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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극복' 여자축구 GK 윤영글, 그에게 '콜린벨 체제'는?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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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극복' 여자축구 GK 윤영글, 그에게 '콜린벨 체제'는?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2.18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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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윤영글(32·경주한수원)이 돌아왔다. 부상을 딛고 1년 반 만에 국내 축구팬들 앞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골문을 지켰다. 그 사이 대표팀은 사령탑이 바뀌었고, 윤영글은 빠르게 변화 중인 팀에서 ‘맏언니’로서 중심을 잡고자 노력했다. 그에게 콜린 벨 신임 감독 체제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윤영글은 17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과 최종전에 선발 출전했다. 중국과 개막전에 이어 일본전도 스타팅 출격했으니 이제 막 경쟁이 시작되긴 했지만 유력한 주전 1순위로 낙점된 셈이기도 하다.

벨 감독은 중국전 골문을 이상 없이 지킨 윤영글에게 “Good startinger(좋은 출발을 알린 이)”라는 말로 칭찬했다고 한다. 공동취재구역(믹스드존)에서 만난 그가 동아시안컵을 돌아봤다.

[부산=스포츠Q 김의겸 기자] 골키퍼 윤영글이 대표팀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바뀐 감독 체제에 대한 평가가 흥미롭다.

윤영글은 이날도 골문을 꽁꽁 틀어막았다. 일본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수시로 밀어냈고, 좌우 풀백을 향해 벌려주는 패스로 빌드업에도 충실히 관여했다. 

하지만 후반 42분 통한의 페널티킥을 내주고 말았다. 이번 대회 무실점이 목표였지만 페널티킥으로 골을 허용한 것이다. 한국의 이번 대회 유일한 실점이다. 윤영글은 모미키 유카의 슛 코스를 읽었지만 공이 뚝 떨어지며 골망을 출렁였다.

윤영글은 곧장 땅을 치며 크게 아쉬워했고, 이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불운의 핸드볼 파울을 범한 센터백 심서연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위로했다.

경기 뒤 만난 윤영글의 얼굴에는 짙은 아쉬움이 맺혀 있었다. 팀과 개인 모두 한 끗 차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그는 “많은 팬들이 와주셔서 좋은 경기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면서 “아직 팀이 준비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2월 제주에서는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윤영글은 김정미(35)의 뒤를 이어 한국 여자축구 골문을 책임질 선수로 꼽혔다. 지난해 4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4경기 무실점 활약하며 사상 첫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당시 A매치 5경기를 경험한 게 전부였던 그를 향한 의문부호를 느낌표로 바꾼 순간이었다. 이어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5경기 동안 골키퍼장갑을 끼며 주전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 아시안컵에서 진가를 알리기 시작한 윤영글(왼쪽 첫 번째). 하지만 월드컵에는 부상으로 낙마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하지만 정작 지난 6월 프랑스 여자월드컵에는 나서지 못했다. 1월 중국 4개국 친선대회 명단에 소집됐지만 무릎 부상으로 뛰지 못했고, 월드컵 도전도 불발됐다. 대표팀의 부진을 밖에서 지켜본 그는 소속팀 경기도 많이 소화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 맞춰 복귀하고자 몸 상태를 끌어올렸고,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부상에서 돌아와 태극마크를 달고 안방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랭킹이 한국보다 10계단 높은 10위의 강호 일본을 상대했으니 여러모로 감회가 남달랐을 경기다.

졌지만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과 함께한 이번 대회 팀 전반에 좋은 기운이 가득했다. 선수들이 벨 체제의 출발이 좋다고 입을 모으는 가운데 윤영글도 거들었다.

“감독님이 교체되고 팀에서 많은 게 바뀌었다. 이전보다 감독님이 격 없이 선수들에게 다가오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진다. 경기 때는 다혈질 성향도 보이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선수들에게 따뜻하고 자상하다”고 설명했다.

윤영글은 벨 감독이 거의 매일 선수단 미팅을 연다고 했다. 매 경기 마치면 선수 개인 면담도 진행한다. 각자의 플레이가 담긴 분석 영상을 가지고 조언을 건넨다. 또 포지션 별로 과제도 던진다. 스스로 분석하고 토론할 기회를 제공하니 일종의 자기주도적 학습이다.

더불어 끊임없이 자신감을 강조한다. 선수들에게 그럴 자격을 갖췄다며 계속해서 자신감을 주입했다. 일본이 앞서 대만을 9-0, 중국을 3-0 완파하며 압도적이고 완성된 전력을 뽐냈지만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한다.

부상을 딛고 돌아온 윤영글(왼쪽 첫 번째)이 벨 감독 체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윤영글은 “축구 전반적으로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는 말로 벨 체제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바를 설명했다.

벨 감독은 취임 당시 나이가 적던 많던 팀 철학에 부합하는 능력과 에너지를 갖췄다면 발탁하겠다고 선언했다. 윤영글, 심서연, 권은솜 등 30대 베테랑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국가대표 타이틀을 되찾았다. 이는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한국 여자축구 판 전체에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  

윤영글은 “사실 감독님이 새로 오시고 준비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많은 게 바뀌고 있고, 선수들이 적응 중인 단계다보니 아직 부족한 게 많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해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대회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수비 불안 우려는 어느 정도 털어냈다. 그는 “발 빠른 공격수가 많다보니 수비를 먼저 튼튼히 하고, 역습을 통해 골을 노리려 했다. 그렇다보니 골키퍼에게도 공격 전개 측면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신다”고 돌아봤다.

공격의 완성도는 미흡했지만 수비는 단기간 많은 발전을 이뤘다. 부상 속에 한층 성숙한 윤영글은 팀에서 맡게 된 역할이 더 많아진 듯 보인다. 그가 골키퍼라는 특수한 포지션이자 맏언니로서 벨 체제에서 보여줄 활약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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