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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으로 말미암아, EPL 코리안리거 '역사는 흐른다'上 [김의겸의 해축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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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으로 말미암아, EPL 코리안리거 '역사는 흐른다'上 [김의겸의 해축돋보기]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1.21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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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로 통하는 박지성이 지난 2005년 7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진출한 이래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주말마다 해외축구에 흠뻑 빠져듭니다. 그 속에서 한 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울 법한 이야기들을 인물을 중심으로 수면 위에 끄집어내고자 합니다. 고성능 돋보기를 갖다 대고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편집자 주]

2020년이 됐습니다. 1992년 출범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도 어느덧 30돌을 목전에 두고 있네요. 2005년 박지성(39·은퇴)이 맨유에 입단한 뒤로 한국인도 세계에서 가장 큰 인기와 부를 누리는 EPL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제 EPL은 한국 축구팬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무대가 됐습니다. 박지성이 처음 씨앗을 뿌린 EPL 코리안리거 역사는 기성용(31·뉴캐슬 유나이티드)을 거쳐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이 꽃 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스포츠Q는 2020년대 시작을 맞아 EPL 코리안리거, 그 15년 역사를 돌아보고 2020년대를 전망해보려 합니다.

박지성이 2005년 맨유에 입단하면서 EPL을 향한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도가 급증합니다. [사진=연합뉴스]

◆ 맨유에 박지성이? 임팩트 남긴 이영표-설기현

박지성은 PSV 에인트호번에서 뛰던 2004~200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에서 당대 최강 AC밀란(이탈리아)을 상대로 골을 뽑아내는 등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윽고 2005년 7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부름을 받고 맨유로 이적하며 국내 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EPL에서 한국 선수가 뛰는 장면을 상상하기 어려웠던 만큼 충격과 동시에 자부심도 느끼게 한 일대의 사건이었죠.

박지성은 첫 시즌부터 팀에 제대로 녹아듭니다. 자신이 아시아시장을 향한 마케팅 때문이 아니라 실력으로 맨유 유니폼을 입었음을 입증합니다. 데뷔 시즌 리그 34경기에서 1골 8도움을 올렸고, 이후 크고 작은 부상과 로테이션 속에서도 강팀과 경기 때면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합니다. 현재도 그가 맨유를 대표하는 얼굴인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가 맨유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말해줍니다.

2012년까지 맨유에서 7년간 뛰며 통산 205경기 27골을 기록했습니다. 측면 미드필더로서 화려한 공격력을 가진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엄청난 활동량과 전술 이해력, 축구센스 그리고 팀을 위한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플레이로 ‘언성 히어로(Unsung Hero)’라는 별명을 얻습니다. EPL 4회, UCL 1회, 리그컵 3회, 커뮤니티실드 4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1회 등 숱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구단의 전성기를 함께합니다.

박지성은 아스날, 첼시, 리버풀, AC밀란 등 강호들과 맞대결에서 더 진가를 발휘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축구를 놓고 봐도 박지성이 끼친 영향은 지대합니다. 손흥민 이전에 EPL 최고의 아시아선수로 꼽혔고, 박지성이 있어 현재도 많은 아시아선수들이 EPL 무대를 누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박지성은 한국인 빅리그 진출의 이정표가 됐다. 맨유라는 빅클럽에서 소금같은 역할로 많은 찬사를 받음으로써 유럽축구에 한국선수 이미지를 제고해 후학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됐다"고 정의했습니다.

EPL 첫 주자 박지성이 홀로 잉글랜드 무대를 누빈 것은 아닙니다. PSV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영표(은퇴)가 2005~2008년 토트넘에서 매시즌 30경기 이상 소화하며 주전급으로 활약했습니다. 맨유-토트넘 맞대결에서 박지성이 이영표의 공을 빼앗아 웨인 루니의 골을 도운 뒤 박지성이 이영표 손을 잡아주며 위로하는 장면은 아직도 축구팬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을 거예요.

역시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중 하나인 설기현(은퇴)이 2004~2006년 챔피언십(2부) 소속 울버햄튼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2006년 승격팀 레딩에 입단, 시즌 초 ‘반짝’ 활약을 펼칩니다. 이후 풀럼에서 1시즌 반 더 뛰며 EPL에서 48경기 5골 5도움을 남깁니다. 

박주영(왼쪽)은 아스날 소속으로 단 한 차례 리그 경기에 출전했는데, 공교롭게도 맨유와 맞대결이었고 박지성도 교체로 나서 '코리안더비'가 성사됩니다. [사진=펜타프레스/연합뉴스]

◆ 포스트 박지성 : 살아남은 기성용

박지성이 맨유에 있을 때 몇몇 대표팀 동료들이 EPL에 입성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이동국(전북현대)은 2007년부터 1년 반 미들즈브러에서 뛰었는데. 모든 대회 29경기 통틀어 컵대회에서만 2골을 넣는데 그치며 적응에 실패합니다. 2008년 1월에는 김두현(은퇴)이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WBA)에 입단, 팀이 그 해 승격하면서 2009~2010시즌 EPL 16경기를 소화했지만 부상으로 EPL 생활을 일찌감치 마감하죠. 조원희(은퇴)도 2008~2010시즌 위건 아슬레틱 소속으로 총 4경기에 나선 바 있긴 합니다.

2011년 리그앙 AS모나코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명문 아스날 유니폼을 입게 된 박주영(FC서울)도 라리가 셀타비고, 챔피언십(2부) 왓포드 임대를 전전하며 리그에서 단 1경기 출전한 게 전부이니 새삼 박지성의 위엄이 느껴지네요.

박지성이 맨유를 떠나 퀸즈파크 레인저스(QPR)로 적을 옮긴 2012년 여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이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한국 축구가 장밋빛 희망을 품게 된 업적이었고, 이후 이른바 ‘런던 세대’가 EPL에 도전하기 시작합니다.

2012년 기성용이 스완지 시티, 2013년 윤석영(부산아이파크)이 QPR에 입단하고, 김보경(전북)이 같은 해 카디프 시티의 승격과 함께 EPL리거가 됩니다. 하지만 제대로 살아남은 이는 기성용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EPL 코리안리거 역사는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기성용(오른쪽)은 아시아 출신 미드필더로서 EPL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합니다. [사진=AP/연합뉴스]

김보경은 1시즌 간 28경기 1골, 윤석영은 던캐스터 로버스, 찰튼 애슬레틱 임대 시절을 제외하면 1시즌 반 동안 23경기를 뛴 게 전부였습니다. 

2009년부터 3년간 셀틱(스코틀랜드)에서 영국 축구를 경험한 기성용은 스완지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합니다. 올 시즌까지 벌써 9시즌 째 EPL에 몸담고 있습니다. 지금껏 187경기에서 15골 9도움을 생산했습니다. 기성용은 아시아의 중앙 미드필더도 EPL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예로 평가됩니다. 신체적으로 강하고, 몸싸움에 능한 유형은 아니지만 영리한 경기운영과 정확한 킥으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2014~2015시즌에는 8골이나 넣으며 구단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기성용은 차범근, 박지성, 안정환, 이영표, 설기현, 손흥민과는 완전히 다른 유형으로 한국선수도 난이도 높은 중원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이 가능함을 보여준 의미있는 사례"라며 "한국선수에게 게임을 읽는 시야와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이 있음을 드러내 의미가 남다르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지성 이후, 그리고 손흥민 이전에 EPL에서 가장 성공한 코리안리거를 꼽으라면 단연 기성용입니다. 그는 다가오는 여름 뉴캐슬과 계약이 만료되는데요.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큰 관심이 모아집니다.

배태한 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전력분석관은 “리그 적응에는 피치에서 보여주는 실력 외에도 너무나 많은 복합적인 요소가 관여한다. 때문에 런던 세대가 EPL에서 실패했다고 할 수는 없다. 기성용의 경우 개인의 능력과 주변 환경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청소년 때 호주를 경험하고, 스코틀랜드에서 활약하면서 영어를 할 수 있었다는 점, 브랜든 로저스 감독이 팀 컬러에 맞춰 기성용의 장점을 잘 이끌어냄과 동시에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동료들이 존재했던 점 등도 그의 성공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EPL 코리안리거 '역사는 흐른다' 下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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