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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의 해축돋보기] '신계 싸움닭(?)' 세르히오 라모스의 숨은 매력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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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의 해축돋보기] '신계 싸움닭(?)' 세르히오 라모스의 숨은 매력찾기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2.0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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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로 통하는 박지성이 지난 2005년 7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진출한 이래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주말마다 해외축구에 흠뻑 빠져듭니다. 그 속에서 한 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울 법한 이야기들을 인물을 중심으로 수면 위에 끄집어내고자 합니다. 고성능 돋보기를 갖다 대고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편집자 주]

2003년 스페인 라리가(1부) 세비야에서 데뷔한 세르히오 라모스(33·레알 마드리드)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비수입니다. 지난 10월 노르웨이와 2020 유럽축구선수권(유로) 예선 원정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해 A매치 168회로 스페인 선수 최다출전 기록을 세웠습니다. 종전 기록은 세계적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38·FC포르투)가 갖고 있던 167회지요.

라모스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최정상 기량을 보여주는 수비력은 물론 팀이 꼭 필요할 때마다 골망을 출렁이는 의외의 득점력? 그 외에 라이벌 클럽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는 물론 대표팀 선배 카를레스 푸욜(은퇴)과도 설전을 마다않는 그의 ‘싸움닭’ 기질 역시 라모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가 보여주는 거친 이미지 말고 라모스의 꾸준함과 자기관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세르히오 라모스가 부폰이 가지고 있는 현역 A매치 최다출장 기록에 근접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05년 3월 18세 361일의 나이에 스페인 국가대표 소속으로 처음 피치를 밟은 라모스는 2013년 A매치 100회를 돌파, ‘센추리클럽’에 가입하더니 그 뒤로도 지금껏 70경기를 더 뛰었습니다. 

이 기세라면 라모스는 머지않아 세계축구 사상 A매치 최다출장 선수로 이름을 올릴 전망입니다. 현재 A매치 최다출장 기록은 184경기를 뛴 아흐메드 하산(이집트·은퇴)이 갖고 있는데 단 14경기만 남겨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 유로에서 스페인이 좋은 성적을 낸다면 내년 하반기 혹은 늦어도 2021년 상반기쯤이면 이 기록을 깰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는 최근 내년 도쿄에서 열릴 하계올림픽에도 출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라모스는 도쿄 올림픽에 와일드카드(23세 이상 선수를 3명까지 명단에 올릴 수 있는 제도)로 출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학범호’ 한국 22세 이하(U-22) 대표팀이 본선에서 만날 수 있는 팀 중 하나여서 더욱 눈길을 끌기도 합니다. 

그는 10월 노르웨이전을 마친 뒤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를 통해 “그런 기회를 가진 이라면 누구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림픽 출전 열망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라모스는 스페인에서 유로 2008, 2012 우승과 2010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공 월드컵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습니다. 이제는 올림픽 금메달도 욕심내고 있는데 유로 트로피를 처음 들어 올린 게 벌써 11년 전이니 10년 넘게 스페인처럼 발군의 스타플레이어가 넘쳐나는 팀에서 넘버원 센터백으로 살아남았다는 게 참으로 대단합니다.

카시야스의 기록을 깨던 날 그가 보여준 행동을 통해 대표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날 옐로카드를 추가했고, 경고누적(3장)으로 이어진 스웨덴전에 결장하게 됐습니다. 사흘 뒤 예정된 경기에 뛸 수 없게 된 그는 통상적으로 일찍 소속팀에 복귀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대표팀에 남아 유로 본선 진출에 힘을 보태겠다고 선언합니다. 

무적함대 영광의 시대를 함께했던 동료들이 모두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주장으로 수비를 지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비록 스웨덴전 승리를 따내진 못했지만 그가 팀을 위해 보여준 헌신이 박수를 부릅니다. 당시 라모스는 “(최다출장) 기록은 오랜 시간 선수생활하며 받은 큰 보상이자 엄청난 자부심이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때마다 설레는 감정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면서도 “할 수만 있다면 168번째 출전 기록과 노르웨이전 승리를 기꺼이 바꿨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가 햇수로 15년째 무적함대 뒷문을 지키는 동안 세계 축구를 주름잡았던 동료들이 모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다비드 비야(은퇴)와 페르난도 토레스(은퇴), 사비 에르난데스(은퇴)는 2014년 대표팀 여정을 마쳤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비셀 고베), 헤라르드 피케(바르셀로나)도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을 끝으로 유니폼을 반납했습니다.

유로 2008-2010 월드컵-유로 2012 메이저 3연패라는 전무후무한 대업을 함께한, 스페인 역사상 최고 전성기 멤버 중 아직 남아있는 이는 라울 알비올(비야레알)과 라모스 뿐입니다. 알비올이 주로 백업으로 뛴다는 걸 감안하면 라모스의 ‘롱런’은 감탄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라모스는 소위 대표팀에서만 잘하는 ‘애국자’도 아닙니다. 과거 루카스 포돌스키(비셀 고베·독일)나 미로슬라프 클로제(은퇴·독일)처럼 소속팀에서 미진하더라도 대표팀에서만큼은 날아다녔던 이들과는 결이 다릅니다. 

그의 성실성은 소속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지난 10월 레가네스와 홈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2003~2004시즌 데뷔한 그는 첫 해를 제외한 모든 시즌 득점했습니다. 16시즌 연속 골 맛을 본 라리가 선수는 지금껏 메시와 라모스가 전부죠. 현재까지 리그 472경기에 나서 63골 40도움을 생산했습니다.

엘클라시코가 벌어질 때면 메시(왼쪽)와 신경전을 벌이는 라모스를 발견할 수 있다. [사진=AP/연합뉴스]

2005~2006시즌부터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으니 구단의 혼과 같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아르연 로번, 루드 반 니스텔루이, 웨슬리 스네이더(이상 네덜란드), 카카(브라질), 사비 알론소(스페인) 등 축구사에 족적을 남긴 선수들은 물론 파비오 카펠로, 카를로스 안첼로티(이상 이탈리아), 조세 무리뉴(포르투갈), 라파엘 베니테스(스페인) 등 내로라하는 명장들이 모두 거쳐 가는 동안 팀을 꿋꿋이 지켰습니다.

특히 2013~2014시즌 우승 이후 2015~2016시즌부터 3시즌 연속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정상에 오른 역사의 한가운데 그가 있었습니다. 팀의 ‘리빙 레전드’로 발돋움한 그는 여전히 정신적 지주로 레알의 상징처럼 군림합니다. 

UEFA는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역대 UCL 베스트11을 발표했는데 라모스가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UEFA 올해의 팀에 들었던 횟수를 기준으로 했는데 총 8회로 호날두(13회), 메시(10회)의 뒤를 이었죠.

라모스는 A매치 출장 200경기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유럽 1위이자 전체 4위에 올라있는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이탈리아)의 176회 출전 기록을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라모스의 꿈이 이뤄질까요?

세계를 대표하는 공격수 메시와 호날두가 세계축구를 양분한다고 하지만 수비에서는 라모스만큼 꾸준한 인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라모스는 실력뿐만 아니라 꾸준함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는 것을 알고 그의 경기를 본다면 그의 거친 성향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요? 이른바 ‘신계’ 공격수가 메시와 호날두라면 수비에선 단연 라모스를 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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