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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 KGC 김승기, 프로농구 부활 진정 원한다면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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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 KGC 김승기, 프로농구 부활 진정 원한다면 [기자의 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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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2% → 20.9%.

올 시즌 확 달라진 프로농구 열기를 대변해주는 수치다. 지난 시즌 각종 노력에도 1.2%에 불과했던 관중 증가세는 올 시즌 반환점을 돈 현재(162경기 기준) 무려 20.9%로 급격한 상승폭을 보였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홍보 효과와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 변화로 인한 토종 선수들의 활약 등이 농구 팬들을 다시 경기장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그러나 정작 농구인들은 모처럼 찾아든 순풍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것처럼 보인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식을 연일 전하며 농구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고 있다. 최근엔 김승기(48)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의 태도가 뜨거운 감자다.

 

김승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왼쪽에서 2번째)가 14일 KBL로부터 제재금 1000만 원, 1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사진=KBL 제공]

 

국가대표 센터 오세근이 빠진 상황에서도 짜임새 있는 농구로 선두 경쟁을 이끌며 감탄을 자아내고 있는 김승기 감독이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여론이 싸늘히 식었다. 지난 11일 안방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 경기 연장전 도중, 경기 종료 1분 40초를 남겨둔 상황에서 김승기 감독은 돌연 주축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78-85로 뒤져 있는 상황에서 루즈볼 싸움을 벌이던 이재도의 파울이 지적된 이후였다. 다소 억울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고 해도 경기를 포기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김승기 감독은 심판 판정에 비꼬듯 박수를 치며 이재도와 브랜든 브라운, 문성곤을 동시에 뺐다. 그들 대신 동시 투입된 건 백업 자원들이었다.

이미 자리에 앉아버린 김승기 감독은 한술 더 떠 공격에 나서려는 가드 박지훈을 향해 서둘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를 지켜본 박지훈은 공격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시간을 다 써버린 뒤 터무니없는 3점슛을 던졌다. 전태영도 마찬가지로 시간을 허비했다. 마치 KGC인삼공사가 경기를 리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날 경기장엔 올 시즌 평균 관중인 3314명을 크게 웃도는 4018명의 관중이 찾았다.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자 LG 응원단에서 들리는 함성 사이로 이에 못지않은 야유가 터져 나왔다.

 

KGC 가드 박지훈(오른쪽)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벤치를 바라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장면. [사진=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팬들에 대한 기만행위임이 분명했고 김승기 감독의 사과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점수 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심장 시술 부위가 아파와 자리에 앉았다며 팬 우롱 행위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나아가 더 이상 점수 차가 벌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천천히 공격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설득력 없는 해명 혹은 핑계에 팬들은 더욱 공분했다.

KBL은 14일 오전 KBL센터에서 재정위원회를 열어 김승기 감독에게 1경기 출전 정지와 함께 제재금 1000만 원, KGC인삼공사에도 경고를 부과했다. 프로농구 최고 수준 징계다.

최근 경기 중 충돌한 서울 SK 최준용(20만 원), 김민수(30만 원), LG 강병현(70만 원)의 제재를 내린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불성실한 경기 운영 외에도 종료 후 심판 대기실 앞에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항의를 한 것까지 사유로 지적됐다.

김승기 감독의 해명보다는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가져 경기를 포기했다는 게 훨씬 더 설득력을 갖는다. 바람직한 행위는 아니지만 솔직하게만 고백하고 사과했더라도 팬들의 실망이 이토록 크지 않았을 것이다. 오죽하면 김승기 감독 관련 기사엔 “아프면 그냥 쉬시라”는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고 있을 정도다.

 

KBL은 14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김승기 감독의 불성실한 경기 태도에 대해 심의해 징계 수위를 정했다. [사진=KBL 제공]

 

온전치 않은 몸을 이끌고도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는 김승기 감독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과는 별개로 이번 행동과 발언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프로농구는 20여년 가까이 농구대잔치 시절을 추억해야만 했다. 그 시절만한 인기를 되찾기 쉽지 않았다. 특히 최근 몇 년 위기론이 커졌다. 지난 시즌 총재 교체와 함께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성과는 미비했다. 올 시즌 팬 친화적인 마케팅 등 지속적인 노력과 예능 바람 등으로 호재를 맞는 듯 했다. 드디어 프로농구에도 봄이 돌아오는 듯 했다.

그러나 이럴 때마다 팬서비스 논란과 농구인들의 말실수, 코트 내에서 불필요하게 벌어지는 몸싸움 등으로 분위기는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는 표현의 줄임말)’가 됐다. 

프로농구의 발전과 부흥을 바라는 이라면 이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상황이 반복된다는 건 진정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는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경각심 부족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오는 19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선 올스타전이 열린다. 프로농구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기 위해 연맹과 각 구단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준비하는 축제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선거철에만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때만 되면 팬들을 위한다고 말하기는 것은 아닌지, 팬들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갖추고는 있는지 농구인들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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