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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민, '경험 부족' KB손해보험에 등판한 '맏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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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민, '경험 부족' KB손해보험에 등판한 '맏형님'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2.16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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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프로배구 남자부 의정부 KB손해보험은 최근 몇 년 동안 잠재력은 있지만 봄 배구에 진출할 만큼의 꾸준함과 폭발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역시 마찬가지. 개막전 세트스코어 0-2를 뒤집고 승리했지만 이어진 4경기 연속 5세트에서 졌다. 승부처마다 선수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공수 양면에서 흔들렸다. 자신감을 잃자 스스로 무언가에 갇힌 듯 12연패 수렁에 빠졌다.

그때 김학민이 구세주로 등장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날개 공격수 김학민은 36세 나이로 은퇴하려 했지만 KB손해보험이 건넨 마지막 제안에 응했다. 팀의 약점으로 지적받는 경험을 더해줬고, 위기의 순간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KB손해보험은 위기를 극적으로 타파했다.

김학민(가운데)이 KB손해보험에 부족한 경험을 더해주고 있다. [사진=KOVO 제공]

KB손해보험은 3라운드 들어 힘을 내기 시작했다. 대전 삼성화재전에서 또 풀세트 접전 끝에 졌지만 5세트를 17-17 듀스까지 끌고가며 반격의 신호탄을 쏴올렸다.

이어진 안산 OK저축은행전 셧아웃 승리로 감격의 연패탈출에 성공하더니 우승을 다투고 있는 2위 서울 우리카드, 1위 인천 대한항공을 잇달아 잡아냈다. 2경기 모두 역전승이라 더 값지다. 중요한 순간 리시브가 흔들리고, 어이없는 서브 범실을 하던 그들에게 뚝심이 생겼다.

그 중심에 김학민이 있다. 외국인선수 브람이 복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믿을만한 공격수가 필요한데 김학민이 해내고 있다. 삼성화재전 23점(공격성공률 55%), OK저축은행전 22점(공격성공률 62.5%), 우리카드전 11점(공격성공률 42.31%), 대한항공전 17점(공격성공률 41.67%)을 기록했다. 4경기 평균 공격점유율은 29.49%.

시즌 2승째 올리던 날 김학민은 그간 무거웠던 중압감과 권순찬 감독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을 흘렸다. “우리가 못해서 감독님이 비난받았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만 보고 평가받으니 힘들었을 것”이라며 “고참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앞장섰다.

그는 세터 황택의에게 어려운 공을 해결해줄 테니 믿고 올려달라고 했다. “책임감 많이 가지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공을 처리해줘야 팀 분위기가 올라온다”고 밝혔는데 3라운드 그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특유의 긴 체공시간을 바탕으로 클러치 능력을 뽐내고 있다. [사진=KOVO 제공]

권 감독 역시 “가장 힘들어한 선수는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김학민이 아닐까 싶다. 후배들을 위해 자기가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상위권) 대한항공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를 겪어 보지 않은 선수라 더 마음고생 했을 것”이라며 마음을 헤아렸다.

2006년 대한항공에 입단해 상무에서 군 복무하던 시절을 제외하면 줄곧 대한항공에서만 뛴 김학민이다. 2006~2007시즌 신인왕은 물론 2010~2011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MVP),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등 화려한 배구인생을 달려온 그에게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무겁게 다가왔을 터. 

KB손해보험은 팀 주축이 어리다. 세터 황택의(1996년)를 비롯해 한국민, 김정호(이상 1997년생), 정동근(1995년생) 등 공격진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위기 대처능력이 부족하다.

배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김학민의 KB손해보험 가세는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뛰어난 체공력을 바탕으로 한 클러치 능력뿐만 아니라 위기의 순간 흔들리지 않고 후배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올 시즌 이적하자마자 주장으로 낙점 받은 이유다.

KB손해보험은 오는 18일 홈구장 의정부체육관에서 최하위 수원 한국전력을 상대하는 경기일정이다. 4연승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시즌 4라운드부터 매라운드 패배보다 승리가 많았던 KB손해보험이 일찌감치 순위표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김학민이 KB손해보험에 녹아들면 녹아들수록 팀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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