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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체육대상, 한국스포츠 꿈나무 총망라 '마치 진천선수촌 사전 OT'? [SQ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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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체육대상, 한국스포츠 꿈나무 총망라 '마치 진천선수촌 사전 OT'? [SQ현장메모]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1.26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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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글·사진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2019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시상식이 열린 노보텔 엠버서더 서울 동대문 그랜드볼룸. 이날 올해 한국체육을 빛낸 6명의 여성 꿈나무들이 모였다. 신인상 및 장관상, 꿈나무상 수상을 위해서였다. 11세 유예린(탁구·청명초)부터 15세 양예빈(육상·계룡중)까지 초중고를 아우르는 기대주들이 한 테이블에서 대기했다.

야구 박민서(15·성동리틀야구단)와 피겨스케이팅 이해인(14·한강중), 배드민턴 김민지·김민선(13·남원주중) 쌍둥이 자매와 총 6명의 소녀들과 지도자상 영예를 안은 김일순(50) 한 테니스아카데미 원장이 마주앉은 테이블은 처음에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정적을 깬 순간은 6명이 장관상 및 꿈나무상을 받고서 차례로 수상소감을 밝힌 순간이었다.

왼쪽부터 김민지-김민선 자매(배드민턴), 이해인(피겨스케이팅), 박민서(야구), 유예린(탁구), 박혜정(역도).

김민지-민선 자매가 분위기를 바꿨다.

김민지는 “영광스런 상을 (복식)파트너이자 사랑하는 동생 (김)민선이와 받게 돼 기쁘다. 열심히 가르쳐주신 코치 선생님과 뒤에서 묵묵히 지켜봐주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자만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해 2024 파리 올림픽을 목표로 우리나라를 빛내는 선수가 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자매인 김민선은 김민지와 같은 수상소감을 준비하기라도 한 듯 어투만 다를뿐 같은 문장들로 이뤄진 소감을 전해 청중들로 하여금 ‘엄마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박민서는 “뒷바라지 해주시는 부모님과 정경하 성동구 리틀 야구단 감독님을 비롯해 도움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큰 상에...”라며 한창 잘 나아가다 갑자기 멈췄다. 이윽고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겠다”며 가까스로 매듭지었다. 무대에서 내려온 뒤 만난 박민서에게 "준비한 것을 잊어버린 것이냐"고 묻자 그는 멋쩍게 웃으며 “따로 준비한 건 아니였다”라며 손사래 쳤다.

유남규 한국여자 탁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딸 유예린은 이날 수상자 중 가장 어렸다. “한국 탁구대표로서 아빠처럼 세계를 알릴 수 있는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는 말에 객석에서는 연신 “귀여워”라는 외마디가 터져 나왔다.

이해인은 또래의 다른 종목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한국 역도의 미래 박혜정(16·선부중)은 “이 상을 받게 해준 여성신문, 실업연맹, 체육회..."라며 주최 및 주관사를 언급, 맏언니다운 포스를 뽐냈다.

수영 김서영(25·경북도청)이 대상을 수상한 뒤 시상식은 만찬으로 이어졌다. 수상소감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 6인의 기대주들은 이제는 식사를 하면서 말을 터기 시작했다. 식사가 마무리될 때쯤 이해인과 박민서, 김민지·민선 남매가 번호를 주고받는 등 많이 친해진 듯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이해인은 “다른 종목을 하는 또래 친구들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면서 “번호를 주고받았고, 빙판 위에서의 경쟁 분위기에서 벗어나 신기했던 하루”였다고 돌아봤다.

김일순 원장은 먼저 자리를 뜨며 테이블에 앉은 딸뻘 선수들에게 “미운 말 쓰지말라”는 훈계를 남겼다.

순간 이 테이블이 마치 진천선수촌에서 만날 선수들이 미리 만난 사전 오리엔테이션(OT) 현장 같다는 생각이 기자의 뇌리를 스쳤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시상식 당시 대부분 짧은 소감과 쭈뼛한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면 이날은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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