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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에 뜬 김연경, '즉석 기자회견 OK' 월드클래스의 품격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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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에 뜬 김연경, '즉석 기자회견 OK' 월드클래스의 품격 [SQ현장]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1.16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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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스포츠Q(큐) 글·사진 김의겸 기자] “(부상에) 자연스런 자극은 괜찮다고 했다. 집에서 누워있는 것 보다 가벼운 자극이 힐링이 된다고 해 나왔다. V리그 중계를 많이 봤는데 장충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배구 열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다른 경기보다 ‘빅매치’이기도 해 오고 싶었다.”

복근이 찢어지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을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으로 이끈 ‘배구 여제’ 김연경(32·엑자시바시)이 ‘강제’ 휴식기를 맞아 16일 서울 GS칼텍스와 수원 현대건설의 V리그 경기가 열리는 서울 장충체육관을 찾았다.

예고 없었던 그의 방문에 일부 취재진은 간단히 부상 상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프로배구 여자부 빅매치 현장을 찾은 많은 기자들을 발견한 김연경은 한국배구연맹(KOVO)의 즉석 기자회견 요청에 선뜻 응하는 ‘월드클래스’ 면모를 뽐냈다.

김연경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김연경은 “병원 다녀왔고, 4-6주 진단이 나왔다. 복근을 아예 쓰면 안돼 2주 정도는 완전하게 지루한 휴식을 취한 뒤 맨몸운동을 시작할 것”이라며 “18일 터키에 들어가 구단과 상의해봐야 한다. 구단에서도 계획이 있을 터라 들어보고, 가능하면 한국에서 관리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김연경은 2016년에도 복근 부상을 겪은 바 있다. “그때는 3주 정도 쉬고 훈련을 다시 할 수 있었다. 위치는 비슷한데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은 카자흐스탄과 2020 도쿄 올림픽 대륙별(아시아)예선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르다 통증을 느껴 코트를 나왔고, 대만과 준결승전에 결장했다. 

김연경은 준결승전에 뛰고자 했지만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물론 피지컬 트레이너와 의무팀도 모두 그의 출전을 말렸다. 이 같은 배려에 김연경은 오히려 힘을 냈고, 결승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2점을 작렬하며 위닝 스파이크까지 직접 처리했다. 

그는 “메디컬 원장님, 피지컬 트레이너, 감독님 전부 다 ‘더 심해질 게 보인다. 회복이 늦어질 것이고, 선수 생활 위해서도 안 하는 게 맞다’며 만류했다. 감독님도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다. 네가 하지 않아도 다른 선수들이 해줄 것’이라고 이야기 해 더 마음이 동했다”며 “모든 사람들이 나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보는 게 싫어 조금의 고민도 없었다. 진단결과 나오자마자 어떻게 하면 뛸 수 있겠느냐고 이야기 했다”고 돌아봤다.

김연경은 올림픽 진출 과정을 돌아보며 연신 "기쁘다", "너무 좋다"는 표현으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부상에도 그는 올림픽과 대표팀 생각뿐이다. “한 번의 기회가 더 오니 더 절실하다. 대표팀을 위해서 몸을 만들 것이다. 지금 쉬는 것도 나중에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팀 분위기가 너무 좋고, 라바리니 감독님 체제를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해 올림픽에서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직 태국과 결승전 여운이 남은 듯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김연경의 입가에 연신 미소가 번졌다. 올림픽 진출 과정을 돌아보며 그는 마지막 올림픽에 대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결과가 안 좋았으면 오늘 못 왔을 것 같다. 예선전을 돌아보면 너무 감동적이다. 배구 하면서 이렇게 드라마 같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다. 리그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올인한 것이었기에 모 아니면 도였다. 정말 좋다. 너무 많이 힘들었고,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지만 내색을 많이 못했다. 헌데 선수들이 말 하지 않아도 이를 나눠 짊어지려 노력했던 것 같고, 팀워크로 이어졌던 것 같다. 정말 끈끈했다”는 그의 말에서 김연경이 짊어졌던 부담감, 좋지 않은 몸 상태에도 출전을 강행했던 이유 그리고 모두가 간절했던 대표팀의 '원팀' 정신까지 모두 느낄 수 있다.

기자단을 발견한 뒤 선뜻 기자회견에 응한 김연경과 대화를 나눠보니 또 한 차례 그의 월드클래스로서 품격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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