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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김병호 우승, '김보미 아빠'가 지켜낸 프로당구 PBA 법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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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김병호 우승, '김보미 아빠'가 지켜낸 프로당구 PBA 법칙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1.28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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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프로당구(PBA 투어) 원년 시즌 마지막에 웃은 건 ‘보미 아부지’ 김병호(47)였다. LPBA(여자부) 기대주 김보미보다 먼저 우승을 이뤄내며 당당한 가장의 품격을 뽐내는 동시에 PBA ‘늦깎이 스타’로 우뚝 섰다.

김병호는 27일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 고양 호텔에서 열린 프로당구 원년 2019~2020시즌 마지막(7차) 투어 대회인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SBS스포츠, 빌리어즈TV 생중계)에서 다비드 마르티네스(29·스페인)를 세트스코어 4-3(15-7 8-15 13-15 15-8 15-6 1-15 11-7)으로 승리했다.

우승상금 1억 원을 챙긴 김병호는 누적상금 1억350만 원을 챙기며 단독 7위로 뛰어올랐다. 단 32명만 나설 수 있는 PBA 투어 파이널 진출 티켓도 확보했다.

 

김병호(오른쪽)가 27일 2019~2020시즌 7차 투어 대회인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 결승전 우승을 차지한 뒤 딸 김보미와 함께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김보미(22)의 아버지로 더 유명했던 그다. 이번 대회 4강 진출 포함 2차례나 3위를 차지한 김보미는 파이널행을 확정한 LPBA의 기대주다. 많은 세월을 딸의 성공을 위해 힘썼던 김병호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PBA 선수로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PBA는 다음 시즌부터 승강제를 도입해 하위 45% 내외 선수들을 강등권 대상으로 할 방침을 세웠다. 종전까지 최고성적은 4차 대회 32강 진출, 세트제 승리 경험이 없는 그로선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 돌풍을 일으켰다. 서바이벌 무대에서 연속 1위로 무사 통과한 그는 32강에선 파파콘스탄티누(그리스)와 만나 3-2 역전승을 거두더니 마민캄(베트남), 임준혁을 꺾고 준결승까지 올랐다.

여기까지만 해도 쾌거였다. 그러나 결승행을 눈앞에 둔 상황 3쿠션 4대 천왕 중 한 명인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마저 격침시켰다. 첫 세트 2이닝 거침없는 샷으로 8득점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고 2세트를 내주고도 3,4세트를 모두 따내 결승행을 확정했다. 특히 4세트 2-10으로 크게 뒤진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3이닝 만에 13점을 몰아치며 쿠드롱을 제압했다.

후공으로 시작한 김병호는 1세트 1이닝부터 하이런 5득점에 성공하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러나 마르티네스는 2이닝 곧바로 3이닝 다시 역전. 마르티네스가 공타로 물러선 뒤에도 3득점했다. 5이닝에도 3뱅크샷으로 시작한 김병호는 깔끔한 장타로 에버리지 3.000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김병호(왼쪽)가 신중하게 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2,3세트 에버리지 1.143, 1.625을 기록했지만 마르티네스에 밀렸던 김병호는 4세트 놀라운 뱅크샷 성공률과 함께 힘을 냈다. 2이닝 2개의 뱅크샷(2득점) 등 하이런 7점으로 8-0으로 달아났 잠시 소강상태가 이어졌지만 김병호는 6,7이닝에 이어 9이닝에도 깔끔한 뱅크샷으로 세트를 마무리했다. 뱅크샷율은 무려 43%였다.

5세트 초반 초구를 성공시킨 김병호는 어려운 각도의 샷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탄성을 자아냈다. 2,3이닝에도 7점, 2점을 보태며 점수를 12-0으로 벌린 뒤 다소 주춤했지만 결국 15-6으로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하지만 우승 문턱을 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6세트 마르티네스가 1이닝에만 10득점하며 상대가 무득점일 때 한 큐에 세트를 끝내는 선수를 시상하는 TS샴푸 퍼펙트큐를 노리며 질주했고 결국 승부는 7세트로 향했다.

운명의 7세트. 선공을 잡은 마르티네스가 뱅크샷 포함 4득점하며 앞서갔다. 1,2이닝 공타에 그쳤던 김병호는 3이닝 고난이도 샷으로 마수걸이 득점에 성공했지만 아쉬운 후속타로 마르티네스에게 뱅크샷 득점을 헌납했다.

그럼에도 김병호는 대회전 샷과 빗겨치기 등으로 연속 득점하며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두손을 꼭 모은 김보미는 옆자리에 앉은 최지은에게 어깨를 기대며 어쩔 줄 몰라했다. 이미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우승을 확정짓고 기뻐하는 김병호(아래)와 감격에 겨워하고 있는 딸 김보미(위 오른쪽에서 3번째). [사진=PBA 투어 제공]

 

김병호는 하이런 행진을 10점으로 늘리며 짜릿한 승부의 주인공이 되며 포효했다. 우승 세리머니로 테이블에 자신의 사인과 함께 ‘보미아빠’를 새겨넣으며 각별한 부정을 나타냈다. 김보미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우승 후 중계방송사 인터뷰에 나선 김병호는 "보미가 '아빠는 우승 못하고 나는 우승 해봤다'고 놀렸는데 이젠 어깨를 펼수 있을 것 같다"며 "보미가 '보미아빠'가 아닌 '김병호 딸 김보미'라고 불렸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보미아빠가 좋다마르티네스가 막판에 잘했는데 보미 생각하면서 열심히 쳤다. 모든 아버지들이 그렇겠지만 자식들 생각을 했다. 아들이 축구선순데 아들 생각도 많이 했다. 보미야 사랑해"라고 소감을 밝혔다.

대회 개막 때부터 6차 대회까지 1세트를 따내고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선수는 없었다. 김병호는 PBA 결승전의 법칙을 그대로 이어갔다.

김병호의 우승으로 PBA 투어는 춘추전국시대 양상이 됐다. 초대 우승자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를 시작으로 신정주, 최원준, 마르티네스, 쿠드롱, 강동궁이 정상에 올랐다. LPBA 챔피언십에선 임정숙이 3승을 거뒀지만 PBA에선 2승이 나오지 않았다.

대회 전 미디어데이에서 쿠드롱은 “내가 아니라면 2승 주인공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날 빌리어즈TV의 객원 해설위원으로 나선 강동궁도 “마음 속으론 (우승을) 바라지 않는다”며 웃었다. 김병호가 마르티네스를 저지하며 PBA 투어는 7명의 우승자를 배출하게 됐다.

웰뱅톱랭킹 PBA-LPBA  톱 에버리지는 남자부 8강에서 2.647을 기록한 쿠드롱과 여자부 4가에서 1.692를 기록한 이미래가 각각 수상했다. 쿠드롱과 이미래는 각각 400만 원, 200만 원을 얻었다.

상대가 무득점일 때 한 큐에 세트를 끝내는 선수를 시상하는 TS샴푸 퍼펙트큐의 상금은 기존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올랐지만 이번 대회에도 남녀부를 통틀어 수상자가 배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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