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7:37 (목)
[인터뷰Q] '청일전자 미쓰리' 차서원, 두려움이 키워낸 용기를 꺼낼 때
상태바
[인터뷰Q] '청일전자 미쓰리' 차서원, 두려움이 키워낸 용기를 꺼낼 때
  • 이승훈 기자
  • 승인 2019.11.26 16: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자 Tip!] 두려움과 용기. 다소 상반되는 느낌을 갖고 있는 두 단어가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 싶지만, 차서원은 “두려움이 있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물론 두려움과 용기의 순서가 바뀌었다거나 역설적일 수도 있다는 반응 또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20대를 대표하는 청춘의 한 명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이라면 모두 용기 냈으면 좋겠다”며 ‘청일전자 미쓰리’ 속 박도준 역에 담긴 메시지를 소개했다.

[스포츠Q(큐) 글 이승훈 기자 · 사진 주현희 기자] 배우 이창엽이 ‘차서원’으로 활동명을 바꾸면서 배우 인생의 제2막을 알렸다. 그 시작은 바로 tvN ‘청일전자 미쓰리’. 그는 다른 캐릭터들과 사사건건 갈등을 겪으면서도 정의 구현을 실현하는 박도준을 연기했다.

‘올곧은 삶’, ‘엄친아’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청일전자 미쓰리’의 박도준. 과연 배우 차서원이 바라본 박도준은 어떤 인물일까.

 

‘청일전자 미쓰리’ 차서원 [사진=스포츠Q(큐) DB]
‘청일전자 미쓰리’ 차서원 [사진=스포츠Q(큐) DB]

 

◆ 공감을 공유한 ‘청일전자 미쓰리’

차서원에게 ‘청일전자 미쓰리’는 가족, 친구들과 공감을 공유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각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지인들과 서로의 고충을 털어놓을 때마다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100% 공감은 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 일이 아니기에 공감도가 떨어질 수도 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는 ‘청일전자 미쓰리’ 이후 달라졌다. ‘보통의 삶’ 혹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때문일까. 차서원은 타인의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진심을 담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제는 친구들도 저의 직업과 일상들을 응원해주더라고요. 저 또한 박도준을 연기하면서 직장 생활하는 친구들의 생활을 더 이해하게 됐죠. 작품 속 캐릭터들이 실제 우리 주변에 있는 인물이다 보니까 감정 공유가 수월했던 것 같아요.”

‘청일전자 미쓰리’ 감독 역시 차서원에게 “박도준은 완벽한 인물로 보이면 안 된다”고 했다고. 그는 “‘대기업을 다니고 똑똑하다고 선택을 내리는 부분에 있어서 거침없이 나가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감독님의 뜻을 따라 박도준 역의 디테일한 부분을 설정하면서 ‘인물이 살아있고 인간적이다’를 느꼈다”며 한동화 PD가 박도준 캐릭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청일전자 미쓰리’에서 박도준은 외로웠다. 항상 혼자였다. 때문에 별다른 대사를 하지 않아도 해당 캐릭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표정과 눈빛, 분위기로 표현해야 한다.

“박도준은 화도 안 내고 잘 참아요. 실제 저의 성격과 비슷하기도 하죠. 참았던 게 폭발하면 할 말은 하지만, 대놓고 감정을 표출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웃음) 그래서 도준이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용기를 내면서도 두려워했던 게 달랐던 거지, 일반 사람이랑 똑같다고 느꼈죠. 자신이 선택한 부분을 어떻게 책임지느냐가 중요했던 것 같아요.”

 

‘청일전자 미쓰리’ 차서원 [사진=스포츠Q(큐) DB]
‘청일전자 미쓰리’ 차서원 [사진=스포츠Q(큐) DB]

 

◆ ‘왜그래 풍상씨’가 쏘아올린 차서원의 전성기

데뷔 이래 이처럼 큰 사랑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차서원은 지난 3월 최고시청률 22.7%를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 KBS 2TV ‘왜그래 풍상씨’에 이어 ‘청일전자 미쓰리’를 연달아 마치면서 행복한 2019년을 보냈다.

특히 ‘청일전자 미쓰리’에 대한 반응은 남달랐다. 그는 “내가 TV에 나오는 걸 낯설어했는데 이번 작품은 ‘친숙하다’고 말하더라. ‘연기도 좋아진 것 같다’는 칭찬도 들었다. 연기를 오래 해나가는 과정 중 일부 인 것 같다”며 친구들의 피드백을 언급했다.

또한 “‘왜그래 풍상씨’ 속 이외상은 어디로 튈지 모르고 거친 역할이어서 재밌게만 봐줬었는데, ‘청일전자 미쓰리’는 본인들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확실히 많은 공감을 해줬다”며 전작과 달라진 분위기를 덧붙였다.

큰 키와 훈훈한 비주얼, 수준급 연기력으로 올해 두 작품을 안정적으로 소화한 차서원. 그에게 무명 시절은 없었을 것 같지만, 사실 차서원은 지난 2013년 방송된 SBS ‘상속자들’에서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단역과 조연을 거쳐 이제는 당당한 주연 배우로 성장한 셈.

“같이 연기를 시작했던 친구들이 생각나요. ‘배우를 그만 둬야 되나?’라고 고민하는 친구도 있었는데, 항상 저한테 ‘좋은 배우로 커가는 단계를 보여줘서 고맙다’고 응원을 해줘요. 이런 말을 들으면 한 번에 큰 성공을 이루는 것보다 차근차근 해내왔던 저의 길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죠.”

 

‘청일전자 미쓰리’ 차서원 [사진=스포츠Q(큐) DB]
‘청일전자 미쓰리’ 차서원 [사진=스포츠Q(큐) DB]

 

◆ 20대의 끝자락에서

“내 생각과 다른 말이 나올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게 말하는 편”이라며 인터뷰 내내 침착한 태도를 유지한 차서원이 “서른 살의 배우 차서원은 어떤 모습일 것 같냐”는 질문에 되레 여유 있는 미소를 보였다. 차서원은 1991년생이다.

“올해 초에 ‘곧 서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왠지 모를 불안감이 생겼어요. 근데 이제는 ‘곧’이 아니라 한 달 밖에 안 남았잖아요. 30대에는 주변 사람들을 더 잘 챙기고, 제 자신 또한 견고히 다듬으면서 여유 있는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20대의 차서원은 어땠을까. 그는 “조급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조급하면 조급한대로 그 순간을 즐겼던 것 같다”며 친한 동료 배우인 양세종과 김성철을 소환했다.

“세종, 성철과 차서원의 이미지는 다르지만 만약 두 친구들과 제가 경쟁을 해야 한다면 ‘먼저 성공해라’라고 말했어요. 그러다보니까 경쟁심도, 조급함도 사라졌던 것 같아요. ‘지금 저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죠. 그 기다림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즐기고 있다 보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웃음)

 

‘청일전자 미쓰리’ 차서원 [사진=스포츠Q(큐) DB]
‘청일전자 미쓰리’ 차서원 [사진=스포츠Q(큐) DB]

 

차서원은 조급함을 이겨내거나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독특한 습관을 공개하기도 했다. 음악을 듣거나 여행을 좋아하는 차서원은 ‘단편 소설’이라고 부르기에도 짧은 글을 쓴다. 현재 대학원에서 영화과를 재학 중인 그는 그동안의 글을 모아서 ‘단편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고.

“가족애도 좋고, 판타지성이 있는 사랑 이야기도 쓰는 편이에요. 사실 장르는 가리지 않고 다 써요. 제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직은 공개할 만한 작품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나중에 좋은 글을 쓰게 되거나 살짝 공개했을 때 좋아해주신다면 완전히 오픈할 생각이에요.”

 

‘청일전자 미쓰리’ 차서원 [사진=스포츠Q(큐) DB]
‘청일전자 미쓰리’ 차서원 [사진=스포츠Q(큐) DB]

 

[취재후기] 지금까지 쓴 글들에 대해 자세히 묻자 차서원이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소설가가 된 것 같네요.”

사실 차서원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대학원 영화과에 진학한 이유는 작품을 이끄는 감독과 작가의 심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연출가에 대한 비전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는 “결국 배우가 돼가는 과정 속에서 공부하는 느낌”이라며 “작업과 일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감독의 심리를 꿰뚫고 작가의 해석에 다시 한 번 공감할 수 있는 능력까지 겸비한 차서원. 그가 앞으로 연기할 캐릭터와 작품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