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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 같은 박지수, 농구여왕 당당하라!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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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 같은 박지수, 농구여왕 당당하라! [기자의 눈]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01.21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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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농구선수 박지수(22‧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가 뿔났다. 박신자, 박찬숙, 정은순, 정선민을 잇는 여자농구 ‘국보’ 센터가 겪는 고충은 이젠 예능인으로 변신한 서장훈(46)을 연상시킨다.

박지수는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최근 느끼는 심정을 격정 토로했다.

다음은 전문.

20일 부산 BNK와 마산 원정 종료 후. 박지수(가운데)의 표정이 어둡다. [사진=WKBL 제공]

어렸을 때부터 표정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저도 인지하고 있고 반성하고 고치려고 노력 중이고 그래서 시합 때 일부러 무표정으로 뛰려고 노력 중인데 조금 억울해도 항의 안 하려고 노력 중인데, ‘표정이 왜 저러냐, 무슨 일 있냐, 싸가지가 없다’ 등 매번 그렇게 말하시면... 제 귀에 안 들어올 것 같으셨나요? 아니면 들으라고 하시는 건가요?

그럼, 그분들께 오히려 제가 물어보고 싶네요.

몸싸움이 이렇게 심한 리그에서 어떻게 웃으면서 뛸 수 있을까요? 전쟁에서 웃으면서 총 쏘는 사람이 있나요?

매번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시즌 초엔 우울증 초기까지도 갔습니다. 정말 너무 힘드네요 이젠

이렇게 올린다고 해서 당장 뭐가 변하지 않을 거란 것도 알고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욕 하실 분들은 욕 하실 거란 것도 알아요

그럼에도 올리는 이유는 너무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진짜 그만 하고 싶어서요 그냥 농구가 농구가 좋아서 하는 거고 전 제 직업에 자부심이 있는데 이젠 그 이유마저 잃어버리고 포기하고 싶을 것 같아서요

박지수에겐 넘어지고 뜯기는 게 일상이나 다름 없다. [사진=WKBL 제공]

박지수의 마음고생이 묻어 나온다. 우울증, 포기란 단어가 등장하는 데서 멘탈에 큰 지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기량이 워낙 출중해 심한 견제를 받고 그래서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치지만 일부 팬들의 맹목적 비난은 견디기 힘들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상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라면 박지수를 비난할 수 없다. 고교생(분당경영고)일 때부터 대표팀에서 뛰었다. 프로에 입문한 뒤에도 한국여자프로농구(WKBL)과 미국여자프로농구(WNBA)를 오가느라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한 적이 없다. 크고 작은 부상은 당연하다. 

박지수를 보유한 KB스타즈는 지난 시즌 통합 6연패를 구가하던 아산 우리은행의 독주를 저지했다. 올 시즌도 15승 5패, 승률 0.750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박지수는 득점 7위(13.71점), 리바운드 4위(10.71개), 블록슛 1위(2.07개)다.

농구는, 스포츠도박을 즐기는 이들 이른바 ‘토쟁이(토토, 프로토로 대표되는 스포츠 도박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칭하는 말)’의 극성에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안타깝게도 팬층이 두껍지 못해서다.

특히나 WKBL은 남자프로농구(KBL)보다 훨씬 더하다. 본인이 건 돈의 향방이 스코어와 승패에 좌우되니 선수나 감독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욕설을 퍼붓는다. 박지수처럼 경기결과에 미치는 비중이 막대한 선수에겐 그 정도가 몹시 드세다.

마음고생 심한 박지수. '정상적'인 농구팬은 그의 편이다. [사진=WKBL 제공]

최근 라건아(울산 현대모비스)와 브랜든 브라운(안양 KGC인삼공사)이 공개한 인종차별성 다이렉트 메시지 역시 그런 맥락이었다. 선을 얼마나 넘는지 “자유투 4개를 다 놓쳤다”며 “교통사고나 나라”고 저주를 퍼부을 정도로 몰상식해 팬들을 경악하게 했다.

여자선수들은 무분별한 공격에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경기력 외에도 외모를 지적한다거나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는 일부 누리꾼의 악의적 비방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귀화‧외국선수 대상 인종차별 피해 사례를 조사한 후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힌 KBL처럼 “WKBL도 연맹 차원에서 악플에 강력히,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현역 시절 안티 팬이 수만이었던 서장훈을 다시 만들어선 안 된다. 프로농구 통산 득점‧리바운드 1위에 빛나는 레전드였지만 그는 불리한 심판 판정에 무뚝뚝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인신공격이 빗발쳤지만 입을 굳게 다물었고, 결국 은퇴 시점까지 비호감으로 남았다. 

천만다행인 건 박지수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다는 점이다. 대형 포털사이트엔 “극소수만 그러는 것”이라며 “일반적 대중의 반응이 결코 아니니 댓글은 보지 마라”라며 박지수를 격려하는 댓글이 다수를 이룬다. 박지수가 농구코트에서 당당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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