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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력왕' SK 하재훈, 천상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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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력왕' SK 하재훈, 천상 마무리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11.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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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하재훈(29·SK 와이번스)의 2019년은 더할 나위 없었다.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듬직했다. KBO리그 61경기 59이닝 5승 3패 36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방어율) 1.98을 기록했고 포스트시즌(플레이오프) 1경기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4경기에서도 무실점했다.

하재훈은 지난 25일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시상식에서 세이브상을 받고 “이렇게 큰 무대에서 상을 받아 영광스럽다”며 “저를 뽑아주신 스카우트와 키워주신 손혁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SK가 최고의 투수 위치에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하재훈은 2009년 마산 용마고를 졸업하고 미국 마이너리그(시카고 컵스), 일본프로야구(야쿠르트 스왈로즈), 일본독립리그를 거쳤다. 본래 포지션은 외야수였는데 염경엽 SK 감독과 스카우트들의 설득으로 마운드에 섰다.

하재훈이 세이브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DB]

개막 직전 미디어데이에서 포수 이재원이 “하재훈의 직구가 마치 돌덩이 같다”고, SK 관계자도 “회전수(RPM)가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만큼 나온다. 꼭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을 보는 것 같다”고 극찬한 이유가 있었다.

결과는 대박. 프랜차이즈 한 시즌 최다 세이브(이전 2003 조웅천·2012 정우람 30개)보다 6개를 얹어 SK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타이틀 홀더가 됐다. 한 해 동안 투수코치로 하재훈을 지도하고 키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손혁 감독은 “재훈이는 지금까지 내가 본 투수 중에서 가장 심장이 좋다”고 극찬했다.

어떤 위기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 비결이 무얼까. 하재훈은 수상소감에서 “타고난 강심장은 없다”며 “긴장을 하는 데 어떻게 해결하느냐의 노하우만 있을 뿐”이라고 설명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시상식 이후 만난 그는 “나도 심장이 약하다. 경험하지 않으면 귀신도 벌레도 무섭다”며 “무서운 걸 봤어도 또 보면 무섭지 않다. 어디에서 뭐가 나올지 다 알면 참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2019 KBO리그 세이브 1위 하재훈. [사진=연합뉴스]

시즌 중 가장 무서운 순간을 묻자 터프세이브 상황이 아니라 “시즌 중반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 염경엽 감독님 방에 불려갔을 때”라는 답이 나왔다. “다른 선수들은 3시간씩 있다고 하는데 저는 그리 길게 있진 않았다. 짧게 끝났다”고 미소를 지은 데서 하재훈의 담력을 짐작할 수 있다.

새해는 더욱 중요하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2년차 징크스’가 닥칠 수 있다. 이젠 다른 팀들이 데이터를 쌓았고 하재훈을 집중분석할 테다. 타이틀 경쟁도 치열할 전망. 막판까지 치열히 싸운 고우석(LG 트윈스)이 있고, 국가대표로 경험을 쌓은 조상우(키움), 문경찬(KIA 타이거즈)의 성장이 예상된다. ‘끝판왕’ 오승환(삼성 라이온즈)도 복귀했다.

하재훈은 “남들은 목표를 세우고 하는데, 목표라는 부담감 때문에 무너질 수 있는 것 같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면 또 긴장하기 마련”이라며 “올 시즌에는 연투가 힘들었다. 내년에는 하고 싶다. 살부터 빼겠다. 한 달 뒤면 10㎏이 줄어 있을 것”이라고 눈을 반짝였다.

두둑한 배짱으로 KBO 입성 첫 해 고지를 점령한 하재훈이 소포모어 시즌엔 또 어떤 재미를 선사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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