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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의적' 맨유, 주도권 잡고도 힘 한 번 써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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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의적' 맨유, 주도권 잡고도 힘 한 번 써보지 못했다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19.12.23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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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이하 맨유)의 ‘의적 본능’이 다시 발동됐다. 최근 6경기 무패 행진 기간 동안 토트넘과 맨시티 등 강팀들을 연달아 꺾었지만, 비교적 하위권에 위치한 팀들에 덜미 잡히며 좀처럼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맨유는 22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2019-2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8라운드 왓포드 FC(이하 왓포드)전에서 후반 5분 사르에게 선제골을, 후반 10분 디니에게 페널티킥 추가골을 허용하며 0-2로 패했다.

맨유는 이날 패배로 승점 25점에 묶이며 리그 8위를 기록, 첼시(승점 32), 셰필드(승점 28)가 형성하고 있는 4~5위권 추격에 제동이 걸렸다. 

볼 경합을 펼치는 맨유 래쉬포드와 왓포드 카바셀레 [사진=연합뉴스]
볼 경합을 펼치는 맨유 래쉬포드와 왓포드 카바셀레 [사진=연합뉴스]

맨유의 최근 상승세는 거칠 것이 없었다. 최근 리그와 컵 대회를 포함, 6경기 무패(4승 2무)를 달리는 중이었다. 시즌 초반 지독한 부진을 끊고 어느 정도 반전에 성공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맨유 상승세를 이끈 것은 강팀들과의 맞대결에서 우위를 보였다는 점이다. 맨유는 현재까지 빅6(리버풀, 맨시티, 첼시, 토트넘, 아스널)에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경기를 앞두고 맨유의 낙승을 점쳤던 이들이 다수였다. 왓포드는 수비 핵인 홀레바스와 얀마트가 부상으로 결장하며 전력 약화가 불가피했다. 또한 왓포드는 승점 9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지난 12라운드 노리치전 2-0 승리 이후 5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기에 전력 면에서나 최근 분위기상에서나 모든 것이 앞섰던 맨유였다.
 
# 왓포드 수비벽 뚫어내지 못한 맨유의 단조로운 공격 전술

안일한 생각 때문이었을까? 맨유는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고도 충격패를 당했다.

맨유의 초반 기세는 좋았다. 프레드와 맥토미니, 린가드가 버틴 중원 미드필더진이 점유율을 높여가며 주도권을 쉽게 가져올 수 있었다. 왓포드의 수비적인 경기 운영도 맨유 공격에 힘을 더했다. 상대가 섣불리 공격으로 올라오지 않고 수비 라인 안정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맨유는 후방 수비 고민을 덜고 대부분 선수들이 전진해 상대를 몰아쳤다.

하지만 맨유 공격은 전반 중반으로 가면서 잡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효과적인 공격 전략이 부족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최근 상승세의 기반이었던 역동적인 측면 공격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점유를 하고 있을 때 라인을 내리고 있는 팀을 상대로 래쉬포드와 마르시알 등의 빠른 스피드를 살린 역습이 무엇보다도 필요했으나,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경기들과 비교하면 공격 스피드가 현저히 떨어졌다.

프레드와 맥토미니가 래쉬포드와 제임스까지 공을 연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후 공격 패턴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을 쉽게 뺏겼다. 윙 포워드들의 빠른 침투나 간결한 패스 플레이 등이 전무했고, 상대 공격 지역까지 올라가서도 백패스나 무리한 드리블로 일관했다. 이는 공격 속도를 반감시키고 재 역습을 허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무딘 측면 공격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중원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상대 뒷공간을 허물 수 있는 전진 패스 양이 부족했을 뿐더러, 미드필더와 공격수들 간의 호흡도 어그러졌다. 2선에서 최전방 공격수인 마르시알까지 연결하는 과정에서 패스 미스와 오프사이드가 다수 발생했다. 이날 맨유 볼 점유율은 65-35로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갔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대부분 의미 없는 볼 돌리기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란 어려웠다.

여기에 결정력 부재도 맨유 발목을 잡았다. 이번 경기에서 맨유에 많은 찬스가 나지는 않았지만, 분명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장면은 몇 차례 있었다. 전반 33분 린가드가 상대 골키퍼와 1-1 찬스에서 로빙슛을 시도했으나 골문을 벗어났고, 후반 40분 그린우드의 로빙슛 역시 힘이 과도하게 들어갔다. 마지막 찬스였던 후반 44분 래쉬포드의 강력한 슈팅도 포스터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확실한 기회에서 방점을 찍지 못했다.

# 치명적 수비 실수 + 답답한 공격 = 승점 획득 실패

후반 10분 디니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2-0으로 앞서가는 왓포드 [사진=연합뉴스]
후반전 연속 실점으로 허탈한 맨유 수비진 [사진=연합뉴스]

불안하던 맨유는 결국 후반 초반 연속 실점을 내줬다. 후반 5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사르의 오른발 터닝슛을 데 헤아가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선제골을 허용했고, 후반 10분 완 비사카가 침투하는 사르를 수비하는 과정에서 성급한 태클로 페널티킥을 내줬다. 이를 디니가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맨유는 순식간에 2점 차 리드를 뺏겼다.

전반적으로 주도권을 잡고도 해결을 하지 못한 점이 자연스레 상대가 버틸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준 꼴이 됐다. 상대가 전력상 열세를 보이고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았다면 어떻게든 득점으로 연결해 경기 운영을 주도적으로 가져가야 했다. 그러나 왓포드는 맨유 공격을 침착하게 막아내며 빈틈을 노렸고, 자신들의 찬스를 살려 완전히 경기를 자신들 쪽으로 돌려놨다.

맨유는 실점 이후 수비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기를 뒤집기 위해 급격히 라인을 올리자 완 비사카와 루크 쇼의 측면 뒷공간이 쉽게 상대에 노출됐다. 왓포드는 이를 적극 이용했다. 자신을 마킹하는 장애물이 없어지자 사르와 데울로페우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측면을 허물어갔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은 공·수 밸런스를 맞추면서 경기를 풀어가기 어렵다 판단하자 후반 19분과 28분, 포그바와 마타를 투입하며 공격 고삐를 당겼다. 전반전 정삼각형에 가까운 미드필드 라인 대신 교체 선수 둘을 역삼각형으로 두며 공격 지역에서 다양한 패턴 플레이를 만들겠다는 심산이었다. 3개월 만에 부상에서 복귀한 포그바가 역동성을 더하면서 힘을 냈지만, 상대 수비수들도 수비 집중력을 높였다. 왓포드는 후반 막바지 겹겹이 수비벽을 쌓는데 집중했고, 맨유는 이를 뚫어내지 못한 채 결국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상위권 추격 기회를 놓친 맨유는 이후 뉴캐슬, 번리와 2연전을 펼친다. 빡빡한 경기 일정을 치러야 하는 ‘박싱데이’ 동안 약팀과의 맞대결은 쉽게 승점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이날 패배로 ‘의적 본능’만 드러낸 맨유로선 오히려 이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팬들의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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