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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결과는 잡았지만 확신을 주지 못했던 경남 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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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결과는 잡았지만 확신을 주지 못했던 경남 수비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19.11.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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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경남FC(이하 경남)가 잔류의 희망을 이어갔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상대를 몰아쳤고, 적재적소에 득점이 터지며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시즌 내내 따라다녔던 수비 불안은 여전히 말썽이었다.

경남은 24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37라운드 성남FC(이하 성남)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김효기가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넣은데 이어, 제리치가 1대1로 맞선 후반 30분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승부의 방점을 찍었다. 경남은 승점 3점을 추가(승점 32점), 인천유나이티드FC(이하 인천)에 승점 1점 뒤진 채로 11위를 유지했다.

전반 5분 선제골을 터뜨린 경남 김효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전반 5분 선제골을 터뜨린 경남 김효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잔류를 위해서는 짠물 수비가 필요하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바쁜 쪽은 경남이었다. 성남이 지난 35라운드에서 일찍이 잔류를 확정 지은 것과 달리 경남은 인천, 제주유나이티드FC(이하 제주)와 함께 계속 강등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리그 최종전 상대가 잔류 경쟁을 펼치는 인천임을 고려한다면 이번 경기에서 상승세를 타고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경남으로선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다.

따라서 경남은 이번 경기에 사활을 걸었다. 선발 명단에서부터 강한 힘을 준 것이 느껴질 정도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들을 모두 투입했다. 최전방에 고광민과 제리치 투톱을 세워 성남 골문을 호시탐탐 노렸고, 쿠니모토-조재철-김준범-김효기로 이어지는 미드필드진도 공격적인 선수들로 꾸렸다.

문제는 수비였다. 수비가 얼마나 잘 버텨주느냐가 이번 승부의 관건일 정도로 경남은 시즌 내내 뒷문 불안에 발목을 잡혔다. 경남의 올 시즌 총 실점은 60실점으로 제주(65실점)에 이어 최다 실점 2위를 기록하는 등 수비 불안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팀들 중 하나였다.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도 경기 막판 극심한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다 잡은 경기를 여럿 놓쳤다.

경남은 수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A매치 기간 동안 합숙 훈련을 진행했다. 김종부 감독과 선수들은 지난 9일부터 함안으로 이동해 ‘짠물 수비’를 이식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합숙 훈련의 성과였을까? 예상을 깨고 경남은 전반 초반부터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했다. 경남은 활발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를 공략해 나갔다. 수비수들의 수비 부담이 있는 터라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높은 위치부터 강한 압박에 들어가며 1차 저지선을 잘 형성했다. 쿠니모토가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주며 필드 곳곳에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최전방 공격수 제리치도 빠른 공·수 전환으로 상대의 공격권을 뺏어냈다.

윗선에서 선수들이 분전해주자 경남 포백도 집중력을 높였다. 이재명-이광선-이종필-이광진으로 이어지는 포백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성남 공격수들이 공격권을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또 서보민과 주현우 등 성남의 발 빠른 윙어들이 순식간에 위험 지역으로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한 수비 숫자를 유지하며 효과적인 역습 저지를 보여줬다. 성남의 최전방 공격수 마티아스가 전반 24분 만에 교체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을 정도로 경남 수비진이 상대 공격진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 끝내 지우지 못했던 수비 불안

9월 1일 강원전 퇴장으로 아쉬워하는 경남 수비수 이광선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9월 1일 강원전 퇴장으로 아쉬워하는 경남 수비수 이광선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러나 경남 수비벽은 전반 막바지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수비수들의 잦은 실수가 불안을 야기했다. 전반 37분 이광진의 클리어링 실수를 기점으로 점점 상대에게 위협적인 찬스를 내줬던 경남은 결국 전반 40분 실점을 허용했다. 전종혁 골키퍼로부터 시작된 성남 공격에 경남 수비수들이 아무런 방해를 하지 못했고, 결정적으로 김종필이 주현우에게 뒷공간을 노출한 것이 뼈아팠다.

순식간에 분위기를 내준 경남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재명을 빼고 안성남을 투입해 수비 재정비를 꾀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았다. 한 번 흔들렸던 수비 라인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전반 초·중반까지 촘촘히 유지됐던 수비와 미드필더 간격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점부터였다. 성남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전 대부분을 웅크려 있었던 성남이 라인을 올려 그 공간을 차지하자 경남 입장에서는 답답한 흐름만이 지속됐다.

또한 후반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급격히 공격 숫자를 늘린 것도 독이 됐다. 김종부 감독은 리드를 잡기 위해 수비 숫자를 줄이면서까지 공격적으로 나섰다. 후반 12분 수비수 이광진을 빼고 공격수 배기종을 투입하면서 조재철이 오른쪽 풀백으로 이동하는 포지션 변경이 있었고, 전체적인 라인을 앞당겨 맹공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상대 역습을 도와주는 꼴이었다. 전반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을 하느라 체력 소모가 심했던 미드필드진이 상대 공격수들과의 1대1 매치업에서 열세를 보였고, 공격으로 올라선 수비수들의 수비 전환이 빠르게 되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경남의 발걸음이 무거워지자 오히려 성남이 후방에서 경남 공격을 막아낸 뒤 적은 숫자로 역습을 주도했다.

다행히 경남은 후반 30분 제리치의 앞서나가는 골과 성남 이은범의 퇴장으로 힘겨운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비 불안이 이어진다면 다음 라운드 인천 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김종부 감독도 경기 후 “공격으로 나가는 볼이 쉽게 차단되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수비 라인이 흔들렸다. 또 수비 실수가 많아지고 있는 부분도 문제점”이라며 후방 불안을 꼬집었다.

잔류를 위해 극적 반전을 노리는 경남으로선 수비력 강화가 절실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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