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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 올림픽 20년 공백, 신영석의 절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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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 올림픽 20년 공백, 신영석의 절박함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2.2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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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절박한 심정으로 서 있다.”

남자배구는 여자배구보다 어쩌면 배로 절박하다. 20년의 올림픽 공백은 ‘절박함’이라는 단어로 귀결된다.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주장 신영석(33·천안 현대캐피탈)의 말투는 조심스러웠지만 그 안에서 굳은 결의가 느껴졌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2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남녀 국가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년 1월 각각 중국(남자), 태국(여자)에서 예정된 2020 도쿄 올림픽 대륙별(아시아)예선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각오를 전했다.

신영석은 “20년 동안 올림픽에 못 가 절박한 심정으로 서 있다. 후배들에게 미안하고, 선배들께 죄송하다. 반성해야 한다. 남자배구를 향한 인식과 편견을 다 이겨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신영석은 '절박하다'는 표현을 수 차례 사용했다. [사진=연합뉴스]

남자배구 대표팀은 2000 시드니 올림픽 이후 올림픽과 연이 끊겼다. 3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여자배구 대표팀이 2012 런던 올림픽 4강에 오르고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10위 이내에 안착하는 동안 남자배구 대표팀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선수들 모두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비장하다.

신영석은 “지금도 주변에서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갈 때 8강도 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넘어섰다. 문성민(현대캐피탈), 한선수(대한항공), 박철우(대전 삼성화재) 등 베테랑 없이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세계랭킹 24위 남자배구 대표님은 지난 9월 아시아선수권 8강 라운드에서 11위 일본을 꺾었고, 4강에선 8위 이란과도 팽팽히 맞섰다. 3·4위전에서 일본에 석패했지만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잠재력을 확인하기 충분했다.

당시 문성민, 한선수, 박철우 등 경험이 풍부한 자원이 부상 및 컨디션 난조로 빠져 있었던 만큼 이번에 소집된 명단은 보다 최정예에 가깝고, 신구조화도 잘 이뤄졌다는 평가다. 

2008~2009시즌 데뷔해 프로 12년차인 신영석이다. 리그에서 현대캐피탈이 왕조를 구축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어본 그지만 올림픽은 차원이 다른 대회다.

그는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어떤 선수던 가고 싶은 큰 대회라고 생각한다. 이제 35살이 된다. 김연경 선수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기회다. 어떻게 하면 ‘꿈의 무대’를 밟을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는 말로 올림픽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다.

이날 수원 한국전력과 V리그 경기를 마친 뒤 윙 스파이커(레프트) 정지석(대한항공)은 “(아시아선수권 때) 임도헌 감독님께서 이란 한 번 잡아보겠다고 매일 하루에 1~2시간 씩 미팅을 가지며 애썼다. 경기 외적으로 도발이 많은 이란의 플레이스타일에 말려 주눅 들었는데 이길 수 있었던 경기”라고 했다.

신영석(오른쪽)은 마지막이자 처음이 될 올림픽 진출을 염원하고 있다. [사진=AVC 제공]

대표팀 주전 세터 한선수 역시 “꼭 올림픽 티켓을 딸 거라 믿는다.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번에는 시즌 중에 소집돼 몸 상태가 더 갖춰진 상태라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 손가락을 다치기 전 보나 체력이 올라왔다. 예선 준비하라고 다친 건가 싶기도 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지석과 한선수도 간절하긴 매한가지다. “꼭 티켓을 따겠다”고 입을 모았다.

임도헌 감독은 “아시아선수권 때 신영석이 리드를 잘 해 분위기가 좋았다. 이번에 한선수, 박철우도 가세해 팀워크가 더 좋아질 것”이라며 “호주(15위)와 첫 경기가 중요하다. 좋은 내용으로 풀어야 4강, 결승까지 좋은 흐름을 이이갈 수 있다”고 힘줬다.

올림픽 티켓은 우승 팀에만 돌아간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 이란에 대해선 “힘과 높이에서 이란이 앞서는 게 사실이지만 못 넘을 팀은 절대 아니다. 집중력과 간절함이 승패를 좌우할 정도의 차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신영철은 “선수들 모두 새해에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며 올림픽이라는 숙원사업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그는 ‘절박하다’는 표현을 수 차례 사용했다. 여자배구 대표팀보다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낮은 만큼 선수들 모두 더 간절한 심정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신영석의 간절함과 한선수, 정지석의 자신감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까.

남자배구 대표팀 14인은 22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소집해 2주 간 훈련한다. 내년 1월 5일 중국 광저우로 출발해 7일부터 중국 장먼에서 시작되는 올림픽 예선에 돌입한다. 호주, 인도(131위), 카타르(33위)와 B조에 편성됐는데 조 2위 안에 든 후 4강 토너먼트를 치러야 한다.

7일 오후 2시 30분 호주, 8일 같은 시간 인도, 9일 같은 시간 카타르를 차례로 상대한다. 준결승에서 A조 1위가 유력한 이란을 피하려면 호주를 꺾고 조 선두를 차지하는 게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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