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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두 번째 사과 어디서? 일본 전범기, 진짜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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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두 번째 사과 어디서? 일본 전범기, 진짜 문제는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2.23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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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인기구단 리버풀이 또 전범기를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다. 아직까지 공식 채널을 통한 제대로 된 사과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국내 팬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져만 간다.

국내 축구전문 매체 골닷컴코리아는 23일 “전범기를 형상화한 이미지를 SNS에 포스팅해 한국 팬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리버풀이 골닷컴을 통해 거듭 사과했다”고 전했다.

골닷컴코리아는 “골닷컴UK의 리버풀 구단 출입 기자 닐 존스를 통해 구단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시도했다. 골닷컴코리아로부터 지난 3일 간 사태를 정리 받은 닐 존스 기자가 리버풀에 공식 문의했다”며 구단 대변인으로 받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제석 광고연구소가 제작한 욱일기 사용 금지를 요청하는 포스터. [사진=반크/연합뉴스] 

다음은 골닷컴코리아가 의역해 공개한 사과문 전문이다.

“리버풀 축구 클럽은 최근 두 개의 이미지를 발행했는데 이는 누군가에게 모욕적인 의미였습니다. 우리는 이를 인지한 후, 즉시 실수를 바로 잡고자 두 이미지를 삭제하였습니다. 불쾌감을 느낀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구단은 모든 노력을 하겠습니다.”

리버풀은 지난 20일 미나미노 타쿠미(일본) 영입을 발표한 뒤 플라멩구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결승을 앞두고 과거 맞대결 일화를 소개한 영상에 욱일기 디자인을 사용해 뭇매를 맞았다.

국내 리버풀 서포터즈 및 팬카페 회원들이 다양한 채널로 항의하자 이내 영상을 내리고, 사과했지만 이는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졌다.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를 한국 IP에서만 확인할 수 있도록 설정했기 때문이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한국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였다.

하지만 그 이튿날 또 한 번 욱일기를 사용하며 논란을 가중시켰다. 22일 클럽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리버풀 일본 공식 트위터 계정에 자축하는 이미지를 게재했는데 또 욱일기 패턴이 삽입됐다. 트로피를 들고 있는 위르겐 클롭 감독의 뒤로 일본어와 욱일기 패턴이 선명했다.

이에 골닷컴코리아가 현지 기자를 통해 공식 문의하자 다시 한 번 사과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과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달린 상황에서 ‘요청’에 의한 ‘사과’가 달갑게 받아들여질 리 없다.

욱일기 문양을 활용한 영상에 사과한지 하루 만에 또 욱일기 패턴이 사용된 이미지가 올라왔다. [사진=리버풀 일본 공식 트위터 캡처]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할 때까지 사용했던 전범기로 군국주의의 상징이다.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결이 같다. 하켄크로이츠 사용은 강력히 제재하는 유럽이지만 욱일기에 대한 경계심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는 최근 사례들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유럽 전역 축구장에서 욱일기 혹은 욱일기를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문제 인식이 약하기 때문에 SNS 등 파급력이 큰 공식 채널에서도 버젓이 사용되는 것이다.

지난 11일 미나미노를 응원하기 위해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팬이 사용한 깃발이 화제가 됐다. 구단의 상징인 붉은 소가 그려졌는데 바탕이 욱일기를 연상시켰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는 욱일기 사용을 금하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대회에서는 이를 제지할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 8월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 역시 일본인 도안 리츠 영입 소식을 전하며 공식 채널에 욱일기 디자인을 썼다. 라리가(스페인 프로축구)도 바르셀로나가 프리시즌에 일본 원정을 떠나자 SNS에서 여러 차례 욱일기 패턴을 사용했다. ‘전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이에 메일로 공식 항의한 바 있다.

일본은 욱일기를 대외적으로 ‘희망의 상징’으로 포장한다. 때문에 일본 선수를 영입한 구단에서 아무렇지않게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올 2월 카가와 신지(베식타스)가 득점했을 때도, 4월 사카이 히로키(마르세유)가 생일을 맞았을 때도 소속 구단은 욱일기를 문제의식 없이 활용했다.

히로키 건의 경우 일부 프랑스 현지 매체에서 “욱일기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사용했던 깃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90min 외에 이번 리버풀 건을 문제 삼는 현지 매체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리버풀이 클럽 월드컵 결승을 앞두고 게재한 영상 배경에 욱일기가 선명하다. [사진=더콥스 캡처] 

골닷컴US(미국)는 22일 “리버풀이 몇몇 아시아 국가에서 모욕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깃발로 분노를 일으켜 한국 팬들에게 사과했다”며 “리버풀이 쓴 이미지는 한국에서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시아 전역을 침략한 일본 제국군과 연관된 상징인 ‘Rising Sun’ 깃발(욱일기)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한국을 포함한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 깃발이 나치의 상징과 유사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간주된다”며 “리버풀의 행동에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 언론은 한국인들만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서 교수는 “리버풀 측에 지속적인 항의도 좋지만, 이젠 그 상위개념인 EPL 사무국과 FIFA 측에 리버풀의 행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갈 계획”이라며 “어디 한 번 두고 봅시다. 이번 리버풀 사태와 일본 언론들의 반응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려 더 시끄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도 공식 항의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23일 "리버풀은 욱일기 사용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 보인다"며 "욱일기는 전범의 깃발이라는 내용의 영문 영상을 리버풀에 보냈다"고 밝혔다.

'일본 욱일기의 실체를 세계에 알리는 반크 청년들의 도전', '도쿄 욱일기를 세계에 알리는 3가지 방법', '욱일기, 전범의 깃발' 등 3편의 영상을 보내고, 이제석 광고 연구소가 제작한 영문 포스터도 동봉했다.

리버풀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다각도, 다채널로 욱일기를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와 욱일기가 무분별하게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는 현 실태의 심각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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