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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기적' KB 안덕수, 유재학-위성우 넘는 진정한 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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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기적' KB 안덕수, 유재학-위성우 넘는 진정한 운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1.10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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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박지수를 뽑으며 넙죽 큰 절을 했던 안덕수 청주 KB스타즈 감독이 3년 3개월 만에 다시 포효했다. 극악의 확률을 이겨낸 기적이다.

KB스타즈는 9일 인천 하나은행 연습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2019~2020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안덕수 감독의 선택은 모두의 예상대로 상주여고 3학년 가드 허예은(19)이었다.

지난해 ‘로또’를 맞았던 아산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가장 불리한 상황에서도 1순위 지명권을 얻어낸 KB다. 안덕수 감독의 입가에 미소가 끊일 수 없었던 이유다.

 

안덕수 청주 KB스타즈 감독(왼쪽)이 9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2019~2020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으로 허예은을 선발했다. [사진=WKBL 제공]

 

드라마 각본으로 써도 너무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을 받을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WKBL 신인 드래프트 규정상 지난 시즌 정규리그 순위 역순으로 많은 구슬을 부여받았다. 우승팀 KB는 전체 21개의 구슬 중 단 하나만을 추첨통에 넣었다. 확률은 단 4.76%. 

그러나 추첨자로 나선 김가현 KBSN 신입 아나운서가 뽑아든 공은 초록색, 가장 낮은 확률의 KB의 것이었다. 안덕수 감독과 KB스타즈 관계자들의 환호성 뒤로 타 구단 관계자들의 탄식이 일제히 새 나왔다.

KB스타즈는 2016년 10월에도 14.3%의 확률을 딛고 1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었다. 박지수를 품은 안덕수 감독은 포효하며 무대에 오르더니 농구 관계자와 학부모, 취재진을 향해 기쁨의 큰절을 올렸다.

3년 3개월여 만에 다시 행운의 주인공이 된 안덕수 감독은 망설임 없이 간절히 원하던 허예은을 택했다.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19세 이하 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넓은 시야와 뛰어난 드리블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골밑의 박지수, 외곽의 강아정 등과 이룰 조합은 벌써부터 팬들의 기대감을 키운다. 2위 우리은행과 반 경기 차 선두지만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76% 확률을 딛고 1순위 지명권을 얻었던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왼쪽)은 박지현을 뽑았지만 지난 시즌 KB스타즈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사진=WKBL 제공]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결과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놀랄 일만은 아니었다. 정확히 1년 전 신입선수 선발회에 추첨자로 나섰던 이향 KBSN 아나운서는 마찬가지로 4.76%의 확률에 불과했던 우리은행의 공을 뽑았다.

남자 농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안덕수 감독이 큰절을 올렸던 그해 울산 현대모비스는 2번째로 확률이 낮았음에도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다만 희비는 엇갈렸다. 현대모비스는 황금 드래프트 선수들 중에서도 대학교 시절부터 태극마크를 달며 가장 두각을 나타낸 센터 이종현을 지명했다. 그러나 그는 부상 악몽에 시달리며 3시즌 162경기 중 91경기에만 나섰다. 현대모비스가 지난 시즌 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되찾았지만 정작 이종현은 부상으로 봄 농구에 나서지 못하고 챔피언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지 못했다. ‘럭키픽’ 효과를 아직까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3년 만에 다시 1순위 지명권을 따낸 안덕수 감독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우리은행은 지난해 가뜩이나 막을 자가 없었던 상황에서 ‘대박’을 맞으며 초고교급 기대주 박지현을 선발했다. 임영희의 은퇴 공백을 지워내며 또 다른 1강 체제를 그리는 듯 했다.

그러나 통합 6연패를 달성했던 우리은행은 KB의 대관식을 지켜봐야 했다. 그 중심엔 3년 전 드래프트의 주인공 박지수가 있었다. 한국 여자농구의 대들보가 된 박지수 영입 이후 KB스타즈는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아산 우리은행의 대항마가 됐다. 나아가 지난 시즌엔 간절히 원하던 첫 통합 우승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

박지수를 중심으로 독주 체제를 구축하려는 KB는 허예은까지 데려오며 빈틈없는 전력을 갖추게 됐다. 당장 뛰어난 활약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선두 KB는 허예은이 프로무대의 벽을 체감하며 충분한 적응기간을 갖도록 배려할 여유가 있다.

팀에 첫 우승을 안기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안덕수 감독이지만 천운을 몰고 다니는 그에게 운장이라는 말보다 적합한 표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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