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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나시티즌, 시민구단의 '기업구단화' 가장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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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나시티즌, 시민구단의 '기업구단화' 가장 중요한 것은?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1.0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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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기업구단으로 새 출발하는 대전 하나시티즌은 구단의 정체성과 역사를 이어가며 긍정적인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시·도민구단이 기업구단으로 탈바꿈한 첫 사례라 더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전 하나시티즌은 4일 오후 2시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창단식을 열고 팀명과 엠블럼, 유니폼을 발표했다. 황선홍 감독과 간판 수비수 이지솔은 대표로 취재진 앞에서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구단은 지난해 12월 팀명과 슬로건 공모를 통해 팬들의 의견을 취합, 팀명을 ‘대전 하나시티즌’으로 정했다. 대전 시티즌의 역사와 전통이 계승되기를 바라는 염원은 팀 이름뿐만 엠블럼에도 담겼다. 기존 엠블럼의 핵심 요소를 살리면서도 간결 명료화해 시티즌의 전통을 계승한다. 유니폼 역시 결을 같이 한다.

4일 대전 시티즌이 대전 하나시티즌으로 새롭게 창단했다. [사진=대전 하나시티즌 제공]

엠블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상단의 봉황과 몸체는 백제 금동대향로를 상징하며 대전의 ‘밭 전(田)’자이자 교통의 중심지를 의미하는 십자 표시를 엠블럼 중앙에 담았다. 십자는 빛과 과학도시 대전을 상징하기도 한다. 십자를 구성하는 좌측 상단의 자주색은 구단의 역사적 상징색이고, 우하단의 초록은 하나금융그룹의 상징색이다. 구단 로고서체는 ‘하나체’를 사용해 일체감을 더했다. 

황선홍 감독은 “초대 사령탑을 맡게 돼 영광스럽다. 새롭게 태어난 팀이라 부담감과 책임감이 따른다. 감독, 선수, 프런트 삼위일체 돼 ‘축구특별시’라는 옛 명성에 걸맞은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바뀐 첫 사례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상당히 크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안 좋은 기사를 접하며 마음이 아팠다. 지나간 것은 다 잊어버려야 한다. 150만 대전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팀이 될 수 있도록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 운동장에 많이 찾아와주시면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도 더했다.

대전 하나시티즌이 공개한 구단 엠블럼. [사진=대전 하나시티즌 제공]

황 감독은 한국축구에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남다른 사명감은 여기서 비롯된다.

그는 “팀에는 미래가 있어야 한다. 하나금융그룹에서 제시한 비전에 매력을 느꼈고, 글로벌한 팀으로 나아가자는 취지에 공감했다. 그런 갈망이 있었기에 팀을 맡게 됐다”며 “구단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까지 그리고 있다. 쉽지 않겠지만 우선 K리그1(1부) 진입이 첫 번째 과제”라고 전했다. 

축구판 전체를 놓고봐도 5년만의 기업구단 등장은 큰 기대감을 조성한다. 황 감독은 “주위의 기대가 상당히 크다. 기업구단으로 전환하면서 팬들에게 보여줘야 할 부분도 많다. 피해갈 수 없다. 2020년 한 해만에 대전의 축구가 완벽해질 수는 없음을 잘 안다. 선수들과 차분하게 명문구단으로 가는 초석을 다지고 싶다”고 다짐했다.

2015년 창단한 기업구단 K리그2(2부) 서울 이랜드FC 역시 비전은 거창했다. 1부 승격과 아시아 무대 진출을 목표로 했지만 많은 어려움 속에 숱하게 미끄러졌다.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성적이 떨어졌고, 팬들은 기대를 많이 내려놨다. 감독은 자주 바뀌었고, 포부에 걸맞은 꾸준한 지원 역시 이뤄지지 않아 이랜드의 구단 경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황 감독은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루아침에 팀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한다. 책임감 가지고 해야 한다”고 힘줬다. 자신에게 또 선수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운영진에 전한 당부이기도 하다.

황선홍 초대 감독은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변모하는 첫 사례라 부담감과 책임감이 따른다"고 밝혔다. [사진=대전 하나시티즌 제공]

대전은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7년 대전광역시가 월드컵을 유치하고자 동아그룹, 계룡건설, 충청은행 등의 기업으로 컨소시엄을 꾸려 창단한 팀이다. 하지만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 줄줄이 도산했고, 2006년 결국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했다. 

이후 숱한 잡음이 대전을 따라다녔다. 2013시즌 K리그2(당시 챌린지)로 강등됐고, 2014년 K리그2에서 우승해 다시 승격했지만 이듬해 바로 다시 강등됐다. 2018시즌 준플레이오프(PO)에 진출해 1부 진입을 노렸지만 좌절했고, 지난 시즌에는 8승 11무 17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로 9위에 머물렀다.

대전 시티즌 팬들이 그리워하는 구단의 전성기는 2003시즌일 것이다. 18승 11무 15패로 12개 팀 중 6위를 차지했다. 우승 경쟁을 벌인 것은 아니나 직전년도 단 1승에 머물렀던 팀이 환골탈태하며 홈 승률 77.3%, 평균관중 1만9000여 명, 주중 최다관중 4만3700명을 기록했다. ‘축구특별시’로 거듭났던 때다. 

황선홍 감독 말대로 다시 기업구단으로 변모한 대전이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축구장 안에서 보여줄 능력 못잖게 구단이 그려나갈 확고한 비전은 물론 믿고 기다려주는 뚝심이 동반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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