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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투병' 유상철 감독, 인천 떠나는 그의 두 번째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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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투병' 유상철 감독, 인천 떠나는 그의 두 번째 약속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1.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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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모르겠다. 어떤 결과가 나오고,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의지를 갖고 힘들더라도 잘 이겨내겠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겠다.”

지난해 11월 30일 경남FC와 2019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최종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비긴 뒤 10위로 잔류에 성공한 유상철(49)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남긴 말이다.

그는 앞서 팬들에게 두 가지 약속을 했다. 하나는 인천의 생존이었고, 다른 하나는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은 그가 병마에 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유 감독은 2020년을 시작하며 인천과 동행을 멈추고 두 번째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유상철(가운데) 감독이 인천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사진=연합뉴스]

인천은 2일 “췌장암 투병 중인 유상철 감독이 사의를 밝혀 이를 수리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새 시즌도 유 감독과 함께할 방침이었지만 그가 투병 생활로 팀에 피해를 주기를 원치 않는다며 지난해 12월 28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를 받아들였다.

인천은 대신 그를 '명예감독'으로 선임하며 올해 잔여 연봉도 지급한다. 강등권의 팀을 맡아 병마와 싸우면서도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의지를 불태우며 팀이 2020시즌에도 1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이끈 그에 대한 예우 차원이다. 구단 관계자는 “앞으로도 유 감독의 치료를 물심양면으로 계속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상철 감독은 지난해 5월 인천의 9번째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시즌 막바지 강등권 경쟁이 한창이던 10월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았지만 유 감독은 끝까지 벤치를 지켰다. 그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범K리그 차원에서 응원 물결이 일었고, 하나로 똘똘 뭉친 인천은 또 다시 극적으로 잔류하며 드라마를 썼다.

유 감독은 구단을 통해 “시즌을 마치고 항암 치료와 휴식을 병행하면서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다. 그리고 구단과 선수들을 위해서 저는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사임 소식을 알렸다.

그는 “투병이라는 뜻하지 않은 변수 속에서 냉정히 판단해야만 했다”며 “인천에서 보냈던 지난 7개월 가장 행복했고 감사했다. 이제 건강 회복을 위한 치료에 전념하고자 한다. 팬 여러분이 부탁하신 ‘마지막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건강한 모습으로 팬 여러분께 다시 인사드릴 수 있도록 잘 치료받겠다”고 했다.

한국축구 전체가 유상철 감독의 쾌유를 빌고 있다. 그가 다시 피치로 돌아올 수 있을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인천은 새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오는 7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임중용 수석코치 체제로 전지훈련에 돌입한다.

지난 시즌 욘 안데르센 전 감독 체제에서 인천은 1승 3무 7패 최하위(12위)였다. 하지만 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16경기에서 5승 7무 4패를 거두며 발전된 경기력을 보였다. 유 감독은 “사실 개인적으로 욕심도 있었다. 2020년에는 정말 좋은 모습으로,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모두의 눈을 즐겁게 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축구를 팬 여러분께 보여 드리는 게 팬 여러분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팀에 남아 새 시즌을 함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선수 시절 K리그 득점왕 출신으로 일본에서도 맹활약했고, 2002 한일 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이기도 했던 그다. 선수 커리어와 비교하자면 유 감독은 아직까지 지도자로서는 완전히 만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2009년 춘천기계공고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2011년 대전 시티즌, 2017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감독으로 재직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2014년부터 4년간 울산대를 권역 최강으로 이끌었던 지도력을 프로에서는 제대로 꽃피우지 못했다. 2018시즌에는 전남에서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자 도중에 물러나기도 했다. 인천에서 명예회복을 노렸던 그지만 이번에는 몸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그런 유상철 감독이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국내 축구팬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고 있다. 그의 경력이 여기서 단절된다면 한국축구 차원에서도 손실이 아닐 수 없기에 그가 두 번째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고 웃는 얼굴로 복귀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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