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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팬퍼스트' 프로농구, 올스타전 존재이유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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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팬퍼스트' 프로농구, 올스타전 존재이유에 답하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1.19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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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을 메운 10개 구단 프로농구 팬들은 열광했다. 팬들의, 팬들을 위한, 팬들에 의한 올스타전은 어느 때보다 의미 깊었다.

19일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린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경기장 밖엔 많은 팬들이 운집했다. 팬들의 지지를 얻은 선수들만의 잔치로 여겨지기도 했던 올스타전이었지만 올해는 달랐다. 10개 구단 200여명의 선수 전원이 총출동해 팬서비스에 나섰고 팬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번졌다.

 

19일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2쿼터 심판으로 나선 부산 KT 허훈(가운데)이 단호하게 파울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올 시즌 KBL은 다양한 변화와 함께 흥행 순풍을 타고 있다. 20% 이상 관중 증가세를 보이며 프로농구의 부활 기대감을 키워가는 중이다. 올스타전에서도 열기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이날도 관중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낮 12시 40분께 7800석 좌석 티켓이 모두 팔려나갔고 입석 티켓까지 불티나게 팔렸다. 총 판매 티켓은 9704장. 올스타전 티켓이 매진된 건 부산에서 진행된 2016~2017시즌 이후 3년만이었다.

이 같은 열기에 KBL은 ‘팬과 호흡하는 올스타전’을 기치로 걸고 행사를 준비했다. 팬들의 선택을 받은 인기 선수들 혹은 콘테스트에 참가하는 이들만의 행사로 여겨졌던 올스타전이었지만 이날은 모든 선수들이 삼산벌에 모였다.

 

9700여 관중이 가득 들어찬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사진=KBL 제공]

 

선수들은 경기장 밖에 마련된 10개 구단 부스에 자리해 팬들과 인사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곤 모든 선수들이 코트에 나와 함께 애국가를 제창했다. 10명의 사령탑들은 대형 태극기의 기수로 나섰다.

팬들의 선택을 받은 24명 올스타 선수들은 KBL 공식 SNS에서 사전 진행된 ‘팬들이 만드는 입장 퍼포먼스’를 충실히 수행했다. 과한 헐리우드액션으로 ‘감전규’라는 웃지못할 별명을 얻기도 했던 김종규(LG)는 여기서 착안한 피카츄(전기공격을 하는 만화 캐릭터) 코스프레와 함께 등장했고 김준일(삼성)은 조커, 김국찬(현대모비스)은 가상의 인기가수 ‘유산슬’, 정희재(LG)는 겨울왕국 올라프 분장을 했다. 지난해 프레디 머큐리로 변신했던 전태풍(SK)은 오토바이를 타고 코트에 등장해 폭소를 자아냈다.

애국가 제창을 마친 선수들은 각 팀 좌석을 찾아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경기를 관람했다. 부산에서 먼걸음 한 부산 KT팬 조경민(24) 씨는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는 올스타전인데 선수들과 가까이 앉아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경기도 볼 수 있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 SK 전태풍은 오토바이를 타고 깜짝 등장해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이끌어냈다. [사진=KBL 제공]

 

올스타 투표 1,2위를 차지한 각 팀 주장 허훈(KT)과 김시래(창원 LG)는 2쿼터 도중 심판으로 나서 의도된 편파 판정으로 재미를 줬다. ‘농구황제’ 허재 전 대표팀 감독의 두 아들 허웅(27·원주 DB)와 허훈(25)은 1쿼터 막판 의도된 1대1 대결을 펼치며 흥미를 키웠고 프로농구 대표 앙숙 이정현(전주 KCC)과 이관희(서울 삼성)도 치열한 매치업으로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선수들은 자신들을 희생하기도 했다. 이정현(KCC)은 과한 헐리우드액션으로 일부 팬들에게 ‘으악새’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데, 의도적으로 3점슛 자세에서 파울을 유도하며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정현이 득점에 성공하자 심판으로 변신한 허훈은 본분을 잊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노골적으로 편파판정을 자처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최준용은 김종규과 충돌하며 공을 빼앗긴 뒤 퍼포먼스를 펼쳤다. 스틸을 당한 뒤에도 쓰러져 감전 퍼포먼스를 펼치며 김종규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적으로 만난 두 형제 허훈(왼쪽)과 허웅은 골밑에서 치열한 몸 싸움을 벌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진=KBL 제공]

 

경기 내내 개성 넘치는 행동으로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최준용은 베스트 세리머니상을 받았다. 도발성 세리머니 등으로 일부 팬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하는 그지만 올스타전에선 이러한 행동이 얼마나 재미를 더할 수 있는지 증명했다.

경기는 팀 허훈이 팀 김시래를 123-110으로 꺾으며 마무리됐다. MVP는 31점 8리바운드로 팀 승리를 이끈 김종규가 수상했다.

경기에 나선 외국인 선수가 어느 때보다 적었기에 화려한 덩크슛 등 경기적인 볼거리가 줄어들었다고도 평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5년 째 창원에서 LG를 응원하고 있다는 성희정(38) 씨는 “올스타전 2번째 방문인데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며 “상당히 재미있었고 벌써부터 다음 시즌 올스타전이 기대된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전국에서 모인 농구 팬들은 진한 여운 속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달라진 KBL과 선수들은 올스타전이 왜 존재하는지, 팬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범답안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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