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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또 ‘안필드 무득점’ 리버풀 피르미누,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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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또 ‘안필드 무득점’ 리버풀 피르미누, 그 이유는?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01.2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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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리버풀 FC(이하 리버풀) 주포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또 다시 침묵했다. 공격진에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 승리에는 일조했지만, 염원했던 올 시즌 홈경기 첫 득점은 다음 경기로 연기됐다.

리버풀은 20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2019-20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3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이하 맨유)전에서 전반 14분 반 다이크의 선제골과 후반 추가시간 살라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하며 리그 무패 행진(21승 1무)을 이어갔다.

지난 22라운드 토트넘 전에서 득점을 터뜨린 피르미누 [사진=연합뉴스]
지난 22라운드 토트넘 전에서 득점을 터뜨린 피르미누 [사진=연합뉴스]

이날 경기에서 리버풀 공격진을 이끈 것은 단연 피르미누였다. 올 시즌 피르미누는 살라, 마네와 함께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며 팀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총 31경기에 나서 9득점을 기록 중인데, 그가 득점에 성공한 경기에서 팀이 매번 이길 정도로 활약이 두드러졌다. 또한 그 중 결승골이 6번이나 될 정도로 순도 높은 골 결정력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문제는 그의 모든 득점이 원정에서 나올 정도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득점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피르미누는 리버풀 데뷔 시즌이었던 2015-16 시즌 6골, 지난 2018-19 시즌에도 16골 중 10골을 홈에서 넣을 만큼 대부분 시즌 홈경기 득점이 많았지만 올 시즌은 유달리 홈경기 골 가뭄에 애를 먹고 있다.

그만큼 답답함을 노출한 피르미누는 이번 경기에 독기를 품고 나온 듯, 전반 초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윌리엄스-린델로프-매과이어-완 비사카로 이어지는 상대 포백 수비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며 상대 골문을 노렸다.

하지만 피르미누는 이번에도 득점에 실패했다. 후반 38분 파비뉴와 교체될 때까지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볐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과중한 수비 가담이 공격 작업을 더디게 만들었다. 물론 피르미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수비 가담 능력으로 꼽힐 만큼 그는 수비 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리버풀이 공을 뺏겼을 경우 최전방에서 일차 저지선을 형성하고, 그것이 뚫리면 곧바로 2선과 3선으로 내려와 미드필더들과 함께 상대를 압박하는데 능숙한 선수다.

이번 경기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이어졌다. 살라, 마네와 함께 최전방에서 강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 수비진 실수를 유발하고 라인을 깊숙이 물려야 할 때는 과감하게 수비로 내려섰다.

피르미누의 헌신 때문이었을까.

리버풀은 맨유를 거세게 몰아쳤고, 전반 14분 만에 반 다이크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리버풀은 쉽게 주도권을 잡고도 불안한 경기를 이어갔다. 그들은 경기 내내 상대를 압도하고도 점수 차를 크게 벌리지 못했고, 피르미누는 수비 시 계속해서 후방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후반 21분 랄라나가 투입되면서 수비 부담은 배가됐다. 전반전 체임벌린이 2선 미드필더를 담당했을 때는 비교적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공격 성향이 짙은 랄라나가 미드필드진에 자리하자 공격 시에도 상대 역습에 대비해 수비에 신경 썼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 부담이 높아진 것은 당연지사였다. 최전방 공격수가 수비 가담 후 다시 최전방까지 올라가는 것을 반복하기란 쉽지 않았다. 후반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피르미누는 급격히 발걸음이 느려진 모습을 노출했다. 자신들의 역습 상황에서도 좀처럼 속력을 내지 못했고, 활동량마저 떨어지니 득점 찬스 또한 쉽게 잡을 수 없었다.

전반 14분 반 다이크의 선제골을 축하하는 피르미누(우측) [사진=연합뉴스]
전반 14분 반 다이크의 선제골을 축하하는 피르미누(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또 피르미누 특유의 이타적인 플레이도 오히려 방해물이 됐다. 전반 44분 자신이 직접 득점을 노릴 수 있었지만 마네에게 더 좋은 찬스를 만들어주려는 모습이나, 후반 4분 헨더슨의 골 포스트를 맞는 슈팅 등 피르미누의 헌신적인 플레이가 돋보인 장면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이 해결해야 할 상황에서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로 팀 공격 속도를 스스로 낮추고 말았다. 그는 최전방에서 다른 동료들의 공격 지원을 기다렸고, 이는 맨유 수비수들이 수비 대형을 쉽게 갖출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셈이 됐다.

여기에 골 결정력 부재와 불운까지 더해졌다. 이타적인 플레이 때문인지 피르미누에게 많은 골 찬스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분명 득점 찬스 상황은 존재했다. 그러나 매번 골문은 그를 외면했다. 후반 10분 화려한 드리블로 완 비사카를 벗겨낸 후 시도한 강한 슈팅은 매과이어 몸을 강타했고, 후반 32분에는 클리어링 미스를 놓치지 않고 데 헤아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았지만 슈팅이 반 박자 늦었다.

심지어 전반 23분에는 환상적인 감아 차기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으나 이전 상황에서 반 다이크 반칙이 선언돼 입맛만 다셨다. 결국 피르미누는 후반 중반 교체 아웃될 때까지 득점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안필드 무득점’ 경기를 또 한 경기 늘리는데 그쳤다.

물론 피르미누가 올 시즌 리버풀 공격의 핵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주고 있고, 원정에서나마 준수한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어 큰 우려는 없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리버풀 간판 공격수였던 존 앨드리지도 피르미누의 안필드 무득점 행진을 보고 ‘미스터리’라고 평가했을 만큼 홈 경기 득점력이 아쉬운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의 홈경기 득점이 하루빨리 터져준다면 EPL 출범 이후 첫 우승을 노리는 리버풀이 현재 상승세에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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