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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 조직력' 용인 수지구, 그들이 늘 상위권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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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 조직력' 용인 수지구, 그들이 늘 상위권인 이유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5.07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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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팀 탐방] '안경환호' 수지구 매년 우승컵 비결, "수비는 불확실성 줄이는 최선의 방법"

[용인=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붙어라 붙어!” “다리 움직여야지!”

붉은 유니폼에서 강렬함이 느껴진다. 마치 프로야구처럼 외야 중계플레이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강팀이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플레이 하나하나가 체계적이다. 서 있는 위치가 조금 어긋나거나 송구가 크게 벗어나자 안경환(44) 감독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해진다.

경기 용인 수지구는 리틀야구를 논할 때 절대로 빠져서는 안되는 팀이다. 2009년 12월 창단한 이 팀은 데뷔 시즌이었던 2010년 스포츠토토배, 용산구청장기 준우승, 계룡시장기 3위에 오르며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 수지구 레스피아 내 공원에 위치한 야구장은 전국 어느 팀의 시설과 견줘도 뒤질 것이 없다.

2011년 준우승 1회, 4강 1회의 성적을 낸 후 2012년부터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우승컵을 들고 있다. 지난해에도 KBO총재배에서 정상에 올랐고, 4강 이상에는 4번이나 들었다. 사상 처음으로 저학년부 대회에서 입상하며 미래도 밝혔다. 

◆ 기본기 탄탄, ‘수비가 끝내주는’ 수지 

“우리 팀 잘해요, 잘합니다. 전국으로 쳐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팀인 것 같습니다.”

안경환 감독은 ‘야구명문’ 경북고, 한양대 출신이다. 프로 지명을 받았지만 제일은행을 택했다. 아마추어 시절 유격수, 2루수를 오가며 ‘한 야구’했던 그는 불안정한 프로보다는 실업 무대로 향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실력 있는 선수들이 실업행을 선택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내야수 출신답게 그는 끊임없이 수비를 강조한다. 안 감독은 “타격은 당일 컨디션에 따라 들쭉날쭉할 수 있지만 수비는 그렇지 않다. 하면 된다”며 “훈련 시간의 대부분을 수비에 할애한다.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 수지구는 탄탄한 수비가 상징인 팀이다. 외야 중계 플레이가 일품이다.

쉴틈 없이 외야로 빨랫줄 타구를 보낸다. 한 베이스를 내주지 않기 위한 기민한 움직임들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구석진 곳에서는 2~5학년이 캐치볼, 땅볼 처리 동작을 되풀이한다.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들이 매년 올라오기에 수지구는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다.

안 감독은 “타력만 조금 떨어질 뿐 투수력과 수비력이 양호해 올해도 해볼만하다”면서도 “우승은 딱 한번이면 족하다. 파이팅 많이 외치며 서로를 격려하고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는 철저한 학생야구를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 전용구장-막강 코칭스태프, 수지가 잘 나가는 비결 

“우리 같은 환경이 잘 없어요. 경치도 끝내주지 않습니까? 하하.”

2013년 3월. 수지구 레스피아 공원 내에 리틀야구장이 개장했다. 수도권에서 이만큼 좋은 인조잔디 구장을 갖춘 팀이 별로 없다. 서울 송파구와 강서구, 경기도 남양주시, 인천 남동구 등을 제외하면 모두가 흙구장서 운동하거나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 왼쪽부터 김기덕 코치, 안경환 감독, 김주연 코치, 백재욱 코치, 김성태 코치.

이전까지 수지구는 지역 내 야구장이 없어 성남 야탑고, 현암중, 탄천의 다리밑 운동장을 전전하며 훈련해왔다. 안 감독은 “선수 부모님들이 발로 뛰어 만든 산물”이라며 고마움을 전하며 “다른 팀들도 지자체 도움을 받아 이런 경기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치도 넷이나 된다. 투수 인스트럭터, 배터리 코치, 수비 코치, 타격 코치까지 있어 포지션과 타순을 고려한 ‘맞춤형 지도’가 가능하다. 30명이 넘는 대규모 선수단임에도 노는 선수가 없이 훈련 시간 전부를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다.

복 받은 지도자인 안경환 감독은 ‘호랑이’ 스타일을 버리고 조금씩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대학 후배 박찬호가 한 말을 듣고서다. “이기고 이겨도 늘 불안했다”는 말에 느낀 점이 많았단다. 안 감독은 “승리를 강조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라며 “야구는 3할을 쳐도 잘한 스포츠다. 선수들이 70%의 실패를 두려워 말고 즐기게끔 하고 싶다”고 밝혔다.

▲ 내야 수비 훈련중인 수지구 선수들. 리틀야구 최고 수준의 조직력을 자랑한다.

◆ 중학생 7인방, “수지구 하면 두렵게 만들겠다” 

리틀야구에서는 졸업생인 7학년이 강하면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다. 1년 새 체격과 실력이 몰라보게 달라지기에 중학생들이 많은 팀이 기선을 제압하고 들어가기 마련이다. 수지구에는 7명의 수준급 '7학년'들이 버티고 있다.

서영준은 “최고의 유격수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좋은 성적을 내고 리틀 무대를 떠나겠다”고 다짐했다. 키스톤 콤비를 이루는 박서정 역시 “부상자가 생겨 아직 올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조만간 최상 전력으로 우승컵을 들고 말겠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국가대표로 발탁돼 리틀리그 아시아-퍼시픽 예선전에 출전하는 안제현과 최선의 각오도 남다르다. 안제현은 “수지구만큼 팀워크가 맞는 팀이 잘 없다”며 “강팀의 전통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최선은 “마운드에 올라 많은 이닝을 책임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김은수(왼쪽부터), 박민석, 박서정, 서영준, 조형진, 안제현, 최선. 중학생 7인방이 '무한도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방마님’ 박민석은 “수비 하나만큼은 수지구가 최고”라며 “철벽 디펜스를 펼쳐보이겠다”고, 클로저 김은수는 “블론세이브를 하나도 기록하지 않겠다”고 저마다 포부를 밝혔다. 외야수 조형진은 “수지구 하면 다른 팀들이 두려워하게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용인 수지구 리틀야구단 

△ 감독 = 안경환
△ 코치 = 김기덕 김주연 김성태 백재욱
△ 선수 = 최선, 안제현, 김은수, 조형진, 박민석, 박서정, 서영준(이상 중학 1년) 임준형, 이현우, 이서준, 조한영, 이지환, 오현준(이상 초등 6년) 이정찬, 정영진, 박효재, 천승욱, 박진석, 우종서, 전영서, 배인혁, 권현민(이상 5년) 고승준, 김서진, 박지혁, 김민상, 고윤제, 임준우(이상 4년) 이윤서, 이승빈, 허재원(이상 3년) 이영훈(2년)

▲ 용인 수지구 리틀야구단. 2012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우승컵을 거머쥐고 있는 리틀야구 강호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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