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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잠수함 박종훈, '이런 선수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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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잠수함 박종훈, '이런 선수 또 있을까요?'
  • 홍지수 기자
  • 승인 2019.12.14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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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홍지수 기자] 사랑의 골든 글러버, 참으로 아름답고 뜻 깊다.

SK 와이번스의 잠수함 투수 박종훈(28)이 그랬다. 그는 지난 9일 2019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KBO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선정한 사랑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러면서 박종훈의 선행 행적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1999년에 제정된 ‘사랑의 골든글러브’는 한 해 동안 선행에 앞장선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박종훈은 1승 당, 1이닝 당, 그리고 탈삼진 1개 당 금액을 모아 희귀질환 아동을 돕거나 취약계층 청소년 야구단을 도왔다. 지금은 억대 연봉 선수가 됐으나 이전부터 기부를 해왔다.

SK 와이번스 잠수함 투수 박종훈. [사진=홍지수 기자]
SK 와이번스 잠수함 투수 박종훈. [사진=홍지수 기자]

박종훈은 지난해부터 1승당 100만 원을 적립했고, 1이닝 당 10만 원을 희귀질환 아동을 돕는 ‘희망 더하기 캠페인’에 기부했다. 또한 삼진 하나에 5만 원씩 적립해 500만 원을 취약계층 청소년 야구단 후원을 위해 내놓았다.

올해 박종훈 성적은 28경기에서 8승 11패, 평균자책점 3.88. 144이닝을 던졌고 100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4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했다.

2014년 겨울 결혼, 2016년 딸이 생긴 이후에도 남편으로, 아버지로, 그리고 프로 야구 선수로 살아가면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들을 살폈다. 돕고 사는 게 타고난 성품이다. 되도록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하고, 밝게 지낸다. 타인에게 좋은 추억을 꼭 남겨주길 바란다.

“좋은 추억을 안겨드리고 싶다.”

2018년 KBO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서 마지막 ‘가을 야구’를 준비하던 트레이 힐만 감독(현 마이애마 코치)을 향해 박종훈은 이렇게 말했다.

이처럼 그는 마음 씀씀이 하나하나가 따뜻한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구단 관계자들도 취재 기자들도 박종훈에게 더 다가가게 된다.

박종훈을 밀착 취재하다보면 ‘어린’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상황을 이따금 목도하게 된다. 선발투수인 그는 등판 당일에도 팬들을 외면하지 못한다. 등판 당일 선발투수는 매우 예민하기 마련인데 박종훈은 팬들과 사진 찍고, 사인 한 장 건네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선발 등판하는 날이면 누구나 ‘예민하니깐’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해줄 수 있다. 그럼 양해를 구하고 그냥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은가?”

기자는 시즌 초반 박종훈에게 한 번 물어본 적이 있다.

“저를 응원해주러 온 팬들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그냥 지나쳐요.”

바로 돌아온 답은 이랬다. 맞는 말이었다. 이 말 한마디는 짙은 여운을 남겼다.

프로 스포츠는 팬들의 ‘인기’를 먹고 산다. 그런데 배가 불러 자신의 기록, 성적에만 신경을 쓰느라 정작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을 외면한다면 어떨까?

물론 스토커처럼 선수에게 지나친 관심을 드러내는 팬들도 없지 않다. 그런 경우 선수들도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다. 그 선수를 응원하는 또 다른 팬들을 위해 선수들은 집중력이 필요하고 건강한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행여 자신이 해를 입을까봐 두려워 먼저 종이와 펜을 들고 다가오는 팬들과 거리를 둘 필요는 없지 않을까?

“정말 성실하기도 하고 성격도 좋아요.”

박종훈을 항상 가까이서 지켜보는 구단의 한 관계자는 진심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팬들에게도 잘하고 관계자들에게도 친절하다. 이러한 넉넉한 마음가짐이 쌓인 결과 ‘사랑의 황금 장갑’도 품에 안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구단이 선수들에게 안겨주는 많은 연봉에는 본질적으로 구단의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힘써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성적이 될 수 있고 구단을 응원해주는 팬들에 대한 각종 서비스 등도 포함된다. 그런 의미에서 박종훈은 자못 특별한 선수가 아닐 수 없다.

박종훈의 행동 하나하나를 본받아야 한다. 물론 박종훈 역시 사람인지라 피곤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스스로를 먼저 챙길 때가 있다. 그 정도는 충분히 배려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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