지만 채 1년에 불과한 준비 기간과 핵심 선수들의 부상이 속출했고 완전히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세계 무대에 나섰다. 독일을 꺾고 ‘카잔의 기적’을 만들어냈지만 결과는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어찌보면 예견된 실패였다.

 

울리 슈틸리케 전 국가대표 감독은 2차 예선의 화려한 성적을 뒤로하고 최종예선에서 고전하며 결국 경질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답답한 벤투호, 문제는 무엇인가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7월 오랜 물색 끝에 포르투갈을 유로 2012 4강에 올려놨던 벤투 감독을 선임했다. 남미 강호들과 차례로 선전하며 장밋빛 미래를 그리게 만든 벤투호지만 올초 아시안컵 8강에서 카타르에 덜미를 잡히며 탈락했다. 그럼에도 초반이기에 더 지켜보고 기회를 주자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전혀 걱정하지도 않았던 2차 예선부터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투르크메니스탄과 스리랑카에 연승을 거뒀지만 북한과 평양 원정에서 0-0으로 비긴데 이어 레바논 원정에서도 무기력한 플레이로 무득점하며 승점 1을 추가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한국이 투르크메니스탄을 상대로 승리한 뒤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전술의 완성도 부족과 무의미한 측면 크로스 의존, 중원에서 움직임 부족 등을 문제로 꼽았다. 한 위원은 스포츠Q와 전화 인터뷰에서 “4-1-3-2, 4-3-3, 3-5-2, 4-2-3-1 등 여러 포메이션을 갖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현재까지 그 어떤 포진도 완성도가 높지 않다”며 “전력이 다소 약한 2차 예선에서 이러한 전술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향상시켜야만 한다. 최종예선 상대의 수준은 2차 예선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승점 확보와 동시에 전술 완성도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어떤 포진을 활용하든지간에 측면 크로스 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어차피 측면에 주로 의존할 것이라면 김신욱의 기용시간도 앞으로는 더 확대하는 전술에 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레바논 원정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비긴 뒤 아쉬워하는 한국 선수단.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마지막으로 “중원에서 간격 유지, 오프 더 볼 움직임, 탈압박이 더 향상돼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좋지 않으면 어떤 포메이션을 쓰든지 상대의 순간적 압박에 흔들리고 공을 빼앗기기 마련이다. 포메이션 여부에 관계없이 이 문제는 반드시 향상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3경기를 더 치르면서도 위의 문제들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아직 아시아 축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한 느낌까지 준다. 한껏 라인을 끌어내리고 수비적으로 나서는 팀을 상대로 밀집된 지역에서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펼치려고 하는데, 중원의 간격과 오프 더 볼, 탈압박 어느 것 하나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며 답답한 공격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 적어도 아시아에선 확실한 카드인 김신욱을 좀처럼 활용하지 않고 투입 전까지 크로스 의존적인 플레이를 펼치다가도 김신욱이 들어가면 정작 그의 머리를 향하는 공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술적 완성도 부족은 이 모든 것들을 설명할 수 있는 토대다.

벤투 감독을 향한 여론도 부정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레바논전 졸전 끝에 비기자 부임 이후 가장 비판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브라질 경기를 앞두고 코치진과 의견을 공유하고 있는 벤투 감독(가운데).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벤투는 제2의 슈틸리케? 

그렇다면 과연 벤투는 제2의 슈틸리케에 머물고 말 것인가. 아직까지는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한준희 위원은 “슈틸리케는 내적으로만 보면 팀을 향상시키고 있는 게 아니었다”며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있다는 인상이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선수들이 알아서 2차 예선을 쉽게 통과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훗날 선수들은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구체적인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소통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달리 벤투에 대해선 “능력 있는 코치진과 함께하고 있고 뭔가를 시도하고 가르치고 있다는 인상은 충분히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성용 등 많은 선수들이 벤투 감독 부임 후 체계화된 훈련 시스템을 극찬하기도 했다.

다만 “그러한 지도의 완성도가 아직 만족스러운 단계는 아니”라며 “그럼에도 이러한 작업은 충분히 의미가 있긴 한 것이다. 상황은 힘들어도 무언가를 지도해주는 게 더 낫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이날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릴 한국과 브라질의 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SBS, 네이버스포츠 등 생중계)는 매우 중요하다.

 

벤투 감독은 한국 브라질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 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경기가 진행될 것"이라며 철저히 대비하고 있음을 밝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브라질은 벤투호 출범 후 만나는 가장 강한 상대이자 월드컵으로 향하는 여정 중에서도 이보다 센 상대를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수비 라인을 끌어내리고 한국을 맞는 아시아 국가들엔 고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월드컵 수준의 상대와 얼마나 우리만의 플레이를 펼치며 맞서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그토록 강조한 빌드업 축구에 대해 중간 점검을 하고 최종예선에 진출하라 경우 보여줄 경기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고전했던 벤투 감독이지만 남미의 강호인 우루과이와 콜롬비아를 비롯해 코스타리카, 볼리비아에도 승리했고 칠레 등에도 비기며 경쟁력을 보였던 벤투호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전은 벤투호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가늠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때처럼 아무리 2차 예선에서 압도적 경기력을 보여도 결국 최종예선과 월드컵 본선 수준에서 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2차 예선에선 다소 고전하고 있지만 더 높은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 벤투호를 향한 여론은 또다시 반전될 수 있다. 그 잣대가 될 수 있는 한국과 브라질전이 단순히 보통의 친선경기와 그 무게감이 같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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