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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종현, "쉬운 길만 찾으면 위험한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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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종현, "쉬운 길만 찾으면 위험한 걸 안다"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5.07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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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상견례2' 배우 홍종현

[300자 Tip!] "10점 만점에 5점요."

배우 홍종현(25)은 영화 '위험한 상견례2'에서의 자신의 연기에 절반의 점수를 매겼다. "생각보다 잘 해낸 것 같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첫 상업영화 주연이고, 처음으로 도전하는 장르이기도 해서 혼자 걱정이 많았다"지만 담담한 표정이었다.

'위험한 상견례2'는 2011년 개봉한 1편에 이어 4년만에 나온 영화다. 홍종현은 지명수배자 부모의 아들 한철수 역을 맡아 진세연(박영희 역)과 연인 호흡을 맞췄다. 철수는 영희에게 첫눈에 반해 그와 결혼하기 위해 부모의 지원을 뿌리치고 7년째 경찰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인물이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최대성 기자] '위험한 상견례2'를 마친 홍종현은 "아쉽기도 하지만 자신감이 생겼다"며 "만약 다음에 코믹영화에 출연하게 된다면 좀 더 중심에서 재미를 이끌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 "더 찌질해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자신감 얻은 '위험한 상견례2'

홍종현은 이번 영화에서 그간의 연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트레이닝복 차림에 수염을 깎지 않은 인상으로, 여자친구에게는 애교를 부린다. 쓰레기에 푹 파묻히기도, 술에 취한 연기를 하기도 한다.

"극의 후반부로 가면 이미지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격차를 크게 두고 싶었어요. 풀어지고 망가진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처음이다보니 욕심도 좀 있었고요."

영화를 연출한 김진영 감독은 홍종현의 이미지를 생각해 "이 정도면 됐다"고 했지만, 연기한 그는 "더 찌질하게 나왔으면 했다"고 말했다. 망가지는 건 어렵지 않았으나, 정작 표현하기 어려웠던 장면은 영희를 상대로 애교를 보여줄 때였다.

 

"닭살떠는 장면이 어려웠어요. '했쪄' 이런 식으로 혀 짧은 소리를 내야 했는데 차마 '쪄' 소리가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이밖에도 영희와 이별하는 장면, 취중진담 장면 같은 부분이 어려웠어요. 이런 장면들은 철수는 항상 긍정적으로 영희를 생각하면서 잘 헤쳐나가려는 사람이었는데, 처음으로 힘들고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제일 짠해 보이는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주연 영화'라는 부담감이 있었으나 홍종현은 흔들리기보단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 그는 "사람인지라 게을러지고 나태해지는데, 이런 게 잦아지면 스스로 정해 놓은 약속을 깨게 된다. 이 점을 지키면서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 밝은 캐릭터 택한 이유 "틀 깨고 다양한 모습 보여주고 싶어" "쉬운 것만 찾으면 위험"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간만이다. 홍종현은 그간 '여자만화 구두', '마마' 등에서 주로 '멋있는' 남자를 연기했다. 차가운 인상과는 달리 여성 캐릭터를 감싸주는 모습에 익숙했다.

"밝고 장난기도 있는 캐릭터를 맡고 싶었어요. '위험한 상견례2'의 대본을 보니 망가지는 모습도 있고, 풋풋한 애정전선, '오글거리는' 장면도, 액션도 있었죠. 이런 다양한 모습들이 있어서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보시는 분들도 이런 다양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봐 주시면 좋겠고요."

이번 영화 출연은 홍종현이 평소 경계하는 것과도 통했다. 익숙한 이미지나 본인에게 편한 캐릭터만을 고집하면 안 된다는 것.

"오디션을 보고 대본을 받는데, 언젠가부터 그 캐릭터가 다양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냉정하고 시크한 인물일 때가 많았죠. 이 모습이 지속된다면 다양한 연기를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든 어떤 것이든, 일을 하다보면 자신에게 맞고 쉬운 것들만 찾게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이 들 때부터 위험해지는 것 같아요.

멋있을 땐 멋있지만, 망가질 땐 확실히 망가지고. 여러 모습을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 가지 모습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제게 있는 다른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 관심받는 라이징 스타, 선악 오가는 다양한 배역 해 보고파

홍종현은 모델 활동으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당시에도 적지 않은 팬들이 있었고, 연기와 예능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지금은 팬덤이 더 커졌다. 영화 촬영장이나 언론시사회 때는 팬들이 흥행을 기원하는 선물을 마련하기도 했다.

"깜짝 놀랐어요. 아침부터 얼마나 정성스레 준비하셨겠어요. 기자 분들이 잘 받았다는 말씀을 해 주시는데 제가 드린 건 아니지만 기분이 좋았어요."

이만큼 대중에게서 관심도 많이 받고 있는 시기이고, 응원해주는 팬들에겐 항상 고맙지만 그에게는 고민도 없을 수 없는 시기다.

"열심히 잘 해야겠다는 생각과 고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는 시기라는 게 달라요. 제가 맡는 역할의 비중도 커졌고,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담과 걱정도 있지만 응원으로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려고 해요."

 

홍종현은 평소 자전거, 오토바이 타기, 축구를 즐긴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그는 이번 영화에 살짝 들어간 액션 신을 찍으며 몸을 쓰는 연기에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좀 더 나이가 들면 누아르 영화에도 출연해보고 싶고,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장르와 주제의 작품에서 연기해 보고 싶다.

"감독님들께서 '착해 보이기도, 나빠 보이기도 하는 외모'라고 평해 주세요. 소화할 수 있는 배역이 다양하다는 뜻이 아닐까 싶어서 이런 점을 말씀해 주실 때 꼭꼭 기억해 두고 있어요.(웃음)"

연기를 시작한 초기, 홍종현은 '정글피쉬2',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등 불안한 청춘을 연기했다. 올해 스물 여섯, 20대 중반에 온 그는 앞으로 어떤 연기에 욕심을 낼까.

"전형적인 것보다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어요. 전형적인 선역보다는 '입체적인 악역'에 매력을 느껴요."

 

[취재후기] "모델 활동을 할 때는 사진을 찍거나 컬렉션에 서기 때문에 최고의, 완벽한 모습을 만드는 작업에 익숙해요. 그래서 연기를 할 때 망가지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홍종현의 말과 비슷한 맥락에서, 그를 만나보기 전 겉만을 보고 생각했던 편견이 없지 않았다. 실제로 마주한 그는 자신을 포장하려 하지 않는 꾸밈없는 태도를 보인다. 질문과 답보다는 대화를 하려는 인터뷰이고, 크지 않은 목소리와 "많이 웃었다"는 끝인사는 인상적이다. 이처럼 '다시 보고싶은' 점은 배우의 중요한 매력이 아닐까.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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