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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투병' 유상철로 물든 K리그, '울컥' 명장면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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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투병' 유상철로 물든 K리그, '울컥' 명장면 모아보기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1.25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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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K리그(프로축구)가 유상철(48)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향한 응원 물결로 물들었다. ‘생존왕’ 인천의 1부리그 생존을 위한 싸움이 올해도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23, 24 양일 숱한 화제를 낳은 K리그 그 중심에 단연 인천과 유 감독이 있었다.

시즌 말미 인천을 대표하는 키워드인 ‘생존’은 췌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유상철 인천 감독에게도 확대 적용됐다. 많은 이들의 격려 속에 인천은 또 다시 잔류에 한 걸음 다가섰다. 유상철로 물든 한국축구의 주말, 그 감동 명장면을 짚어보자.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사실상 결승전이 열린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는 '기적은 항상 당신과 함께 할 것, 유비'라고 적힌 걸개가 설치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유상철 감독 쾌유 기원 캠페인

구단이 유상철 감독의 투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린 뒤 지난 주말 열린 2019 하나원큐 K리그1 6경기와 K리그2(2부) 준플레이오프(PO) 경기에서는 그의 쾌유를 바라는 범리그적 캠페인이 펼쳐졌다. 24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과 상주 상무 간 맞대결 외에도 안양-부천, 울산 현대-전북 현대, FC서울-포항 스틸러스 등 경기가 갖는 의미를 막론하고 경기에 앞서 선수들은 도열했다.

선수단과 심판진 및 관계자는 물론 팬들 모두 기립해 30초간 박수를 치는 캠페인을 벌이며 유상철 감독의 쾌차를 빌었다.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강등권 탈출 등 구단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승부를 앞두고 경기장을 이룬 구성원 모두 유상철 감독을 생각하며 하나됐다.

K리그1 뿐만 아니라 K리그2 준플레이오프 경기에 앞서서도 30초간 뜨거운 박수로 유상철 인천 감독의 쾌유를 바라는 캠페인이 진행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유 감독이 없는 현장에도 그의 건강 회복을 바라는 염원이 담긴 걸개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기적은 항상 당신과 함께 할 것, 유비”, “이겨낼 수 있다 유상철!”, “유상철 감독님의 쾌유를 간절히 빕니다” 등 K리그 득점왕 출신으로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인 유 감독을 향한 응원은 지역도, 구단도 가리지 않았다.

경기를 전후해 김도훈 울산 감독, 조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 서울 최용수 감독 등이 모두 공개적으로 유 감독의 완쾌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교체 투입된 문창진(가운데)의 결승골로 인천이 13경기 만에 안방에서 승리하며 잔류에 한 걸음 다가섰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감동적인 홈경기 승리

인천은 이날 상주를 2-0으로 이겼다. 지난 5월 인천의 지휘봉을 잡은 유상철 감독이 부임한 이후 홈에서 거둔 첫 승리. 욘 안데르센 전 감독 체제에서 1승 3무 7패 최하위(12위)로 처졌던 인천은 유 감독과 함께한 이후 앞선 14경기에서 4승 6무 4패를 거두며 잔류 마지노선인 10위까지 점프했다. 하지만 홈에선 6무 6패로 웃지 못했다.
 
이날은 유 감독이 췌장암 진단 사실을 밝힌 뒤 처음 치른 경기였다. 제법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 이날 입장한 1만1916명의 관중 모두 연신 “유상철”을 외쳤다. K리그 홍보대사 유튜버 BJ 감스트(본명 김인직)는 경기에 앞서 축구팬들에게 "인천 홈구장을 가득 메워달라"며 관전을 독려했고,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 많은 팬들이 몰렸다.

유상철(가운데) 감독이 문창진 득점 때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0-0으로 팽팽히 맞선 후반 30분 교체로 들어간 문창진이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골을 도운 무고사는 유 감독 품에 안겼고, 문창진 역시 서포터즈석 앞으로 달려가 잔류 의지를 고조시켰다. 또 하나의 감동은 올 시즌 무득점에 그쳤던 외인 케힌데의 후반 43분 쐐기골이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야심차게 영입됐지만 지난 12경기 동안 득점하지 못했던 그가 가장 중요한 순간 골을 작렬한 뒤 거칠게 포효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팬들은 한참이나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유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고 응원가를 열창하며 생존을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승점 33을 쌓은 인천은 오는 30일 창원에서 11위 경남FC(승점 32)와 무승부 이상 거두면 내년에도 K리그1 무대를 누빌 수 있다.

유상철 감독이 팀 득점에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부임 후 첫 홈경기 승리를 거둔 유상철 감독은 팬들에게 '생존'을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 ‘생존’ 의지 다진 유상철

유상철 감독은 19일 팬들에게 남긴 편지에서 “팀에 피해가 되고 싶지 않다”며 “축구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우리 인천의 올 시즌 K리그1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팬 여러분께서 끝까지 우리 인천을 믿고 응원해주시듯이 저 또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또 버티겠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으로 병마와 싸워 이겨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승리한 뒤 JTBC3 폭스 스포츠와 인터뷰에서는 “성격 상 벤치에 가만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에 비를 함께 맞았다. 내년을 기약하고, 더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의미에서 더 값진 승리”라며 “마지막 경기도 최선을 다해 준비해 좋은 결과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상철 감독의 쾌유를 바라는 응원 피켓이 가득했던 인천축구전용구장. [사진=연합뉴스]
'유상철 감독님의 쾌유를 간절히 빕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 “정말 신기하다. 인천이 매번 강등될 듯하다가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고, 올 시즌도 그렇다”는 정순주 아나운서의 말에 “저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견뎌내고 이겨내서 빠르게 회복해 좋은 모습으로 찾아 뵙겠습니다”는 말로 병마에 지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다.

유 감독의 인터뷰 그 뒷배경은 굵은 빗줄기에도 아랑곳 없이 응원가를 외치는 인천 홈팬들이었다. 생존왕 인천은 또 다시 드라마를 쓰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유 감독을 향한 응원이 더해져 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인천의 잔류와 유 감독의 완치라는 축구팬들의 바람이 해피엔딩으로 귀결될 수 있을까. 지난 주말 K리그는 유상철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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