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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만점 활약' 이재원,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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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만점 활약' 이재원,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 주고 싶다"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19.12.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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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득점력 부재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재원(22)이 폭발했다. 그도 자신의 활약에 만족하는 듯 연신 미소를 잃지 않으며 다음 시즌을 향한 행복한 청사진을 그렸다.

성남FC(이하 성남)는 지난달 3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19 38라운드 제주유나이티드FC(이하 제주)전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성공적인 시즌을 마무리했다. 전반 30분 이창용의 선제골과 전반 44분 이재원의 추가 득점으로 앞서나간 성남은 후반 23분 안현범에게 추격골을 허용했으나, 후반 36분 이재원의 쐐기골로 승기를 잡았다.

데뷔골을 넣고 기뻐하는 성남 이재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데뷔골을 넣고 기뻐하는 성남 이재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동기 부여 측면에서 성남이 불리함을 안고 시작했다.

직전 라운드 패배로 2부 리그 강등이 확정된 제주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어떻게든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칼을 갈고 나왔기 때문이다.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전력 누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베스트 멤버를 꾸려 성남을 압박했다.

남기일 감독도 경기 전 인터뷰에서 “전력으로는 압도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힐 만큼 어려운 승부를 예상했다.

하지만 성남은 예상을 깨고 3-1 대승을 만들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날 이재원의 활약상이 그 누구보다 눈부셨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재원은 전반 초반부터 왕성한 활동량으로 제주 공격을 막아냈다. 다양한 세트피스 플레이와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제주의 변칙적인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그는 K리그 최고 미드필더로 꼽히는 윤빛가람과 맞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두 선수는 포지션 상 계속 맞부딪혔고, 이재원이 1차 저지선을 잘 세우며 성남 수비 라인을 단단히 쌓아갔다. 그는 “윤빛가람 선수가 제주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하다 보니 그만 잘 막으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압박을 강하게 했고, 그것이 주효했다”며 수비 비결을 밝혔다.

이재원이 윤빛가람을 꽁꽁 묶자 제주 공격은 금세 무뎌졌다. 전방으로 나가는 공격이 신통치 않았고, 중원 부분에서 실수도 늘어났다. 성남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수비에 집중하던 성남이 라인을 깨고 공격적으로 나섰고, 전반 30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창용이 선제골을 성공시켜 서서히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전반 44분 이재원의 추가골로 탄천종합운동장은 한층 뜨거워졌다. 문지환-공민현-이재원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팀플레이를 구현해 낸 멋진 득점이었다. 프로 데뷔 골을 뽑아낸 이재원은 양 팔을 펼치며 짜릿한 기쁨을 맛봤다. 그는 “앞선 상황에서 (문)지환 형을 믿고 패스를 넣어줬고, 제주 수비가 달라붙기 전에 출발을 먼저 했다. 이후 (공)민현 형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지만 뒤에서 소리치는 것을 듣고 나에게 공이 올 것을 알았다. 두 형들이 잘 만들어준 결과다. 그리고 슈팅을 할 때 집중을 많이 했기 때문에 득점으로 연결됐던 것 같다. 사실 골이 들어갈 줄 몰랐는데 득점에 성공해 행복한 순간이었다”며 득점 상황을 회상했다.

이재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반전에도 공·수 가리지 않고 날카로운 플레이를 보여줬던 그는 후반 36분 멀티 골을 뽑아냈다. 프로 데뷔 이후 첫 득점도 모자라 멀티 골까지 성공시키며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오늘은 열심히 뛰자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찬스가 났다. 이전에 코치님이 찬스가 나면 자신 있게 하라고 하셨는데 마음 편히 플레이를 하다 보니 멀티 골까지 넣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기일 감독도 이재원 활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기일 감독은 “시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가능성 있는 선수라고 여겼다. 오늘도 찬스를 잘 만들었다. 공·수 부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잘 했던 선수다. 오늘 경기 수훈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재원은 “포지션이 수비형 미드필더인데 항상 주문대로 밑에서 수비하다가 공을 뺏으면 공격적으로 나섰다. 오늘도 그 목적으로 경기에 나갔는데 경기가 잘 풀렸다. 수비도 생각보다 잘 됐고 득점까지 성공한 것을 보면 감독님 주문을 잘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 이재원은 여느 때보다도 밝아 보였다. 그동안의 아쉬움과 답답함을 훌훌 털어낸 모습이었다. 그만큼 자신이 원했던 대로 풀리지 않은 경기가 많았고 이로 인해 마음고생도 심했기 때문이다. 그 심정은 그의 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보통’ 정도였는데, 이번 경기 이후로는 스스로에게도 후한 점수를 줘도 될 것 같다. 사실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번 시즌 16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득점이 터지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다. 특히 팀 득점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였다. 다행히 오늘 경기에서 멀티 골을 터뜨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번 경기를 계기로 다음 시즌에는 폭풍 성장 했으면 좋겠다”며 내년 시즌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시즌 중반 낙담과 고통의 시간을 깨고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최고의 반전을 보여준 이재원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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