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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토트넘 분석] '무리뉴 더비' 승자가 솔샤르의 맨유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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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토트넘 분석] '무리뉴 더비' 승자가 솔샤르의 맨유인 이유
  • 김대식 명예기자
  • 승인 2019.12.0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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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대식 명예기자] 친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향한 조세 무리뉴 감독의 복수는 실패로 끝이 났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의 계획된 전술은 무리뉴의 토트넘을 꽁꽁 묵었다.

맨유가 5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EPL) 15라운드에서 마커스 래쉬포드의 맹활약으로 토트넘에게 2-1로 승리했다.

희비가 엇갈린 솔샤르와 무리뉴 [사진제공=연합뉴스]
희비가 엇갈린 솔샤르와 무리뉴 [사진제공=연합뉴스]

무리뉴 감독이 다시 올드 트래포드로 돌아오는 경기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경기지만 결과에서도, 내용에서도 맨유가 토트넘에게 완승을 거둔 경기였다. 토트넘은 현대축구에서 중요한 압박과 전환에서 맨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 비슷한 압박 체계, 차원이 다른 속도

4-2-3-1 포메이션으로 똑같은 포메이션을 꺼내든 맨유와 토트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비슷한 전방 압박 체계를 선보였다. 양 팀은 스트라이커가 상대 중앙 수비수를, 양 윙어들이 윙백을 향해 압박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상대 중앙 미드필더가 공을 받지 못하도록 견제했고 중앙 미드필더들도 상대 중앙 미드필더들을 압박 범위에 두면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맨유는 토트넘의 압박에 크게 방해받지 않고 빌드업을 진행했지만 토트넘은 맨유 압박에 굉장히 고전했다. 그 이유는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의 간격 차이에 있었다.

토트넘 압박은 맨유를 괴롭히지 못했다
솔샤르는 린가드와 그린우드를 통해 토트넘 압박을 풀어냈다

솔샤르 감독은 토트넘이 압박에 나서면 메이슨 그린우드와 제시 린가드를 이용했다. 스콧 맥토미니와 프레드에게 공이 연결되면 그린우드와 린가드가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위치로 내려오면서 빌드업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솔샤르는 린가드와 그린우드를 통해 토트넘 압박을 풀어냈다
맨유 압박에 완벽히 묶인 토트넘의 빌드업

그러나 토트넘은 해리 윙크스와 무사 시소코 주변에 패스를 받아줄 수 있는 동료가 부족했다.게다가 윙크스와 시소코는 강한 압박 속에 빌드업을 잘하는 선수가 아니였다. 토트넘 선수들의 전체적인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토트넘의 빌드업 체계는 맨유의 압박을 풀어내지 못했다.

패스가 중원을 거치지 못하자 자연스레 롱패스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토비 알더베이럴트와 다빈손 산체스는 합쳐서 28개의 롱패스를 기록했는데, 이는 무리뉴 감독 부임 후 가장 높은 숫자였다. 토트넘이 빌드업에 있어서 얼마나 고전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였다.

 

# 맨유의 의도된 좌측 공격

맨유는 마커스 래쉬포드의 속도를 활용해 수비 안정감이 떨어지는 오리에와 산체스를 공략하고자 했다. 린가드가 좌측에 계속 위치하면서 래쉬포드를 보좌했고, 래쉬포드는 공을 받으면 오리에와 계속 일대일 경합을 시도했다. 실제로 맨유는 득점과 위협적인 장면은 대부분 좌측에서 나왔다.

물론 이런 맨유의 공격 작업은 무리뉴 감독 부임 후 토트넘이 오리에를 전진시키는 비대칭적인 공격 대형을 역이용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래쉬포드의 속도를 이용해 상대 후방 공간을 공략하는 형태는 솔샤르 감독이 다른 빅클럽을 상대할 때 자주 사용했던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무리뉴 감독은 비대칭 전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최근 득점 감각이 뛰어난 래쉬포드를 의식한 듯 오리에를 평소보다 높게 전진시키지 않았다.

토트넘 우측을 의도적으로 공략한 맨유
토트넘 우측을 의도적으로 공략한 맨유

그러나 토트넘 문제는 윙어들의 수비 가담 속도였다. 특히 루카스 모우라의 수비 가담이 좋지 못했다. 모우라가 수비로 내려오지 못하자 중앙 미드필더인 시소코가 우측으로 이동해 오리에를 지원하기 위해 이동했다. 시소코의 측면 지원으로 인해 토트넘은 부가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먼저 중원에 숫자가 부족해졌다. 시소코가 측면으로 이동하자 윙크스 혼자서 중원을 수비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맨유는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했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맨유 중앙 미드필더 좌측을 지원하면서 토트넘의 우측을 계속 공략했다.

측면에서 기형적인 빌드업 대형이 만들어진 토트넘
측면에서 기형적인 빌드업 대형이 만들어진 토트넘

반대로 토트넘은 측면에서 부분 전술이 자주 나오지 못했다. 토트넘이 공격할 때도 시소코가 오리에의 후방 공간을 수비하기 위해 측면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시소코가 오리에보다 뒤에 위치하자 토트넘은 측면에서 기형적인 빌드업 체계가 형성되며 측면 공략에 실패했다.

또한 역습 전환 속도가 저하됐다. 토트넘은 델레 알리나 손흥민이 위치한 좌측에서 역습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선 역습의 시발점이 되는 패스의 질이 너무 떨어졌다. 중원을 장악하지 못했고 중앙 미드필더들과 공격진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서 토트넘이 기록한 턴오버는 무려 17개로, 이는 지난 3경기에서 보여준 턴오버의 평균치에 2배 가까운 기록이다. 이는 토트넘이 공격 전개에 있어서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결국 무리뉴는 후반 20분 이후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투입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비대칭 전술로 형태를 전환했지만 경기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노리는 맨유와 토트넘에게 있어서 분수령이 될 수 있는 경기였다. 토트넘에 부임해 친정팀을 만난 무리뉴 감독에게도, 경질설이 끊이지 않는 솔샤르 감독에게도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경기 후 인터뷰에서 무리뉴 감독도 “맨유가 전체적으로 승리할 자격이 있다”고 밝혔듯이 경기 전체적으로 맨유가 원한대로 흘러간 경기였다. 계획된 압박 체계로 상대 중앙 미드필더들을 묶으면서 주도권을 가져왔고, 래쉬포드가 두 골을 만들어내면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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