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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악플과 전쟁' 차유람 손연재, 어찌 이들의 도전에 돌을 던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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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악플과 전쟁' 차유람 손연재, 어찌 이들의 도전에 돌을 던지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1.22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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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실력보다는 빼어난 외모로 더 화제가 되는 스타들이 있다. 포켓볼 스타 차유람(32)과 한국 리듬체조 간판 손연재(25)가 딱 그렇다. 많은 팬들이 따르지만 같은 이유로 안티 팬들과도 싸워야 했던 이들이 이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차유람과 손연재는 각자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했던 이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을 악플과 싸워야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나친 관심이 독이었다. 세계 정상에 오르지 못했음에도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이유로 미움을 사야 했다.

나쁜 이야기는 더 콕콕 가슴에 박히기 마련. 그럼에도 이들은 용기 있게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차유람(왼쪽)과 손연재가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차유람은 3쿠션 선수로, 손연재는 후배 양성에 힘을 쓰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연합뉴스]

 

◆ 차유람의 험난한 3쿠션 도전기, 그럼에도 자신감 넘친다

차유람 이름 앞엔 ‘여신’, ‘미녀’, ‘얼짱’이라는 수식어가 줄곧 따라다녔다. 청소년 시절부터 국내 포켓볼 대회에서 정상권 기량을 과시한 차유람은 2009년 호치민, 2013년 인천 실내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내는 등 전성기를 누렸지만 2015년 유명 작가 이지성과 결혼한 뒤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며 자연스레 당구계를 떠났다.

그러다 올 7월 돌연 3쿠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6월 프로당구 출범과 함께 프로당구협회(PBA) 홍보대사로 활약하던 차유람은 투어 2차전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선수로 나섰다. 차근차근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던 그는 주변의 권유로 다소 이르게 3쿠션 무대에 데뷔했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4년 만에 큐를 잡은데다가 사실상 다른 종목이라고 봐도 무방한 3쿠션에 도전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64강에서 최하위로 탈락했다. 또 한 번 가혹한 악플 세례를 견뎌야 했다.

이후 3,4차 대회는 걸렀다. 더 확실한 준비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나선 21일 2019~2020 PBA 5차 투어 메디힐 LPBA 챔피언십 68강 서바이벌 매치.

3만4000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PBA 스타들로부터 고급 레슨을 받는 등 4개월 동안 이를 간 차유람은 초반 연이은 득점으로 2위를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7~13이닝, 19~22이닝 장기 공타의 타격이 컸다. 막판 3이닝 동안 5점을 냈지만 3위로 경기를 마친 것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후 불만족스런 표정이 가득한 차유람은 “준비한 게 발휘가 안 돼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2번째 도전에 나선 소감을 밝혔다.

분명 성과도 있었다. 1차 대회 에버리지 0.379에 그쳤던 차유람은 0.444까지 끌어올렸고 탈꼴찌에도 성공했다. 그는 “좋아진 것 같기는 하다. 지난번보다 못 칠 수는 없기 때문에”라고 웃으며 “다만 기본적인 공을 많이 놓쳐서 아쉽다”고 전했다.

 

차유람이 21일 메디힐 LPBA 챔피언십에서 스트로크를 하고 있다. 차유람은 68강에서 3위로 탈락했다. [사진=PBA 투어 제공]

 

아직은 어렵기만 한 3쿠션의 세계다.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인데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빠른 시간 경기에 몰입하는 게 쉽지 않고 그러다보니 기회를 자꾸 놓쳤다”며 “편하게 훈련장에서 하는 게 아니다보니 대회가 주는 긴장감 등을 극복하는 게 앞으로도 숙제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신감은 넘친다. 포켓볼만큼이나 3쿠션에서도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적응 문제를 해결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은 있는데 빨리 이겨내야 할 것 같다”며 “(해설위원 칭찬대로) 아무래도 얇게 치는 건 좀 편하다. 몰랐는데 3쿠션 선수들은 그게 어렵다고 하더라. 멀리 있는 공도 정확한 두께로 칠 수 있다는 건 강점”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유튜브 채널 운영 또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브이로그는 물론이고 강동궁, 오성욱, 최원준, 강민구 등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경쟁자인 서한솔, 허지연, 이미래와 대결 등이 주된 콘텐츠다.

차유람은 “실력 향상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모두 잘 알려주신다. 꼭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선수들과 친분을 맺고 소통을 하는 것만으로도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상생의 길을 걸으며 성장 중이다. 선수들은 차유람의 인지도를 활용해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내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출연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감사하고 기분이 좋으면서도 ‘왜 여기를 나오고 싶어하실까’하고 신기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며 “다른 종목에서 오면 적개심이 있을 수도 있는데 대부분 응원해주고 반겨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처음에는 아는 분들이 하나도 없었는데 하나 둘 생기다 보니 대회장에 오면 반갑기도 하고 재밌다”고 말했다.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우직하게 도전하며 성장해 나갈 계획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6,7차 대회에도 계속 나오려고 한다”며 “다음 대회는 이번 경기를 보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갈 것이다. 사실 훈련할 때 안됐던 부분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잘 안됐는데 그런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보완하면 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은퇴 3년차인 손연재는 이제 아카데미 대표와 기획자로 변신해 후배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여전히 악플과 사투 중인 손연재, 다시 리듬체조 위해 뛴다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쓴 선수다. 2014년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최초 리듬체조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고 국제체조연맹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선 역대 아시아 최고 기록인 4위를 달성한 뒤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를 향한 여론의 온도 차는 극명히 갈렸다. 실력에 비해 많은 관심을 받고 외모로 더 이슈가 된다는 것이었다. 본의 아니게 김연아와 비교되며 논란이 된 탓도 있었다.

그는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이나 외모에 대한 부분은 받아들인다. 외모 지적은 웃고 넘기기도 한다”면서도 “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처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선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 중 대표적인 게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여한 늘품체조 시연식에 참석하며 키운 논란이었다. 늘품체조가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최서원(최순실)과 차은택이 기획한 것이라는 게 문제였다. 손연재는 2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에 대한 해명을 했다.

“당시에는 제가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였고 대한체조협회 주관으로 나라에서 하는 좋은 행사라고 생각해 참석했다”며 “체조협회를 통해서 공문이 왔고 남자 체조 간판인 양학선 선수와 제가 함께 참여를 했다. 어쨌든 좋은 마음으로 참여를 했는데 나중에 안 좋게 이야기가 나와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이 많았다. 악성 루머에 대해선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한 번은 직접 말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손연재가 21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근황에 대해 전했다. [사진=CBS 김현정의 뉴스쇼 방송화면 캡처]

 

이어 “요즘 악플에 대한 이슈가 좀 많다. 나도 그 전까지는 조심스러워서 전혀 말을 하지 않고 오히려 힘내고 더 열심히 하라는 말로 듣고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리곤 했다”며 “그런데 사람이 다 똑같기 때문에 그런 작은 몇 개 아닌 악플이더라도 확실히 상처를 많이 받게 된다”고 그간 마음 고생을 털어놓으며 악플 문화 근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이 많지만 손연재는 지도자와 기획자로 제2의 인생을 열고 있다. 체조 아카데미의 대표로, 또 리프 챌린지컵을 개최해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 있다.

이번 2회 대회엔 7개국에서 150여명이 참석했는데 손연재는 “리듬체조 대회가 특히 국제 대회가 국내에서 많이 없다”며 “어린 친구들이 국제 대회를 나가기가 힘들어 한국에서 이런 국제 대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작년에 시작을 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연재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갖는 이들 중에선 은퇴 후 연예계에 발을 들일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지만 리듬체조에서 새 길을 찾았다. 그는 “뭔가 더 큰 뜻이 있었다기보다는 일단 저에게 더 맞는 일이 리듬체조 쪽이었던 것 같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당구와 리듬체조계를 대표하는 두 스타는 악플을 딛고 꿋꿋이 제 길을 가고 있다. 누가 이들의 새로운 도전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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