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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쿠션도 제패' 김가영, 불만족은 성장 동력이 된다 [프로당구 LPBA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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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쿠션도 제패' 김가영, 불만족은 성장 동력이 된다 [프로당구 LPBA 투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2.19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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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포켓볼 여제’의 계속된 도전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김가영(35)이 5번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6번째 프로무대 대회에서 정상에 등극했다.

김가영은 19일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 고양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2019~2020 PBA(프로당구협회) 투어 6차전인 SK렌터카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3-1(11-6 11-7 9-11 11-4)로 류지원(43)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정상에 오른 김가영은 상금 1500만 원과 함께 랭킹포인트 1만5000점을 추가해 합산 1만8750점으로 임정숙(3만1800점), 김갑선(2만1600점), 강지은(1만9150점)에 이어 단숨에 랭킹 4위로 뛰어올랐다.

 

김가영이 19일 2019~2020 PBA(프로당구협회) 투어 6차전인 SK렌터카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우스으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 5번의 실패, 6번 만에 일어난 김가영

간절히 기다렸던 우승이다. 포켓볼에서 미국여자프로당구협회(WPBA) 랭킹 1위에도 오르는 등 세계적 기량을 뽐냈던 김가영이지만 3쿠션으로서도 전문 선수들 못지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대한당구연맹(KBF)에서 등록 말소된 김가영은 PBA에 선수 등록을 하지 못해 와일드카드로 나서야 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LPBA를 대표하는 스타였고,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1차전 4강 진출과 2,3차 투어 연속 8강에 오르며 기대감을 자아낸 김가영은 4차전 16강에서 탈락하더니 5차 투어에선 68강에서 2위에 오르고도 에버리지가 낮아 탈락하며 고개를 떨궜다. 전체 에버리지는 0.881로 이미래(0.899)에 이어 전체 2위였지만 운도 잘 따르지 않았다.

파이널라운드로 가기까지 남은 2대회에서 우승이 간절했다. 3차례 서바이벌 라운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8강에 오른 김가영은 오랜 만에 나서는 세트제 경기에서 첫 세트를 정은영에게 내주며 고전했다. 그러나 2세트부터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4강에서 에버리지 1.467로 결승에 나선 김가영은 류지원과 대결 1,2세트를 쉽게 따내고 3세트에도 9-4로 앞서가며 셧아웃 마무리를 기대케 했다.

그러나 마지막 2이닝 류지원이 집중력 있게 7득점에 성공하며 반격을 허용했고 4세트에도 박빙의 흐름이 이어졌다.

포켓볼 무대에서 긴장감 넘치는 순간을 숱하게 경험해서일까. 김가영은 한 점씩 내며 차이를 벌렸고 마지막 깔끔한 2득점으로 큐를 번쩍 치켜 올리며 웃었다. 이어 최선을 다해 싸워준 류지원에게 다가가 따뜻한 포옹까지하며 우승자의 품격을 보였다.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는 김가영. [사진=PBA 투어 제공]

 

◆ 여전한 승부욕, 우승에도 만족은 없다

놀라운 승부욕을 바탕으로 한 매서운 눈빛 등으로 ‘포켓 마녀’라는 별명도 얻었던 김가영이지만 아직은 낯선 3쿠션에선 다소 달랐다. 미스샷이 날 때는 한 없이 밝게 웃었다.

시상식 후 만난 김가영은 그 이유에 대해 “포켓볼을 칠 땐 두께와 당점 등을 함께 생각하며 쳐야 하지만 3쿠션은 회전과 속도, 두께 등 더 생각할 게 많다”며 “두께와 당점을 생각하면 속도를 잊는다든지 하나, 두 개가 생각이 나면 꼭 하나는 까먹는다. 그래서 ‘야 너 이것밖에 안 되냐. 또 까먹었냐’라고 생각하다보니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당구를 시작할 때 3쿠션을 접했었고 이벤트 대회 등에선 우승까지 했었지만 아직은 멀기만 한 3쿠션의 세계다. 포켓볼 여제로서도 만족을 몰랐던 그가 한 없이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3쿠션 실력에 합격점을 줄 리 없었다.

포켓볼에 대한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김가영은 “다 바꿨다고 생각 안하는데 25년 가량 있던 습관을 바꾸는 게 어려웠다. 자꾸 수구가 아닌 적구를 보더라”며 “포켓볼 땐 완벽히 준비된 상황에서 대회에 나갔지만 3쿠션은 아직까지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많은데 경기를 계속 뛰고 있다. 카리스마 있다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3쿠션에선 아직 스스로 그런 걸 느끼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우승자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겸손했다. 마치 일찌감치 탈락한 선수의 변을 듣는 것처럼 자신의 모자란 점들을 끊임없이 언급했다.

 

예리한 눈빛으로 샷을 준비하는 김가영의 자세뿐 아니라 만족을 모르는 태도 마저도 포켓볼 선수 시절과 달라진 게 없었다. [사진=PBA 투어 제공]

 

◆ 부족한 만큼 성장한다, 김가영의 이유 있는 자신감

반대로 발전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으로 들리기도 했다. “(발전할 여지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당구의 세계는 넓고, 깊고도 험하다”며 “아직 모르는 공들이 많다. 너무 다양한 공이 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도움을 얻는데, 어느 걸 보든 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번 투어 때는 준비도 잘했고 컨디션도 괜찮았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준비를 잘했다고 결과가 좋을 수만은 없다”며 “흐트러지지 않고 해왔던 대로 하려고 한다. 늘고 있다는 건 느껴진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 온대로 한다면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준비한다”고 덧붙였다.

다음 대회엔 더욱 거센 견제와 기대감 속에 나서게 된다. 김가영은 “벌써 부담된다”고 걱정하면서도 “우승자분들 나보다 다 고수분들이다. 외국인 선수들 중 새로 들어오신 분도 잘 친다고 들었다. 다들 장점이 다르다.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막중한 책임감을 보였다.

점점 재미를 느껴간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경기가 안 풀릴 땐 화가 나다가도 ‘아니야 넌 아직 그 수준이야. 실수할 수 있어 충분히. 다음에 잘 하면 돼’ 등의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해준다”며 “1점 이상 치니까 3쿠션이 재밌어지더라. 0점대를 칠 땐 민망하고 재미도 없었다. 1.2~1.3 정도를 치면 좀 더 재밌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 큰 관심사는 테크닉을 향상 시키는 것”이라고 끝 없는 욕심을 보였다.

포켓볼 여제로서 거침없는 카리스마와 그에 상응하는 실력을 보였던 김가영. 3쿠션 프로무대에서도 강렬하게 첫 우승을 따낸 그가 더 무서운 건 만족을 모르는 승부욕과 끝없는 노력, 그리고 부족한 만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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