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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이다영, 이도희가 심고 라바리니가 피운 꽃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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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이다영, 이도희가 심고 라바리니가 피운 꽃 [SQ인물]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2.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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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이다영(23·수원 현대건설)이 개인 통산 두 번째 라운드 최우수선수상(MVP)을 차지했다. 그는 외모로만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다. 이제는 명실상부 V리그 최고 세터로 올라서며 현대건설의 프로배구 여자부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6일 “이다영이 기자단 투표 30표 중 11표를 얻어 쌍둥이 자매 이재영(흥국생명·5표)을 누르고 3라운드 영광의 얼굴이 됐다”고 발표했다.

이다영은 2017~2018 시즌 1라운드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수상 영예를 안았다. 현재 세트 1위(세트당 11.41개)에 올라있는 그는 3라운드 팀의 5전 전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다영이 2019~2020 도드람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MVP로 선정됐다. [사진=KOVO 제공]

현대건설은 수비력과 높이를 겸비한 윙 스파이커(레프트) 고예림 영입 후 기존에 강점으로 평가받던 양효진-정지윤 미들 블로커(센터) 조합에 황민경-고예림 레프트 라인까지 갖추게 됐다. 9월 KOVO컵에서 우승하며 전망을 밝혔는데 전반기 우승후보다운 위용을 뽐냈다.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마야가 시즌 초 부상으로 이탈한 뒤 몸 상태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던 헤일리를 갑작스레 영입하게 됐다. 위기론도 있었지만 이도희 감독 부임 3년차 이다영이 ‘토털배구’를 진두지휘했고, 팀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발전했다.

1라운드 3승 2패, 2라운드 4승 1패를 거뒀고 3라운드 마침내 전승을 달성했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이다영은 이도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7~2018시즌부터 주전으로 도약했다. 자유계약선수(FA) 염혜선이 화성 IBK기업은행으로 떠나면서 당시 21세였던 이다영이 레귤러로 나서게 됐다.

당시 이다영은 염혜선의 백업으로 경기를 소화한 탓에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도 안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 인사가 아닐 수 없다. 

명세터 출신 이도희 감독은 이다영이 진주 선명여고 2학년이던 2013년 당시 대표팀 코치였는데, 이 때 이다영의 재능을 알아봤고, 데뷔 4번째 시즌 기회를 줬다.

이 감독은 “(이)다영이를 믿는 게 크다. 3년간 백업으로 뛰면서 프로 분위기를 익혔을 것”이라며 “내가 세터 출신이다 보니 많은 걸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밑에서 얼마나 성장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는 말로 힘을 실어줬다.

이다영(오른쪽)은 현대건설의 토털배구를 이끌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주전으로 맞는 3번째 시즌 이다영은 V리그 톱 세터이자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 비상했다. 

지난 15일 대전 KGC인삼공사전에서 양효진(22점), 헤일리(18점), 정지윤(17점), 황민경(12점) 등 네 명이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공격 점유율 30%를 넘긴 이는 없다. 앞서 1일 김천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서는 헤일리(18점), 양효진(15점), 정지윤(14점), 고예림(14점), 황민경(12점)까지 5명이나 10점 이상 올렸다.

상대 블로커를 보고 공격수를 모두 활용해 고루 분배하는 이다영의 경기운영이 빛났다. 180㎝, 세터로서 큰 키를 가진 그는 매 경기 블로킹을 잡아내고 틈이 보이면 2단 토스 페인트 공격으로 득점도 한다. 경기당 4.6점을 내는 최고의 공격형 세터를 갖춘 현대건설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이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올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경험을 쌓았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을 만나 속도감 있는 토털 배구에서 중심축을 맡고 있다. 라바리니 감독과 함께한 뒤 한 차원 더 성장했다는 분석이 따른다. 

그는 이제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20 도쿄 올림픽 대륙별(아시아)예선을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국내 최고 입지를 다진 그가 태극마크를 달고 3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란 쾌거를 달성한 뒤 특유의 ‘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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