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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힘을 내요, 우먼파워! '드라마왕국' 진정한 지배자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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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힘을 내요, 우먼파워! '드라마왕국' 진정한 지배자가 되려면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5.08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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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맘' 김희선, '여자를 울려' 김정은, '여왕의 꽃' 김성령, '착않녀' 김혜자 장미희 채시라 이하나 등 맹활약

[스포츠Q 박영웅 기자] 최근 드라마계 추세를 보면 여성이 중심이 된 작품들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우먼파워'가 사회를 넘어 안방극장까지 파고든 것이다.

◆ 안방극장의 메인 타임 시간대를 장악한 우먼 파워

안방극장의 우먼파워를 느끼는 일은 어렵지 않다.

▲ 김희선은 평일 미니시리즈인 MBC '앵그리맘'에서 메인 캐릭터를 맡아 극을 이끌었다. [사진= MBC '앵그리맘' 제공]

현재 평일과 주말을 통틀어 저녁 메인 타임 시간대 드라마들은 총 10여 편 정도다. 이중 여배우가 중심이 된 드라마는 무려 다섯 작품에 달한다. 일주일 메인 타임 시간대 드라마 중 절반을 여배우가 장악하고 있다. 특히 주말극의 경우 여배우가 중심이 된 드라마는 세 작품이나 된다.

(*평일= MBC '앵그리맘'(김희선),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김혜자 장미희 채시라 도지원 이하나. 단독 주연 드라마는 아니지만 모든 내용이 여배우들의 연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드라마다) *주말= MBC '여자를 울려'(김정은), '여왕의 꽃'(김성령), SBS '이혼변호사는 연애 중'(조여정))

한마디로 여성 주도형 드라마가 '대세'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수년간 드라마 방송 사례를 찾아봐도 보기 드문 현상이다.

왜 드라마계에 '우먼파워' 현상이 가속되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드라마를 주도할 만한 역량있는 여배우 인재풀이 갖춰져 있다는 점일 것이다. 김희선, 김정은, 김성령, 조여정, 채시라 등은 한결같이 탄탄하게 연기 벽돌을 쌓아온 스타 연기자들이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도 배경을 분석해 볼 수 있다. 경제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다.

▲ 김정은에게 여성 배우가 나약하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는 '여자를 울려'를 위해 액션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MBC '여자를 울려' 제공]

◆ 경제적 요인 '상대적으로 저렴한 여배우의 몸값+남자 스타배우 기근'

안방극장을 점령한 여배우들의 증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스타들의 '몸값'이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 드라마계에서 주연급 여배우들의 몸값은 남자 배우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스타급 남녀배우를 놓고 비교했을 때 그 차이는 더 커진다. 한푼이라도 적게 들면서도 효과가 좋다면 최상의 조건이다.

KBS 드라마 담당 김모 작가는 "정확한 금액을 밝히기는 힘들지만, 스타급 남자배우 한 명의 몸값이면 비슷한 레벨의 여배우는 최소 30%에서 최대 절반 이상 몸값이 싸다"며 "이런 차이는 제작비에 작품성이 결정되는 드라마계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드라마계는 남자 스타 배우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여배우들을 활용한 드라마 증가 추세에 불을 지피고 있는 형국이다.

김 작가는 "드라마계에서 남자배우 하나를 스타로 키우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한류 열풍까지 더해지며 스타급 남자배우들이 국외로 진출하며 더욱 부족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예외는 있지만 여성 스타를 발굴해 내는 일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면이 있다"며 "그래서 최근 여성 중심의 드라마들이 떠오르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김 작가는 "여성배우들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청률 경쟁에 제작비 걱정을 하는 드라마계에 단비 같은 존재들이다. 또한, 남자 스타 부족을 메꿔주는 중요한 자원들이기도 하다"며 이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김성령이 주연을 맡은 '여왕의 꽃'의 포스터. [사진=MBC '여왕의 꽃' 제공]

◆ 사회적 요인 '여성들의 사회진출 증가와 인식변화'

최근 우리나라 사회는 여성들의 '우먼파워'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꽤 성숙단계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커리어우먼, 골드미스, 알파걸, 스완족(당당하고 진취적 젊은 여성) 등의 신여성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단순히 남성과 동등한 직장 생활을 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직장과 사회를 주도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창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행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의식은 실제 사례로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여성 대법관, 여성 당 대표 등에 이어 대한민국 건국 60여 년만에 여성대통령을 배출해냈다. 전통적으로 금녀의 분야로 통하던 영역에 여성들의 진출이 차츰 더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현대 여성들은 단순히 사회의 '진출'을 넘어 '주도'하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회를 대변하는 드라마도 변화를 맞고 있다. 최근 여배우들은 작품의 중심을 넘어 지배하는 존재로까지 올라서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대중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과거와 달리 딱히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중들이 우먼파워의 흐름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방송계는 이런 사실을 잘 간파하고 여성중심의 드라마 제작을 늘리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대중문화 연구원 최모 씨는 "최근 대중들은 우먼파워가 대세를 이루는 사회 분위기에 잘 적응돼 있다"며 "이런 이유로 대중들은 최근 여성이 지배하는 드라마를 보고도 예전처럼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요인들이 여성중심의 드라마가 늘어나는 원인이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조여정. [사진=SBS '이혼 변호사는 연애 중' 제공]

◆ 드라마계의 우먼파워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장벽

드라마계에 부는 여풍(女風)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는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소외된 여성들이 많다. 드라마 속 히로인들의 주도적인 활약은 이들에게 통쾌함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차츰 사회적인 분위기도 바꿔 준다.

물론 앞으로 극복해야할 과제도 있다. 여배우가 지배하는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남자 스타들이 나온 드라마와 비교해 파급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는 드라마의 인기를 좌우하는 주시청층에 여성비율이 높아 남자배우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여전하다는 점이 반영되고 있다.

방송사 통계에 따르면 한류를 주도하고 국제적으로 크게 히트를 친 드라마는 남성 톱스타가 전면에 포진한 드라마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국내 시장은 물론 국외 시장을 흔드는 영향력 있는 드라마가 줄어드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세상 어느 분야든 균형있는 발전이 필요하다. 드라마계에도 남성과 여성이 주거니 받거니 견인해 나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어떤 한쪽이든 비대칭적으로 발전하면 그만큼 소재의 다양성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여배우가 중심이 된 드라마는 소프트한 경향을 띌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인 관습과 신체적인 특성으로 인해 강력한 액션이나 스릴러물 등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김희선과 지현우가 호흡을 맞춘 '앵그리맘'. [사진=MBC '앵그리맘' 방송 캡처]

◆ 여성이 지배하는 드라마,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여배우가 지배하는 드라마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하고 일관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 드라마에서 발생하는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방송사와 제작사 모두 작품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당연한 논리겠지만 이들이 활약하는 좋은 작품이 많아질수록 여배우 중심의 드라마 생명력은 탄탄해질 것이다.

또한, 여배우 중심의 드라마는 단순하다는 편견을 깨야만 한다. 우먼파워의 사회적 분위기가 드라마 속에 제대로 용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요즘 '착하지 않은 여자' '여자를 울려' '앵그리맘' 등이 보여준 소재의 다양성과 신선한 캐릭터들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케이블 채널 신모 PD는 "최근 여배우들이 중심이 된 드라마들이 증가추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분위기가 얼마나 지속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사회적 분위기가 우먼파워를 인정하는 시대인 만큼 이같은 드라마의 발전 가능성이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들 작품에서 발생하는 약점들을 반드시 보완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드라마계가 더욱 다채롭고 풍성해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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