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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와 함께라면' 베트남 축구 매 순간이 축제 [2019 SEA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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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와 함께라면' 베트남 축구 매 순간이 축제 [2019 SEA게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2.11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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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박항서(60) 감독 없이 베트남 축구를 설명할 수 있을까.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이 10일(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SEA) 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60년 동안 간절히 그리던 성과를 박항서 감독과 함께 이뤄냈다. 1959년 초대 대회 때 남베트남이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지만 베트남 현지에선 이를 언급하길 꺼리고 있다. 그만큼 통일 베트남 우승에 큰 의미가 실린다.

 

베트남 축구가 10일 2019 동남아시안(SEA) 게임 남자 축구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단이 박항서 감독에게 헹가래로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번 대회 베트남은 거칠 것이 없었다. 조별리그에서 4연승을 달린 뒤 숙적 태국을 만나 전반 2골을 먼저 내주고도 후반 힘을 내며 무승부를 만들었다. 태국은 조별리그에서 짐을 싸서 돌아가야 했다.

토너먼트는 오히려 쉬웠다. 베트남은 캄보디아와 준결승에서 4-0, 이날 결승에서도 초반부터 밀어붙인 끝에 3-0 완승을 거뒀다.

박항서 감독은 경기 막판 거칠게 나오는 인도네시아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해 항의를 하다가 퇴장을 당했지만 그의 관중석행은 베트남 관중들에겐 오히려 팬 서비스와 같았다. 관중들은 베트남 축구 영웅의 이름을 연호했다.

 

베트남 축구는 60년 만에 SEA게임 축구 정상에 올랐다. 선수단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퇴장을 당했던 박항서 감독은 경기가 종료되자 그라운드로 내려왔고 선수들은 헹가래로 화답했다.

박항서 감독은 경기 후 “나의 퇴장보다 우승이 우선이었다”며 팀을 우선시 하는 자세를 보였다.

베트남 매체 ZING은 “박항서 감독은 선수들이 파울을 하거나 당할 때마다 주심이나 상대 감독과 언쟁을 벌이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며 이날 심판에게 항의하다 퇴장까지 당한 장면을 두고는 “마치 새끼를 보호하려는 닭 같았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엔 박항서 감독 대신 이영진 수석코치가 나섰다. 박 감독은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를 통해 “60년 만에 한을 풀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이 기쁨을 모든 분들과 나누고 싶다”면서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도 베트남 거리는 붉은 물결로 가득찼다. 베트남이 우승을 확정짓자 하노이 시내는 축제의 현장이 됐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은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 지휘봉을 잡았다.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동시에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았지만 박 감독은 주저하지 않았다.

부임 2개월 만에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박항서 감독은 팀을 몰라보게 변신시켰다. 본선 진출이 전부였던 팀을 준우승까지 이끌었다. 그해 여름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팀을 4위에 올려놨다. 이 역시 베트남 축구 최초.

A대표팀에도 박항서 효과는 명확히 나타났다. 지난해 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0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태국의 아세안 축구 맹주 시대 종말을 고했다.

올 초엔 아시아 전체로 범위를 넓혀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AFC 아시안컵에서 팀을 처음으로 8강에 올려놓은 것.

 

박항서 감독 부임 후 달라진 베트남 축구의 위상. [사진=연합뉴스]

 

진통 끝에 3년 재계약에 합의한 박항서 감독은 곧바로 성과를 내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톱 시드 아랍에미리트연합(UAE)까지 물리치며 3승 2무로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사상 처음 최종예선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더불어 U-23 대표팀에 없었던 우승 트로피까지 안기며 베트남 현지에서 그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선 여지없이 거리응원이 펼쳐졌고 금성홍기와 함께 태극기도 나부꼈다. 베트남의 우승이 확정되자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연신 박항서 감독의 이름은 연호했다.

박항서 감독과 끊이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어온 베트남 축구다. 아직 만족할 줄 모르는 박항서 감독이 있기에 베트남은 그를 향한 기대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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