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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스 빛바랜 29P-28R, '허훈 의존증' KT 빛과 그림자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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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스 빛바랜 29P-28R, '허훈 의존증' KT 빛과 그림자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1.0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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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바이런 멀린스(31)가 부산 KT 입단 후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다. 그럼에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KT의 현실을 보여준다.

멀린스는 8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인천 전자랜드와 치른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29득점 28리바운드로 골밑을 지배했다. 그러나 팀은 80-81로 석패했다.

3연패이자 최근 10경기 2승 8패. 7연승으로 상위권에서 머물던 KT는 허훈(25)이 부상으로 빠진 뒤 끝없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자랜드전 허훈이 복귀했지만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가운데 결국 연패가 이어졌다.

 

부산 KT 바이런 멀린스가 8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호쾌한 덩크슛을 꽂아넣고 있다. [사진=KBL 제공]

 

29득점 28리바운드는 프로농구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기록이다. 20-20도 대단한데, 멀린스는 골밑을 초토화시키며 30-30에 근접했다.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이 사라지며 KT는 212.5㎝의 멀린스를 영입했다. 최장신 선수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멀린스는 기대에 완전히 부응하진 못했다. 올 시즌 31경기에서 평균 15.3점 10리바운드로 평균 이상 수준일 뿐이었다. 출전시간이 23분 남짓으로 많진 않았지만 그보다 문제는 기복이 심했다는 것이다. 한 자릿수 득점 경기가 9차례나 됐다.

이날은 달랐다. 전자랜드 머피 할로웨이, 트로이 길렌워터와 골밑에서 대결하며 골밑에서만 20점을 넣었다. 반면 이들에겐 10점만을 허용했다. 심지어 경기 중반 코 부분과 강상재의 머리에 충돌하며 피를 쏟는 부상을 안고도 내보인 성적이다.

하지만 KT는 멀린스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살리지 못했다. 국내 선수들의 활약에서 차이가 있었다. 전자랜드는 토종 두자릿수 득점 선수가 3명으로 KT(2명)에 비해 많았고 10명이 모두 코트를 밟으며 8명이 득점에 가담했다. 반면 KT는 박준영과 최진광, 김민욱은 아예 코트를 밟지도 못했다.

 

9경기 만에 복귀한 허훈(오른쪽)은 슛 난조를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KBL 제공]

 

득점이 주전급 선수들에만 집중되는 현상이 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시즌 전체를 관통한다.  16.1득점으로 이 부문 전체 6위에 오르며 ‘단신 외국인 선수’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허훈과 양홍석(13득점)이 워낙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반대로 이들이 자리를 비우거나 부진할 때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실제로 KT는 허훈이 빠진 뒤 맥을 추지 못했다. 7연승을 달리던 팀이 1승 7패로 부진하게 상황은 허훈의 존재 유무로 설명된다. 허훈이 복귀했지만 슛 감각 난조를 보이며 8득점에 그치자 KT로선 이길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경기 막판 상황만 봐도 KT의 허훈 의존증을 읽어볼 수 있다. 이날 맹활약했던 멀린스가 종료 5초전 공을 잡았지만 결국 허훈에게 패스했고 마지막 슛이 림에 맞고 튀어나오며 KT는 고개를 숙였다.

선수단 구성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2017년 11월 있었던 트레이드에서 KT는 군 입대를 앞둔 이재도와 김승원을 보내고 김기윤과 김민욱을 받아왔다. 김민욱이 현재 쏠쏠한 활약을 보이고는 있지만 어느덧 병역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재도가 아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양홍석(오른쪽)은 허훈과 함께 뛰어난 활약으로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사진=KBL 제공]

 

지난 시즌 드래프트 1순위를 가지고 있던 상황에서도 서동철 감독은 가드 변준형(KGC인삼공사)이 아닌 포워드 박준영을 뽑았다. 박준영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변준형이 신인왕을 차지하는 등 KGC인삼공사의 주전가드로 활약하는 걸 보면 KT 팬들로선 배가 아플 수밖에 없다.

걱정되는 부분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도 모두 허훈과 양홍석에게 있다. 팀 공격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허훈과 양홍석은 국제대회 메달 획득(올림픽 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아니고선 군입대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당장의 문제는 아니라고 해도 이들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느냐가 큰 걱정거리다.

물론 희망 또한 이들에게서 찾는다. 허훈이 아직 슛 감각이 예전 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올 시즌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만큼 KT의 분위기 반전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허훈과 양홍석은 아직도 성장 중인 젊은 선수들이다. 올 시즌은 물론이고 향후 몇 년 같은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들에게 있다.

다만 이들이 부진하거나 혹은 군 입대, 부상 등으로 빠져 있을 때 빈자리를 메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KT가 더 좋은 팀으로 남기 위해선 이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시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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