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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첼시 분석] 청출어람, 램파드 '스승' 무리뉴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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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첼시 분석] 청출어람, 램파드 '스승' 무리뉴 압도
  • 김대식 명예기자
  • 승인 2019.12.24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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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대식 명예기자] 청출어람이었다. 스승 조세 무리뉴가 이끄는 토트넘 홋스퍼와 제자 프랭크 램파드가 지휘봉을 잡은 첼시의 만남은 램파드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첼시가 지난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8라운드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4위 자리를 지켜냈다. 이 경기는 과거 첼시에서 사제 간이었던 무리뉴와 램파드 감독 간의 맞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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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안의 득점 후 세리모니를 하고 있는 첼시 선수들 [사진출처=첼시 공식 SNS]

# 토트넘 후방을 무력화시킨 램파드의 3-4-3

램파드 감독은 3-4-3 포메이션을 통해 토트넘의 후방 빌드업을 완벽히 제어했다. 첼시의 스리톱(윌리안-태미 에이브러햄-메이슨 마운트)은 토트넘의 후방 빌드업을 제어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최전방 세 선수에게 부여된 역할은 산체스-토비 알더르베이럴트-얀 베르통언을 압박하면서 그 앞에 위치한 에릭 다이어와의 연결고리를 방해하는 것이었다. 이때 마테오 코바시치와 은골로 캉테도 무사 시소코와 중원에 가담한 델레 알리를 견제했다. 이 압박 체계로 램파드 감독은 토트넘 약점으로 꼽히는 중앙 미드필더들의 패스 실력을 제대로 공략했다.

첼시 압박으로 토트넘 수비진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고 공격수들과 거리가 멀어졌다. 이렇게 벌어진 간격은 오히려 토트넘 약점을 더욱 부각시켰다. 시소코와 다이어는 첼시 압박에 고전하면서 전방으로 패스를 공급하지 못했다. 중원에서 상대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자 토트넘은 긴 패스로 공격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긴 패스로 압박을 풀어냈다고 해도 토트넘은 공격 숫자가 부족해 공격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알리가 후방 빌드업에 관여하기 위해 내려가면서 손흥민, 해리 케인, 루카스 모우라만 공격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 수적 우위를 확보한 첼시

이번 경기에서 램파드 감독은 스리백을 사용하면서 수비수 숫자를 평소보다 늘렸다. 또한 전방 압박으로 토트넘 선수들을 후방에 묶었기 때문에 첼시는 자신들의 진영 어디서든 수적 우위를 가져올 수 있었다. 덕분에 효과적으로 긴 패스에 대처할 수 있었고 세컨드 볼도 언제나 첼시의 차지였다. 이는 첼시 4선과 3선의 간격이 토트넘 1선과 3선 간격보다 가까웠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였다. 램파드 감독이 계획한대로 경기가 흘러간 것이다.

토트넘이 종종 알리가 내려온 좌측을 통해 빌드업에 성공하면 캉테와 코바시치가 빠르게 측면으로 이동해 수비를 도와줬다. 중앙 미드필더들이 측면 수비에 가담하면서 생긴 중원 공백은 윌리안과 마운트가 성실히 내려와 채워줬다.

첼시는 수비에 성공한 뒤 공격으로 나설 때 빠르게. 그리고 넓게 경기장을 활용했다. 이는 에이브러햄과 마운트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윌리안은 세르쥬 오리에가 전진한 공간으로 치고나가면서 산체스를 끌어냈다. 덕분에 에이브러햄과 마운트는 알더르베이럴트와 베르통언만 뚫어내면 손쉽게 득점 기회를 잡을 수가 있었다. 일반적인 공격 상황에선 윌리안이나 마르코스 알론소가 좌측,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우측으로 넓게 포진하면서 토트넘 수비를 분산시켰다.

# 무리뉴의 변화, 그리고 손흥민의 퇴장

중원이 완벽히 제압당하자 무리뉴 감독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투입하면서 3-4-2-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후방에서 안정감을 되찾고 공격 숫자를 늘리기 위한 판단이었다.

무리뉴의 판단은 옳았다. 후방에서 빌드업에 성공하자 토트넘은 스리백의 본질적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윙백과 센터백 사이 공간을 공략할 수 있었다.

윙백 역할을 맡은 모우라와 오리에는 최대한 넓고 깊게 위치하면서 첼시 윙백들이 전진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때부터 캉테와 코바시치 좌우 공간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그 공간은 알리의 차지였다. 알리는 주로 좌측면에서 여유롭게 공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캉테나 코바시치는 에릭센이나 시소코가 전진하는 상황을 우려해 알리를 향해 압박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안토니오 뤼디거가 알리를 수비하기 위해 나올 수밖에 없었고 케인과 손흥민은 뤼디거가 있던 공간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에릭센이 첼시 압박을 풀어내고 알리가 공격 연결고리를 수행하자 케인과 손흥민이 살아났다. 무리뉴의 전술 변화로 토트넘의 'DESK라인'이 살아난 것이다. 첼시는 점차 밀리기 시작했고 토트넘은 역전을 위한 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후반 15분 손흥민 퇴장으로 모든 계획은 틀어졌다. 손흥민이 경합 상황에서 뤼디거에게 불필요하게 발을 뻗었고 VAR 판독 후 퇴장 당했다. 손흥민 퇴장은 치명적이었다. 전방 숫자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뉴 감독이 3-4-2-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손흥민이 퇴장당하면서 전방 숫자가 또다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퇴장으로 경기가 급격히 기울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손흥민의 퇴장으로 경기가 급격히 기울었다 [사진=EPA/연합뉴스]

0-2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적 열세에까지 빠지자 토트넘은 기회를 전혀 만들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은 탕퀴 은돔벨레와 대니 로즈를 투입하면서 계속 만회골을 노렸지만 오히려 첼시에 역습을 내줬고 토트넘은 추가 실점 위기를 맞았다.

파울로 가자니가의 명백한 실수, 손흥민의 불필요한 퇴장은 경기 결과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그 변수 외에도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 램파드 완승이었다. 램파드 감독이 계획한 3-4-3 포메이션을 선수들이 120% 수행하면서 첼시는 5위권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엇다.

토트넘이 다가오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중원보강을 하지 못한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무리뉴 감독 부임 후 토트넘 패배 경기를 되짚어보면 패인은 외부에 있지 않았다.

지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전처럼 이번에도 토트넘은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줄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약점을 노출했다. 중앙 미드필더들이 상대 압박을 풀어내지 못하면서 고전하는 흐름이 만성적으로 이어진다면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무리뉴 감독의 과감한 전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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