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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홍콩] 벤투 체면 살린 황인범-나상호, 시험대 오른 '황태자'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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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홍콩] 벤투 체면 살린 황인범-나상호, 시험대 오른 '황태자' 듀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2.12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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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절묘했다. '벤투호' 위기의 황태자 듀오 황인범(23·밴쿠버 화이트캡스)과 나상호(23·FC도쿄)가 나란히 골을 기록,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에 승리를 안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총애를 받지만 최근 경기력에 의문부호가 붙는 두 사람은 유럽파가 모두 빠진 이번 대회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은 11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홍콩을 2-0으로 이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랭킹 139위로 대회 최약체 홍콩은 두 줄 수비를 구축, 완전히 내려앉았다. 고전하던 한국은 전반 추가시간 황인범의 그림 같은 프리킥 골과 후반 나상호의 쐐기골로 승리했다.

'위기의 남자' 황인범이 동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황인범은 중원에서 손준호와 짝을 이뤘다. 빌드업의 중심에 서 공수 연결과 공격 전개 두 가지 임무를 맡았다. 전반 21분 날카로운 왼발 중거리슛으로 감각을 예열한 그는 프리킥으로 답답한 공격의 혈을 뚫었다.

이정협이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오른발로 처리했다. 수비벽만 살짝 넘기는 킥으로 골문 구석을 정확히 찔렀고, 공은 골 포스트 맞고 들어갔다. 지난해 10월 파나마전 이후 1년 2개월 만에 대표팀에서 넣은 골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을 펼친 뒤 성인 대표팀까지 승선한 그는 벤투 감독의 신뢰를 얻으며 기성용, 구자철이 빠진 중원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최근 태극마크는 그에게 남다른 중압감과 책임감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최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기량으로 팬들의 쓴소리를 듣고 있다. 벤투 감독은 꾸준히 믿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팀이 3경기 연속 무득점 부진에 빠지자 그를 향한 비판의 강도도 거세졌다. 

플레이에서 부담감이 느껴졌고, 부진과 실수로 이어졌다. 백승호, 이강인 등 포지션 경쟁자들이 좋은 평가를 얻자 심리적으로 흔들릴 만도 하다. 이날도 여론을 의식한 듯 경기 초반 도전적인 패스보다 안정적인 경기운영에 힘썼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뒤 그는 "일부가 아니라 대부분의 팬이 비난하고 있는 것을 안다. 절대 시련이나 힘든 상황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내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며 "이런 상황을 이겨냈을 때 정신적으로 더 성숙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항상 낮은 자세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인범은 마음을 굳게 다잡은 듯 다음 말을 이었다. "다음 경기에 좋지 않은 모습이 나오면 그에 따른 대중의 평가가 또 나올 것이다. 대중의 평가를 받는 게 프로이자 대표팀 선수로서 삶"이라며 "호의적인 평가를 듣는 선수가 잘하는 선수다. 최대한 많은 팬이 인정하는 선수가 되도록 은퇴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벤투 감독은 이날 황인범에 대해 "팀이 필요할 때 있어야 할 곳에 나타났고, 역할을 다 했다. 수비 전환도 영리했고,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칭찬했다.

황인범 못잖게 비판받고 있는 나상호(오른쪽 두 번째)도 이날 추가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현 상황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이를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황인범의 의지가 묻어난다. 이날 후반 37분 추가골의 기점 역할도 하는 등 좋은 경기를 펼친 그지만 한 경기에 만족하지 않고, 대중의 평가를 뒤집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쐐기골의 주인공 나상호 역시 마찬가지다. "룸메이트끼리 골을 넣어 기분이 좋다. 힘들 때일수록 옆의 동료가 상태를 제일 잘 안다. 힘들 때 챙겨주고 우울해하고 있으면 따끔하게 욕도 해주고 있다"는 말로 황인범과 자신감을 갖고 제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상호도 황인범만큼은 아니지만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할 터다. 올해 도쿄로 이적해 25경기에 나섰지만 2골에 그친 그다. 그럼에도 쟁쟁한 유럽파 사이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았는데 시간 대비 소득이 아쉽다. 보이지 않는 장점이 많은 스타일이다 보니 잦은 비판에 시달린다.

홍콩전 원톱으로 선발 출전했던 김승대가 갈비뼈를 다쳐 남은 경기일정을 소화하기 어렵게 됐다. 2018시즌 K리그2(프로축구 2부)에서 16골로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상(MVP)을 휩쓸었던 나상호가 해줘야 할 몫이 늘어났다.  

벤투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전반적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정당한 승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전반 경기를 지배하고도 기회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경기력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전은 오늘과 달리 치열할 것이다. 우리 철학과 스타일대로 준비하겠다. 특히 오늘 전반전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겼지만 내용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황인범과 나상호도 홍콩전보다 다가올 15일 중국전, 18일 일본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안방에서 냉혹한 시험대에 오른 황인범과 나상호가 왜 벤투 감독의 '플랜 A'에 들어있는지 입증할 수 있을까. 축구팬들의 시선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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